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부’로 변신한 코미디언 정종철. 그가 자신이 설계하고 만든 주방 찬장 앞에 서서 포즈를 취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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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둥~ 삐익~ 사랑하는, 사랑하는, 온곡, 온곡, 초등학교, 초등학교, 어린이, 어린이, 어린이, 여러분, 여러분!” “또 절로 들어가야 되나~” “골목대장 마빡이를 뭘로 보고~” 숱한 유행어를 제조하며 종횡무진 안방극장을 누볐던 코미디언 정종철. 2000년 23살의 나이에 한국방송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그는 ‘옥동자’ ‘마빡이’ 등 여러 캐릭터를 소화하며 능청스러운 연기로 대한민국 연예계를 평정했다. 그런 그가 ‘웃음’ 아닌 ‘요리’로, ‘옥동자’에서 ‘옥주부’로 돌아왔다. 그는 특출한 재주를 가진 이다. 타인을 웃게 만드는 신공을 자유자재로 부린다. 하지만 정작 진짜 재주는 다른 곳에 있었다. 유명 요리사 못지않은 노력으로 ‘1일 1레시피’를 5년 전부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하자 ‘요리 고수’로 추앙받기 시작했다. 그의 인스타그램은 팔로어 수만도 50만명에 육박한다. 최근엔 ‘무조건 맛있어! 옥주부 반찬’도 펴냈다. 벌써 세번째 요리책이다. 변신에 성공한 그를 지난 14일 그의 주방에서 만났다.
―추석에 명절 음식을 빼놓을 수 없죠. ‘옥주부’로 활동하면서 집안 명절 풍경이 달라졌을 거 같아요.
“제가 살림을 시작했을 때 어머니 안정숙 여사님이 제일 반대했어요. 며느리도 있는데, 아들이 앞치마를 두르는 게 싫으셨죠. 지금은 명절 때 가면 앞치마부터 주세요. 김장철에도 어머니는 배추만 절이고 절 기다리세요. 제 손맛을 인정해주시니 기쁘죠.”
―옥주부님 명절 음식은 좀 다를 거 같아요.
“다른 집처럼 잡채 만들고 전 부쳐요. 양념게장도 만드는데 그게 좀 특이할까요.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이죠. 냉동 꽃게 사서 양념 만들어 같이 비벼요. 식혜는 어머니가 만드는데, 그 손맛 못 따라갑니다.(웃음)”
옥주부의 잡채는 여느 가정과 조금 다르다. 당면을 삶지 않는다. 고기·당근 등 재료 각각을 따로 볶지도 않는다. 맛간장 등 양념까지 포함해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섞어 볶는다. “제 말 믿고 해보세요. 정말 맛있어요. 쉬워요.” 이어 그가 우스갯소리를 한다. “진짜 명절 음식은 시댁 나온 다음 짜파게티 한그릇에 갓 버무린 파김치와 소주 한잔이 아닐까요. 하하하!” 개그 본능은 여전한데, 왜 요리를 하는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요리는 개그맨 되기 전에 이미 했어요. 냉면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죠. 그때 이미 재미있었어요. 어느 날 아내가 쓴 편지를 읽고 우울증인 걸 알았어요. 옆에서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정리했죠. 그러면서 요리를 시작하게 됐어요.” 대략 15년 전 일이라고 했다. “아내는 좋아졌고, 지금은 아이들 셋과 행복합니다. 음식의 힘이 아닐까 해요.”
―코미디언으로서의 방송 인생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요.
“아내와 살아야 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제 인생에서 중요한 거 고르라면 일보다는 아내죠.”
―당시 상황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 ‘음식’을 선택했군요. 하필 왜 ‘요리’였을까요?
“음식은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가장 좋은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당시는 제가 워낙 일만 하고 다녔죠. 일이 우선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아내하고 접점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공감대요? 힘들었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꺼낸 말이 ‘내일 뭐 먹지’였어요. 아내가 먹고 싶다는 거를 기억했다가 다음날 해줬죠. 그러면서 부부 관계가 좋아졌어요.”
―아내가 처음 해달라는 음식 기억하시나요? 지금의 옥주부를 만드는 데 아내의 역할이 컸겠군요.
“돼지등갈비김치찜이에요. 김치찜인지 김치찌개인지 김칫국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음식이었죠. 그때 너무 서툴렀어요. 그런데 아내가 정말 기뻐했고 ‘내 남편이 내 말을 허투루 듣지 않았구나’ 하며 감동했어요. 누군가 옆에서 ‘잘한다, 잘한다’ 하면 더 열심히 하잖아요. 아내가 응원을 많이 해줬고, 요리를 하는 제 모습에 너무 감동해줬고, 리액션도 좋았죠. ‘맛있다, 맛있다’ 해주는 거예요. 점점 살림에 재미를 느끼게 됐죠. 지금의 ‘옥주부’는 아내의 작품입니다.”
―요리사 뺨치는 실력을 갖췄는데요, 어떻게 연마하셨나요?
“다른 분들 요리하는 거 많이 보고 그대로 많이 했어요. 여러가지 레시피를 따라 하면서 늘었지요. 저를 너무 높게 평가하시네요. 저는 그냥 주부예요. 옆집 아줌마예요. 한 아파트에 손맛 좋은 ‘언니’ 한두명은 있잖아요. 그런 ‘언니’예요. ‘요리 잘하는 옆집 오빠’예요.(웃음) 제 음식을 이웃에게 나눠 주는데, 우리 아파트 프리미엄 많이 붙었을 거예요. ‘옥주부 옆집’ 프리미엄!(웃음)”
’옥주부’ 정종철이 주방에서 냄비를 든 모습.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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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만든 음식은 조리법이 쉽고 간편하다. 그는 시판되는 제품을 재료로 쓰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크림떡볶이의 재료가 시판 두유 음료다. “‘고소한 단맛’이 나요. 음식과 잘 맞아요. 카레에 넣어도 맛있죠. 더 빨리 요리할 수 있어요. 떡볶이 만들 때 엿기름 대신 비락식혜 넣고 고추장 풀면 좋아요.” 그가 고안한 ‘옥황제 사골라면’도 시판 사골 육수가 재료다. 다만 새우젓이 들어간다는 게 맛의 포인트. “그냥 얻어걸린 거예요.(웃음) 멸치액젓을 섞어볼까, 새우젓을 섞어볼까 궁리하다가 탄생했죠.”
‘옥주부’ 집에 있는 그의 냉장고 안. 정종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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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부만의 음식 철학이 궁금합니다.
“‘와 맛있다, 우리 엄마가 만든 게 제일 맛있어’ 이런 반응이 나와야 다음에 또 하고 싶어지죠. 요리는 즐거워야 해요. 그러려면 일단 쉬워야 되고, 맛있어야 해요. 그 맛있는 요리를 서빙했을 때 먹는 이가 기뻐하면 에너지를 얻죠. 다음 끼니가 나올 수 있게 되는 거죠. 만약 아내가 제 요리를 평가만 했다면 오늘날 저는 없었어요. 제 정성을 봐줬기 때문에 저는 기쁨으로 받아들였고 요리가 즐거웠어요.”
―그동안 만든 음식 중에 특별히 애정이 가거나 ‘나를 드러내는 음식’이라고 자랑할 만한 게 있나요?
“제 첫번째 책에 실린 간장게장이요. 맛간장을 10리터나 만들었죠. 라이브 방송도 했는데, 양이 많잖아요. 많이 서툴렀어요. 라이브 방송 따라 하는 이들이 난리가 난 거예요. 작은 용기를 사용한 이들이 국물이 넘쳤어요. 너무 죄송했죠.”
―최근에 세번째 책을 내셨는데요.
“이전에 출간한 책들에 견줘 더 업그레이드된 제 요리 노하우를 담았어요. 같은 요리라도 더 맛있게 만드는 조리법인 거죠. 그래서 레시피 대부분이 바뀌었어요. 예를 들면 이전 책에 소개한 콩나물볶음이 매운 버전이었다면 이번엔 하얀 버전이고, 깻잎 김치도 깻잎 100장으로 만들던 버전을 40장으로 그 양을 줄였어요. 지난 2년 동안 ‘제 사람들’(팬들)이 ‘좋아요’와 댓글을 많이 달아준 메뉴들 위주로 뽑았지요.”
―요즘 코미디언들은 ‘피식대학’ 같은 유튜브 개그 콘텐츠를 만들거나 대학로 무대에 섭니다. 그들처럼 다시 개그를 할 생각은 없나요?
“(제가 함께할 만한) 플랫폼이 나와주면 할 생각 있어요. 지금은 없는 상태죠. ‘피식대학’ 등을 만드는 후배들은 종일 개그만 생각하며 열심히 하는 이들이에요. 저도 그런 때가 있었고요. 사람은 다 때가 있다고 봐요. 지금 저는 가족을 지켜야 되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열정을 따라잡을 수가 없어요. 이길 수 없어요. 후배들이 더 잘하고요. 지금은 후배들의 개그에 박수 쳐주고 응원하고 싶어요. 제가 했던 개그들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들과 팬들이 분명히 있을 거고, 또 다른 플랫폼과 무대가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코미디언이 만든 음식이기에 ‘웃긴 맛’이 담겨 있을 거라는 다소 ‘뇌피셜’ 한 질문에 그가 마지막으로 답했다. “웃음을 주진 않아요. 그런데 맛있어서 웃겨요. 맛이 있으니까 미소를 짓게 돼요. 속는 셈 치고 제 레시피대로 해보세요. 진짜 맛있어요.” 이번 6일간 추석 연휴엔 6가지 ‘옥주부표’ 명절 음식 도전에 나서보는 것도 ‘신나고 웃긴 일’이 될 터이다.
옥주부표 추석 요리 6선
그의 요리법은 계량이 정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가 엄선한 추석 명절 음식 4가지와 아이들을 위한 명절 간식 2가지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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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잡채
재료: 당면 250g, 잡채용 돼지고기 120g, 당근 1/3개, 목이버섯 2장, 표고버섯 1~2개, 양파 1/2개, 노랑·빨강 파프리카 1/2개씩, 시금치 50g, 김밥용 우엉조림 3~4줄, 식용유 2숟가락, 양념간장(간장 8숟가락, 다진 마늘 1숟가락, 통깨·참기름·설탕 2숟가락씩, 후춧가루 약간, 물 1컵)
1. 당면은 물에 담가 1시간30분 정도 불리고, 돼지고기는 소금·후춧가루를 넣어 밑간한다. 목이버섯은 물에 불린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2. 양파·당근·파프리카는 채 썰고, 표고버섯은 모양 그대로 썬다. 시금치는 깨끗이 씻어 먹기 좋게 뿌리 부분을 잘라낸다. 우엉조림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 분량의 재료를 섞어 양념을 만든다.
4.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강한 불에서 돼지고기를 볶는다.
5. ④의 돼지고기가 익으면 양파·당근·파프리카·표고버섯·목이버섯·우엉조림을 모두 넣고 양념의 2/3를 부어 잘 섞어가며 볶는다.
6. ⑤에 불린 당면과 나머지 양념을 넣고 섞으면서 볶는다.
7. 당면에 양념이 잘 배면 시금치를 넣고 숨이 죽을 때까지 섞어가며 볶은 뒤 불에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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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리통새우전
재료: 껍질 벗긴 꼬리 있는 통새우 15마리, 미나리 10대,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달걀 3개, 전분 1숟가락, 이쑤시개 15개, 식용유 적당량
1. 새우는 일자가 되도록 앞, 뒤로 칼집을 낸 뒤 소금·후춧가루로 간한다.
2. 미나리는 씻은 뒤 줄기 부분을 새우 길이만큼 자르고, 달걀은 곱게 푼다.
3. 이쑤시개에 미나리 2줄, 새우 1마리, 미나리 2줄을 순서대로 끼운다.
4. ③의 꼬치에 전분과 달걀물을 순서대로 묻힌다.
5.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④의 꼬치를 부쳐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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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 나물 고사리무침
재료: 삶은 고사리 200g, 대파 1/6대, 멸치육수 1/2컵, 양념(국간장·들기름·맛술·다진 마늘 1숟가락씩, 멸치액젓 1/2숟가락, 맛소금 3꼬집)
1. 삶은 고사리는 흐르는 물에 여러번 씻어준다.
2, 대파는 송송 썬다.
3. 위에 적은 양념 재료를 섞어 양념을 만든다.
4. 팬에 고사리와 양념을 넣고 무쳐준 뒤 육수와 대파를 넣고 간이 잘 배도록 볶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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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 나물 도라지볶음
재료: 깐 도라지 250g, 다진 마늘·설탕 1/2숟가락씩, 소금 1숟가락, 대파 1/6대, 맛소금 1/3숟가락, 참기름 2숟가락, 멸치육수 1/4컵, 통깨 적당량
1. 깐 도라지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30분 정도 찬물에 담갔다가 건진 뒤 여러번 헹궈 아린 맛을 없앤다.
2. 깐 도라지를 볼에 넣고 위에 적은 분량의 소금·설탕을 넣고 손으로 3분 정도 숨이 죽을 때까지 치댄 다음 찬물에 헹군다.
3. 대파는 송송 썬다.
4. 참기름을 두른 팬에 다진 마늘과 대파를 넣고 달달 볶은 뒤 도라지와 멸치육수를 넣어 수분이 없어질 때까지 볶아준 다음 맛소금으로 간을 한다. 마지막에 통깨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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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면 투움바 파스타
재료: 라면 1봉지, 새우 50g, 베이컨 2줄, 양파 1/3개, 양송이 1개, 체더치즈 1장, 생크림·우유 1컵씩, 파르마산 치즈 가루·다진 마늘·고춧가루 1숟가락씩, 소금 2꼬집, 후춧가루·파슬리가루 약간씩, 버터 10g
1. 라면은 면만 삶아 준비한다.
2. 새우는 씻은 다음 고춧가루를 넣어 섞는다.
3. 베이컨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양파는 깍둑썰기 한다. 양송이는 모양 그대로 썬다.
4. 예열한 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이고 다진 마늘을 볶아 향이 올라오면 새우·베이컨·양파·양송이를 넣고 볶는다.
5. ④에 생크림과 우유, 파르마산 치즈 가루를 넣고 끓어오르면 ①의 라면을 넣은 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6. 완성된 파스타를 접시에 담고 체더치즈를 올린 후 파슬리 가루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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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유크림떡볶이
재료: 떡볶이 떡(쌀떡) 300g, 비엔나소시지 130g, 치킨스톡·올리고당 1숟가락씩, 휘핑크림 1팩(200㎖), 두유 1팩, 쪽파 2대, 다진 마늘 1/2숟가락, 베트남고추 5개, 모차렐라 치즈 적당량
1. 떡은 말랑한 것으로 준비해 물에 담가 불리고, 비엔나소시지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쪽파는 송송 썬다.
2. 냄비에 휘핑크림, 두유, 떡과 소시지, 베트남고추, 올리고당, 치킨스톡, 다진 마늘을 함께 넣고 떡이 익을 때까지 저어주면서 끓인다.
3. 접시에 담고 쪽파와 모차렐라 치즈를 뿌려 먹는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요리 사진 정종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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