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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尹, 12일 만에 박근혜 다시 만났다 "박정희 배울 점, 국정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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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들어가시지요.” (박근혜 전 대통령)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정원이 잘 갖춰진 느낌이 듭니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님께서 오신다고 해 며칠 전에 잔디를 깨끗이 정리했습니다. 이발까지 한 거죠. (웃음)”(박 전 대통령)

7일 오후 윤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의 박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했을 때 두 사람이 나눈 인사말이다. 현관 계단 아래서 윤 대통령을 맞이한 박 전 대통령은 대문 안쪽에 재임 시절 정상 외교를 했던 사진을 따로 전시해뒀다. 그중에서도 한가운데 위치한 사진은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 행사 후, 두 사람이 함께 오솔길을 걸어 내려오는 사진이었다. 함께 길을 걷는, 동반자임을 상징하는 바로 그 사진이다. 박 전 대통령은 그 사진을 가리키며 “대통령께서 좋은 사진을 보내주셔서 여기에 가져다 놓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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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과 인사 나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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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세 번째, 당선인 시절까지 포함하면 이날 네 번째로 찾은 윤 대통령 대구행(行)의 하이라이트는 박 전 대통령과의 환담이었다. 박정희 대통령 추도식에서 1년 5개월 만에 만났던 두 사람은 12일 만에 다시 한 시간가량 얼굴을 마주했다. 박 전 대통령도 밀크티를 윤 대통령이 좋아하는 농도까지 신경 써 준비하고, 과일도 특히 좋아한다는 감과 배를 준비하는 정성을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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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구 북구 칠성종합시장을 방문, 상인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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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당시 국정운영을 되돌아보면서 배울 점은 지금 국정에도 반영하고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창고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주재한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찾았는데,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읽어보니 재미도 있고, 어떻게 당시에 이런 생각을 했는지 놀라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과거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어떻게 그걸 다 읽으셨느냐”며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니깐 회의에서 애로사항을 듣고 바로 해결해 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두 전ㆍ현직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상외교 활동을 소재로 대화를 나눴다. 박 전 대통령이 수소차에 대한 관심을 표하자,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산업 동향을 설명했다. 물이 부족한 대구의 사정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환담을 마친 두 사람은 잠시 사저 앞 정원을 산책한 뒤 헤어졌다. 박 전 대통령이 차를 타는 곳까지 배웅하려 하자, 윤 대통령이 간곡히 사양하면서 대문 계단에서 헤어졌고, 박 전 대통령을 수행하는 유영하 변호사가 윤 대통령을 배웅하면서 이날 환담은 끝났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방문은 10ㆍ26 추도식에서 “조만간 찾아뵙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 그중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직접 찾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주고받은 장면 자체가 메시지”라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전남 목포, 경기 성남, 충북 청주, 경북 안동, 대전, 경기 화성에 이은 지방 방문의 연장선이자, 보수 본산인 TK(대구ㆍ경북) 여론을 다지겠다는 취지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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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사저 방문 전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2023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 축사에서도 “지난 4월 서문시장을 방문한 이후 7달 만에 다시 이곳 대구에 왔다”며 “대구에 오니 힘이 난다”고 말했다. 8000여 명의 행사 참석자 앞에서 대구에 대한 애정을 재차 언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바르게살기운동이 지금 가짜뉴스 추방에도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가짜뉴스 추방 운동이 우리의 인권과 민주 정치를 확고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행사 뒤엔 서문시장이 아닌, 칠성 종합시장을 방문했다. 시장에서 두부ㆍ청국장ㆍ새우젓 외에 특산품인 한재 미나리 등을 산 윤 대통령은 시장 상인들과 만나 “우리 정부가 건전 재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서민을 위해 쓰는 것은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떠나기 전 “시장에서 상인분들하고 악수하다 보니 손이 찬 분이 많아서 안타까웠다”며 “상인 여러분이 혼자 고생한다는 생각이 안 들도록 따뜻한 정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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