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영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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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부터 시행된 공매도 전면 금지는 사실상 여당이 주도했다. 전날 금융당국은 이날부터 내년 6월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후 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공매도는 ‘글로벌 스탠더드’이며 공매도 금지를 풀지 않을 경우 한국 증시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월 28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공매도 규제 해제를 검토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코스피 200, 코스닥 150종목에 대해서만 부문 허용했던 공매도의 완전 재개 시기를 저울질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주가 부진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김포 서울 편입’에 이어 ‘공매도 금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금융당국은 막판까지 신중론을 고수했지만 결국 물러섰다. ‘완전 재개’ 추진에서 한시적이나마 ‘완전 금지’로 돌아선 것이다.
HSBC와 BNP파리바의 불법 공매도 행위 적발이 ‘명분’이 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시장 불안 속 최근에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적발되고 추가적인 불법 정황까지 발견되는 등 불법 공매도가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하고 시장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원장도 이날 공매도 시장 상황에 대해 "단순히 깨진 유리가 많은 도로 골목 수준이 아니라, 유리가 다 깨져 있을 정도로 불법이 보편화돼있는 장"이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역대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
하지만 공매도 시행 여부와 주가와의 상관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적인 공매도 전면 금지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도 총선을 염두에 둬서 정확한 근거 없이 논의된 측면이 있다”며 “공매도 금지로 환호성을 지르는 개인 투자자가 일부 있을지 몰라도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체질이 안 좋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준석·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지난 8월 ‘공매도 규제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공매도 금지는 가격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변동성을 확대해 시장거래를 위축시킨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를 표심이 작용한 결과로 봤다. 블룸버그는 “이번 규제 당국의 발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나온 것으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로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시장 진입이 늦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서 격려사를 마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최근 불거진 은행 횡재세 도입 논란은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때리기’에서 촉발됐다.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소상공인의 발언을 공개했다. 이어 지난 1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한국의 은행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에 횡재세 도입론이 다시 나왔다. 이자 이익으로 은행이 지나치게 많이 번 만큼 세금을 더 걷겠다는 얘기다. 금융당국도 이를 검토하고 있는데, 다만 법인세와의 이중과세 및 주주 이익 침해 가능성에 따른 배임 논란 등이 있어 실제 도입은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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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에 대한 대환 대출 및 4조원 규모의 저리 융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다. 시행될 경우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은 줄어들게 되지만 은행 입장에선 수익이 줄어든 정책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자에게 주는 대출·대환이 자칫 ‘좀비 사업자'를 연명시켜, 자영업 생태계의 왜곡을 부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등의 표심을 얻기 위한 즉흥적인 정책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정치권이 주도하는 횡재세 도입과 같은 정책은 반시장적일 뿐 아니라 은행 수익성 악화 등으로 자칫 수면 아래 있는 금융권 부실을 키울 소지가 있다”라며 “소상공인 지원책 역시 경쟁력이 떨어지는 소상공인에게 인공호흡기만 달아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 정책을 한번 수립하면 향후 긴 시간 영향을 끼치는 만큼 정치권은 당장의 표를 의식한 은행권에 대한 과잉 규제보다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재입법 등 경제계가 필요로 하는 입법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남현‧오효정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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