우크라이나군 전차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실제 전차가 전장을 누비는 전쟁터에서 많은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휴식 도중 전차가 등장하는 전투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언뜻 보기엔 당혹스러울 수 있는 광경이지만 이는 젊은 병사들이 참혹한 전장에서 잠시나마 긴장을 풀고 버텨내는 한 방법이라고 NYT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NYT 소속 종군기자 토머스 깁슨-네프는 지난 6월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던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의 외곽을 취재하던 도중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휴식 시간을 틈타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탱크'를 플레이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

월드 오브 탱크는 키프로스에 본사를 둔 게임개발사 워게이밍이 만든 온라인 전차 액션 게임으로, 주로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권에서 오랜 기간 인기를 끌어왔다.

온라인으로 동시접속한 상대방 전차를 조준 공격해 격파하는 게임으로 상대편보다 좋은 장비를 갖추고 지형지물을 잘 이용해야 승률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포탄이 넘나드는 긴박한 전장에서 온라인 전차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실제 기갑부대를 이끄는 장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키이우 외곽에서 러시아군 장갑차와 전차를 격파해 명성을 얻은 나자르 베르니호라(21) 중위는 NYT에 "시간이 조금 남을 때면 가끔 (월드 오브 탱크) 게임을 하곤 한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게임을 통해 팀워크와 기동전술을 익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는 동부 전선 아우디이우카 외곽에서 NYT 종군기자와 만난 전차부대 지휘관 안톤의 PC 바탕화면에도 월드 오브 탱크 게임 아이콘이 설치돼 있었다.

월드 오브 탱크 e스포츠팀 선수 출신인 드미트로 프리스흐만은 "처음엔 병사들이 왜 이 게임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그들은 단지 긴장을 풀고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다만, 현실의 전장에 투입된 병사들이 가상의 전투를 플레이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휴식 시간이 주어졌을 때다.

바흐무트 외곽에서 NYT와 만난 육군 병사 '허니'(별칭)는 "포격 소리가 가까워지면 인터넷이 되더라도 누구든 게임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