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최첨단 장비로 정교하게 시술, 두근두근 부정맥 완치 이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병원 탐방 건국대병원 심장혈관센터

원인 되는 부분 정확하게 찾아

고주파로 한땀 한땀 괴사·고립

중증 부정맥도 재발 없이 치료

중앙일보

건국대병원 심장혈관센터는 복잡하고 다양한 부정맥 시술에서 의사와 테크니션(방사선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팀워크를 발휘해 완치에 가까운 치료 성적을 낸다. 지미연 객원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상 맥박이 아닌 ‘부정맥’은 두근거림·실신뿐 아니라 뇌졸중·돌연사의 주요 원인이다. 환자의 불안과 고통이 크나 정확히 진단만 되면 완치를 바라볼 수 있을 만큼 의료 기술이 가파르게 발전하는 분야다. 건국대병원 심장혈관센터 최지훈(심장혈관내과) 교수는 “많은 부정맥 질환이 시술을 통해 완치 내지 완치에 가까운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며 “고령이거나 다양한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도 필요하면 최신 지견에 맞춰 안전한 방법으로 시술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맥은 심장을 뛰게 하는 전기 신호와 신호 전달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정상 맥박은 1분에 60~100회다. 60회보다 느리면 서맥성 부정맥, 100회보다 빠르면 빈맥성 부정맥이라고 한다. 맥박이 건너뛰듯 불규칙한 부정맥도 있다.

건국대병원 심장혈관센터는 난도 높은 부정맥 치료에서 숙련된 시술로 완치에 가까운 결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초 뇌졸중으로 건국대병원에 실려온 이모(43)씨는 진행성 부정맥인 심방세동 진단을 받았다. 심방세동이 있는 줄 모르고 살다가 심장 안에 혈액이 고여 혈전이 생기면서 합병증으로 뇌졸중이 발병했다. 심장 부피가 일반인의 5배가량으로 커진 상태였다.



최신 냉각 풍선 절제술 200차례 돌파



이씨가 받은 부정맥 시술은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이다. 카테터로 심장의 부정맥 발생 부위에 접근해 고주파 에너지를 쏴 문제되는 조직을 파괴하는 것이다. 최 교수는 “심방세동 같은 빈맥성 부정맥에서는 4개의 폐정맥을 원형으로 괴사시켜 고립시키는 게 중요한데, 진단이 늦어 진행한 상태일수록 이씨처럼 심장 부피가 커진다. 당시 심방세동을 일으킨 여러 문제 회로를 반복적으로 찾으며 5시간가량 시술했다”며 “시간이 좀 오래 걸려도 원인이 되는 다른 부분을 함께 찾고, 전기적으로 한땀 한땀 정교하게 고립시켜야 완치에 가까운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20대에 판막 수술을 한 과거력이 있었다. 그간 자녀들과 놀이터에서 같이 놀아주기 어려울 만큼 숨이 찬 증상이 있었는데 단순히 심장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여겨 넘겼다. 최 교수는 “시술 1년가량이 지났는데 지금은 약을 끊고 재발 없이 잘 지낸다.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놀아줄 수 있을 만큼 경과가 좋다고 전해 들었다”고 했다.

심방세동은 조기 시술이 중요해지는 질환이다. 시술이 곧 병의 진행을 늦춘다. 최 교수는 “심방세동 치료의 최신 지견은 조기에 발견해 약물치료를 해보고, 반응이 없거나 재발하면 바로 시술하는 것이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병의 경과를 개선한다는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국대병원 심장혈관센터는 빈맥성 부정맥의 최신 치료인 냉각 풍선 절제술을 2020년부터 치료에 적용해 왔다. 열에너지인 고주파 대신 냉각 에너지를 사용한다. 냉매를 준 풍선 모양의 카테터에 심장 근육이 닿으면 그 부위는 동상에 걸려 전도 특성을 잃는 원리다. 초기 심방세동에서 시술 시간이 짧고 간단하게 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건국대병원은 최근 냉각 풍선 절제술 200건을 돌파하면서 해당 치료법을 교육할 수 있는 기관(Center of Excellence)으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혈관 안에 전극 유도선 넣지 않고 시술



느린(서맥성) 부정맥은 심장이 전기를 잘 생산하지 못하거나, 전기가 지나가는 길이 끊어져 발생한다. 서맥성 부정맥의 치료법은 심장박동기가 유일하다. 박동기를 삽입하면 완치된다.

건국대병원 심장혈관센터는 최신 시술인 전극 유도선 없는 초소형 심박동기로 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강화했다. 사타구니를 통해 카테터로 심박동기를 심장까지 배달해 심장 근육에 박는 시술이다. 심장과 심장박동기 본체가 직접 닿으므로 전극선이 필요 없다.

일반적으로 혈관 안에 전극선이 있으면 이물질에 따른 면역 반응으로 피떡(혈전)이 달라붙어 혈관이 막힐 위험이 있다. 특히 투석 환자는 외부에서 세균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데, 체내에 외부 물질이 있으면 균이 달라붙어 자라기 쉬운 환경이 된다. 최 교수는 “전극선 없는 심박동기는 시술 시간이 30분 이내로 짧고 전극선으로 인한 감염과 혈관 합병증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행할 수 있는 환자의 기준은 엄격하다. 최 교수는 “전극선 없는 심박기는 심실에만 전기 자극을 준다. 심방에 전기 자극을 줘야 하는 환자에게는 추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부정맥은 진단을 위해 반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한 사람도 음주 후, 스트레스를 받은 후에 일시적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일시적 부정맥은 대부분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불편감이 자주 찾아오면 부정맥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게 좋다. 최 교수는 “10대 때부터 두근거림으로 평생 고통받다가 70대가 돼서야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으로 진단받고 시술해 완치한 환자도 있다. 반복적인 심전도 모니터링 검사 등 진단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한 질환임을 환자도 아는 것이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