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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서이초 ‘갑질 의혹’ 경찰·검찰 학부모에…‘제 식구 감싸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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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사건` 가해학생, 母 경찰 父 검찰 수사관

경찰, 관련 논란 부인…"고위직·수사부서 근무자 아냐"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한 논란이 새국면을 맞았다.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직전 학급에서 벌어진 이른바 ‘연필사건’의 가해 학생 학부모가 경찰과 검찰에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앞서 경찰은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들에게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발표했는데, 학부모 중에 경찰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며 ‘제 식구 감싸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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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교사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종각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서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괴롭힘으로 추정되는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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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찰과 유족 측 설명을 종합하면, 서이초 교사 A(24)씨가 극단적 선택 직전 중재에 나섰던 ‘연필사건’의 가해 학생 부모가 경찰청 소속 경찰관과 검찰 수사관인 것으로 밝혀졌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문유진 변호사는 “가해 학생의 모친이 A씨에게 자신이 경찰임을 넌지시 알리는 하이톡(업무용 메신저)을 5월에 발송한 것을 봤다”며 “고인이 해당 학부모의 직업이 경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만큼, 상당한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경찰 간부인 가해 학생 부모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민원을 제기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필 사건은 지난달 12일 서이초 교사 A씨가 맡은 학급에서 한 학생이 자신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려는 상대 학생을 막으려다가 이마에 상처를 입힌 일이다. A씨는 이 사건으로 지속적인 학부모의 민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18일 사망하기 전까지 학교에 10차례 정도 업무 상담을 요청했는데, 상담 요청 기록에 ‘연필 사건’이 언급돼 있다. 상담 요청 내용에는 ‘연필 사건이 잘 해결돼 안도했는데,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 소름 끼쳤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 학생의 어머니인 경찰관은 A씨가 숨지기 6일 전인 지난달 12일 오후 업무용 휴대전화로 두 차례 통화를 했고, 문자 메시지도 남겼다. 해당 학생 아버지인 검찰 수사관도 이튿날 학교를 방문해 A씨를 만났다.

일각에서는 최근 ‘학부모의 범죄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경찰의 발표가 제 식구 감싸기의 결과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종합적으로 볼 때 A씨의 사망 동기와 관련해 범죄 혐의로 포착되는 부분은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며 “A씨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다 살펴봤지만, (연필사건) 학부모가 (A씨의) 개인 전화로 전화한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변호사는 “고인의 휴대전화 수발신 목록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아직 수사 중이어서 줄 수 없다고 한 게 경찰”이라며 “그런데 (학부모의) 혐의가 없다는 발표는 왜 했는지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찰은 제 식구 감싸기 의혹 등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해당 경찰관은 고위직도 아니고 직접 수사하는 부서에서 근무하는 것도 아니라는 게 경찰 입장이다. 즉 수사에 영향을 줄 만한 위치와 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경찰관의 직급은 경위로 알려졌다. 경위는 초급간부에 속하지만, 너무 많아 실무자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애초 수사에 대한 불신을 경찰 스스로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건 발생 초기 한 언론에 A씨의 우울증 정황이 담긴 일기장이 보도되면서 경찰이 A씨의 죽음을 우울증으로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 보도의 경위는 아직 알지 못한다”면서 “사건의 진상 규명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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