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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평가표 조작·직원에 욕설…'황당' 公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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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구자근 의원


중소기업유통센터가 해외지원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평가표를 조작하고 사내 교육지원금을 부당 수령하는 행위를 일삼는 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2023년도 국정감사를 위해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경북 구미갑)이 중소기업유통센터로부터 제출받은 내부 감사자료를 통해 14일 밝혀졌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 확대와 소상공인의 판로 지원 등을 돕기 위해 1995년 설립됐다. 그러나 설립 취지와 거꾸로 중소기업 지원 과정에서 비리 행위와 내부 직원들의 각종 비리와 규정 위반, 후진적인 조직문화로 인한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감사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유통센터 직원 A씨는 올해 '해외 온라인 쇼핑몰 지원사업'에서 선정위원의 평가표를 임의로 변경해 수행사 선정 결과를 조작했다. A씨는 특정 업체의 평가점수를 임의로 낮추고 대신 서명해 특정 업체가 떨어지고 순위권 밖의 업체가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중소기업유통센터 측은 "A씨를 면직 처리하고 타 지원사업에 대한 추가적인 점검과 더불어 특정 업체 유착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지원사업 중 수행기관 선정 관련 발표 평가 자료에서 평가위원의 서명을 대신하다가 적발됐다. 그러나 기관에서는 특정인의 개입이나 업체 선정 비위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B씨에 대해 견책 처분만 내렸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혈세가 지원되는 사업을 선정하면서 특정 업체의 편의를 봐주거나 주먹구구로 일처리를 해 온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직원들의 전문화 교육 지원 과정에서 격려금을 지원하는데, 학교 등 외부에서 장학금을 지원받을 경우 장학금을 제외한 80% 금액을 지원하도록 했다. 그런데 중소기업유통센터 팀장 2명이 장학금을 받고도 이를 미신고하고 격려금을 부당하게 수령하다가 적발됐는데 이들에 대해선 감봉과 경고 등 경징계 처분만 내렸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2021년 최하위 등급인 5등급, 2022년엔 4등급을 받은 바 있다.

이런 비위 문제점 외에도 조직 내 뿌리 깊은 '갑질문화'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씨는 부하 직원들에게 업무상 관련이 없는 본인의 대학원 과제를 작성하도록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시간과 휴일을 구분하지 않고 10개월간 22회에 달하는 휴일근무를 강요하는 등의 행동도 일삼아 무려 12개에 달하는 비위 행위로 인해 C씨는 면직 처리됐다. C씨에게 괴롭힘을 당한 한 부하 직원은 C씨의 욕설과 폭언으로 수지마비 증상이 발생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구 의원은 "경제 생태계에서 약자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판로 지원을 위해 설립된 중소기업유통센터의 후진적인 조직문화와 기강 해이가 심각한 만큼 이를 바로잡기 위한 고강도의 쇄신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 측은 "조직혁신 태스크포스(TF) 운영, 비위 행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및 익명 신고 시스템 도입 등 청렴의식 제고, 사업계약 관련 제도·규정 정비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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