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추모공간에 온종일 추모객 발길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초등교사가 근무했던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에서 2일 학생과 학부모 등 추모객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메시지를 적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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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49재를 앞두고 양천구에서 초등교사가 또 다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진상 규명과 악성민원 근절을 약속했다.
조 교육감은 2일 소설미디어 계정에 올린 글에서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가슴 아픈일 또 한 번 일어났고 마음이 무너진다”며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한 아파트에서 14년차 초등교사 교사 A(38)씨가 추락해 숨졌다. A씨는 양천구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았고 사망 당일까지 질병휴직 중이었다. 교사 커뮤니티에선 고인이 평소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씨가 근무한 초등학교는 근조화환으로 둘러싸였고, 고인을 기리는 학생과 학부모, 동료 교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조 교육감은 “어제 선생님 빈소에 다녀왔고 유가족의 말씀을 들었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암담했다. 다시 한번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선생님께서 아픈 선택을 하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단호하고 엄정하게 확인하겠다”며 “교육청은 고인의 동료 교사와 학교 관계자에게 어들 수 있는 진술과 정보 등을 최대한 습득해 경찰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다짐했다.
조 교육감은 “고인의 사망과 악성 민원과의 관련성이 확인되면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발생했을 때 더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교육지원청 차원의 아동학대 신속대응팀을 구성하고 교육감 직속으로 교육활동 보호 종합대응팀을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겠다. 현장의 요구를 들어 교육청이 준비하고 있는 교육활동 보호 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31일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초등교사가 근무했던 서울 양천구 소재 초등학교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2일 추모객들이 끌어안고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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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단체들도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긴급성명을 내 “(A씨 학급에) 힘든 아이들이 많았고, 학부모 민원으로 매우 힘드셨다고 한다”며 “교육 현실과 교육 체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감사 실시 △직무 관련성 확인 시 공무상 재해 및 순직 처리 △전 학교 대상 위기 학급· 악성 민원 전수조사 실시 등을 요청했다.
초등교사노동조합도 “동료 교사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은 6학년 아이들이 지도에 불응하거나 반항하는 경우가 있었고 교사를 탓하는 학부모 민원까지 겹치면서 1학기를 채 마무리하지 못하고 연가와 병가를 냈다고 한다”며 “고인의 죽음을 우울증 등 개인사로 치부하면 문제의 본질을 찾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날 국회 앞에선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가 열렸다. 전국에서 교사 20만 명이 모여 “교사 보호”를 외쳤다. 전날 양천구와 전북 군산에서도 초등교사가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라 분위기는 더 없이 무거웠다. 주최 측은 “매주 빠지지 않고 5,000명이 20만 명이 될 때까지 교사 생존권을 이야기했음에도 또 다시 2명의 동료를 잃었다”며 비통해했다.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 49재인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오후 4시 30분부터 국회 앞에서 대규모 추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교사들 사이에선 연가, 병가, 재량휴업을 통해 우회 파업을 하자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같은 교사들의 움직임을 불법행위로 규정하며 “교사들이 휴가를 쓰면 징계하겠다”고 밝혀 양측 간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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