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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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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문을 보면 국유기업, 민영기업이라는 표현이 한국 신문의 대기업, 중소기업이라는 말만큼 자주 눈에 띈다. 우리 말로는 공기업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국유기업의 비중이 중국에서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중국은 포항제철(포스코), 한국통신(KT), 한국담배인삼공사(KT&G) 등이 민영화하기 이전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중국에는 정유, 통신, 철강, 은행업 등 정부 독점산업의 국유기업 영향력이 막대하다.
지난해 중국 500대 민영기업의 매출액 합계는 39조8300억위안(7169조원), 총자산 합계는 46조3100억위안(8336조원)을 기록했으며 이들의 전체 당기순이익도 1조6400억위안(295조원)에 달했다.
중국 500대 민영기업 중 1위는 징동닷컴이 차지했다. 판매를 중개하는 전자상거래 업체의 특성상 매출액이 1조462억위안(188조원)에 달했다. 2위 역시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8645억위안, 155조원)였다.
매출액보다는 성장성을 엿볼 수 있는 R&D(연구개발) 투자가 더 흥미를 끈다. 중국 500대 민영기업 중 연구원 비중이 3%가 넘는 기업이 326곳이었으며 10%를 넘어선 기업도 175곳에 달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3%가 넘는 기업은 86곳, 10%를 돌파한 기업도 8곳에 달했다.
중국 500대 민영기업 중 R&D 투자 상위 10위를 살펴보자. 이들이 향후 중국의 기술 경쟁력을 결정할 기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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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중국의 기술 경쟁력을 대표할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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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00대 민영기업 중 R&D 투자 1~3위는 인터넷기업이 차지했다. 2010년대 초만 해도 중국 3대 인터넷기업으로 유명했던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주인공이다. 지금은 바이두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틱톡), 메이투안(음식배달) 등의 영향력이 크다.
1위는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운영할 뿐 아니라 글로벌 게임업체 1~2위를 다투는 텐센트다. 지난해 텐센트는 614억위안(11조원)을 R&D에 투자했으며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11.1%에 달한다. 2위는 538억위안(9조6800억원)을 R&D에 투자한 알리바바, 3위는 233억위안(4조1900억원)을 R&D에 쏟아 부은 바이두가 차지했다.
화웨이는 중국 500대 민영기업 선정에 참여하지 않아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615억위안(29조원)를 R&D에 투자한 화웨이가 실질적인 1위다. 지난해 매출액의 25.1%를 R&D에 투자할 정도로 화웨이는 공격적인 R&D 투자를 계속했다.
참고로 화웨이는 100% 종업원지주제도로 운영되는 민영기업이다. 주주는 13만1507명에 달하는 화웨이 임직원과 런정페이 화웨이 설립자다. 2021년말 기준, 런정페이 설립자의 지분율은 0.84%에 불과하며 나머지 임직원들이 99.16%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R&D 투자 상위 10대 기업이 어디에 투자하는지 살펴보기 전에 중국 기업들의 R&D 투자가 글로벌 빅테크와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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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글로벌 R&D 투자순위 1~5위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독차지했다. 아마존이 732억달러로 1위를 차지했으며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395억달러)과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353억달러), 애플(277억달러), MS(266억달러)가 2~5위로 그 뒤를 이었다.
화웨이는 235억달러로 6위를 차지했다. 아직 미국 빅테크기업과 차이가 나지만, 5년 전 글로벌 R&D 투자 톱 25에 화웨이만 진입한 것과 비교하면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지난해 글로벌 R&D 투자 톱25에 중국기업은 화웨이(6위),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11위), 텐센트(14위), 알리바바(23위) 등 4개사가 진입했다. 바이트댄스는 비상장기업이지만, 기업가치가 약 2200억달러(293조원)로 평가받는 초대형 기업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193억달러를 R&D에 투자하며 글로벌 8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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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이 투자하는 분야는? 인공지능, 자동차, 2차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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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알파벳, 메타, 애플, MS 등 글로벌 빅테크가 혁신을 선도하고 있지만, 향후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은 인공지능(AI), 거대언어모델(LLM), 자동차 등이 주요 투자 분야다. 화웨이는 앞에서 언급했으니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등 인터넷 기업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먼저 중국 500대 민영기업 중 R&D 투자 1위를 차지한 텐센트는 거대언어모델 등 생성형 AI 투자를 늘리고 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약 2조9200억홍콩달러(496조원)로 현재 중국 상장기업 중 시총 1위다.
지난 5월 마화텅 텐센트 설립자가 "인공지능이 10년에 한번 오는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100년에 한번 오는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할 정도로 텐센트는 인공지능을 중요시하고 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11.1%에 달했다.
2위를 기록한 알리바바도 생성형 AI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텐센트에 다소 못미치는 538억위안(9조6800억원)을 R&D에 투자했지만, 6위를 기록한 자회사 앤트그룹(205억위안, 3조6900억원)을 합치면 텐센트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다. 핀테크업체인 앤트그룹은 인공지능, 보안, 데이터인프라, 블록체인에 대한 R&D를 늘렸다.
3위는 검색업체 바이두다. R&D 투자금액은 233억위안(4조1900억원)으로 텐센트, 알리바바에 못 미쳤지만,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18.9%로 가장 높다. 10여년 전부터 바이두는 회사 명운을 인공지능에 걸고 자율주행 기술과 AI 챗봇 어니봇(Ernie Bot)을 개발해왔다. 그동안 바이두가 인공지능 개발에 투자한 금액만 1000억위안(18조원)을 넘어선다.
인터넷 기업 외에는 자동차·2차전지 기업의 R&D 투자가 눈에 띈다. 2010년 스웨덴의 볼보자동차를 인수한 지리자동차가 224억위안(4조원)으로 4위를 기록했는데, 최근 지리자동차는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인수하고 한국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또 BYD가 187억위안(3조3700억원)으로 7위, CATL이 155억위안(2조7900억원)으로 10위를 차지했다.
BYD와 CATL은 중국 전기차와 2차전지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올해 1~8월 중국 전기차 판매량 순위에서 BYD는 179만대로 테슬라(62만5000대)를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CATL도 올해 1~7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36.6%로 LG에너지솔루션(14.2%)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지리자동차, BYD 및 CATL의 R&D 투자는 인공지능뿐 아니라 자동차·2차전지 산업이 중국의 미래 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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