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후각 장애 작년에만 3만 명
뇌와 연관성 커, 대부분 함께 와
증상 악화 땐 우울증, 사고 위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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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후각은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음식을 먹고 즐기는 즐거움을 잃는다. 상한 음식을 가려내거나 가스 누출, 화재를 감지하지 못해 위험에 노출되기도 쉽다. 개인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생존하기 위한 필수 요소란 의미다. 미각·후각 장애는 생각보다 드문 질환이 아니다. 지난해 3만 명 이상이 미각·후각 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 정확한 진단과 원인에 따른 맞춤 치료로 기능 회복률을 높여야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미각과 후각은 긴밀한 연관성을 갖는다. 혀의 미뢰는 맛을 확인하고 코의 신경은 냄새를 맡는다. 두 감각은 모두 뇌로 소통하며 뇌는 정보를 통합해 맛을 인식한다. 맛을 느끼는 데엔 미각보다 후각이 좀 더 큰 역할을 담당한다고 알려진다. 후각 기능이 떨어져 냄새를 잘 못 맡으면 맛 또한 잘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이로 인해 미각·후각 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각·후각 장애는 양적, 질적 이상으로 구분한다. 양적인 변화로는 미각·후각이 정상보다 떨어진 감퇴, 미각·후각이 완전히 사라진 소실, 미각·후각이 정상보다 과도하게 증가한 과민이 있다. 질적인 변화는 원래의 맛·냄새가 아닌 다른 맛·냄새를 인지하는 경우, 없는 맛·냄새를 있다고 인지하는 경우로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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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장애, 알츠하이머·파킨슨병 동반
미각 기능을 떨어뜨리는 원인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나이가 들면 맛을 느끼는 혀의 유두 개수와 기능이 50% 이상 감소한다. 특히 단맛과 짠맛을 담당하는 미뢰 숫자가 감소해 음식이 쓰게 느껴진다. 만성질환으로 약을 오래 먹었거나 내분비계 장애가 있을 때, 아연·엽산 등의 필수 영양소가 부족할 때, 구강 질환이 있을 때, 악성 종양이나 외상이 있을 때도 맛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
후각장애 역시 원인 질환이 몇 가지 있다. 부비동염(축농증)이 대표적이다. 후각장애 환자 4명 중 1명은 부비동염이란 통계가 있다. 콧속 염증과 물혹이 냄새 분자가 후각신경으로 도달하는 경로를 차단해 후각 기능을 저하한다. 감기 바이러스도 후각신경을 침범함으로써 신경을 손상해 후각장애를 유발한다. 머리 손상으로 후각신경이 끊어지거나 뒤틀릴 때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후각장애는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이 있을 때 종종 동반된다. 냄새를 주관하는 후각신경계와 기억에 관계하는 뇌의 영역이 가깝게 있어 뇌 신경 질환 초기에 후각장애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예전엔 미각·후각 장애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기능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아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일상생활에서 불편과 위험을 초래한다. 우울감 증가와 같은 정신적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어 정확한 진단·치료가 필수다. 병력을 청취하고 다양한 검사를 거쳐 감각 기능이 떨어진 정도와 위치를 파악하고 원인 질환을 찾아낸다.
치료는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해 그에 맞는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미각장애를 일으키는 약물을 복용하고 있으면 약을 교체하고 영양소 부족이 원인이면 글루콘산아연, 비타민A 등을 보충함으로써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은재 교수는 “첨가제를 사용해 음식 맛의 풍미를 높여주거나 전문의 상담 후 약물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감퇴한 미각을 보상하기 위해 특정 음식을 탐닉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허브나 향신료를 첨가해 후각을 강화하면 맛 민감도가 나아지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미각장애가 있는 사람은 평소에 요리할 때 맛으로 간을 조절하지 말고 계량 도구를 사용하는 게 좋다. 또한 음식의 질감과 향기, 온도, 색을 적절히 조절해 음식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을 개선하고 좋은 분위기에서 식사함으로써 음식 맛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면 음식 섭취가 좀 더 용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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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체중 점검하고 영양 상태 확인해야
후각장애도 원인에 따라 만성 부비동염일 경우 부비동 내시경 수술, 비중격 만곡에 의한 코막힘일 경우 비중격 성형술을 시행한다. 약물을 활용할 땐 주로 경구용·국소용 스테로이드 제제가 쓰인다. 이 밖에 필요할 경우 비타민 보충 약물요법이나 항히스타민제, 항생제로도 치료에 나선다. 이런 모든 치료에도 효과가 없다면 후각 훈련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후각신경 계통 자체에 이상이 있을 때 시행하면 회복률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조금씩 방법은 다르지만 대체로 한국인에게 친숙한 향으로 이뤄진 4가지 시약을 한 가지씩 10초간 맡은 후 1분 휴식을 갖는 방식으로 매일 아침저녁 시행한다. 이런 후각 훈련은 꾸준히 할수록 회복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다.
후각장애는 건강과 영양 상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치료를 받는 동시에 평소 식사 요령을 실천하면 도움된다. 일단 맛 자체보다 식감·온도 변화에 집중함으로써 먹는 즐거움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다양한 온도의 음식을 먹는 것도 좋다. 후각이 떨어져도 매운맛, 향긋한 맛은 느낄 수 있으므로 후추·고추·고추냉이 등을 곁들여 식사한다. 신맛을 첨가하면 보존된 미각을 자극해 음식 섭취에 도움된다. 무엇보다 가족 중 미각·후각장애 환자가 있다면 수시로 체중을 점검해 영양 상태가 불량하지 않은지 확인하고 우울증에 빠지지 않도록 정서적 지지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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