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조사업무 외부로 이관···교사들 ‘환영’
조사관 도입 실효성 및 적절성 우려 지적도
“학폭법 재검토해 교육적 역할 강화해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오른쪽)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제도 개선 및 학교전담경찰관 역할 강화 방안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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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경미한 다툼일지라도 일단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되면 교사가 아닌 전직 수사관 등으로 구성된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이 조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사의 민원 부담과 업무를 덜기 위한 조치인데 경미한 사안까지 외부 조사관에게 맡기는 것은 교육적 해결방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 개선 및 학교전담경찰관(SPO) 역할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를 신설해 현재 교사들이 담당하는 학교폭력 사안조사 업무를 맡기기로 했다. 조사관은 학교폭력 업무나 생활지도, 수사·조사 경력이 있는 퇴직경찰·교원을 활용한다. 전국 177개 교육지원청에 약 15명씩 모두 2700명을 위촉해 조사관 1명이 월 2건 가량의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도록 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 학교장 자체 해결 요건을 충족하는 경미한 사안이면 종결하고, 자체해결이 어려우면 학교폭력 사례회의에서 검토한 뒤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한다.
학폭 사안조사 업무를 외부로 이관해달라는 것은 교사들의 오랜 요구사항이었다. 지금까지는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교사가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학폭위에 사안조사보고서를 올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보호자가 악성민원을 제기하거나 교사를 아동학대로 무고하는 때도 많았다. 최근 학폭 조치사항 학생부 기재 기간이 늘어나는 등 제재가 강해지면서 학폭 조사에 보호자들이 더욱 민감해진 탓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노동조합연맹 등은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제 도입에 일제히 환영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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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과 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전직 수사관이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적절한지 의문도 나온다. 특히 이번 방안에는 학교장 자체 해결이 가능한 경미한 사안까지도 먼저 조사관의 조사를 거친 뒤 학교에 넘기게 되어 있다. 가벼운 다툼이나 놀림 등 충분히 중재로 풀 수 있는 사안도 일단 학폭으로 접수되면 교사가 아닌 조사관으로부터 조사를 받는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학폭 조사과정의 교육적 상황이나 요구, 맥락 등은 사라지고 사건만 조사하는 방식이 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교육적 중재와 생활지도가 가능한 부분을 명확히 하지 못하는 학폭법을 먼저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교사노조연맹은 이날 성명에서 “현재도 저학년 학생이 욕하는 사건조차 학폭이 되면 더 중재나 지도가 불가능하다”며 “학폭법을 손질해 범죄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는 학교의 교육적 역할과 선도조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사안 조사를 외부에 맡기면 학교와 교사는 피해자 보호와 상담·지원, 관계개선 등의 교육적 조치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교사가 사안 조사를 하면 오히려 교육적인 부분을 소홀히 할 수 있고 불필요한 여러 갈등이 야기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전문가들이 맡도록 하고 교사들의 교육적 역할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학교폭력 예방과 가해학생 선도·피해학생 보호 업무를 하는 학교전담경찰관의 규모를 현재 1022명(1인당 12교)에서 1127명(1인당 10교)로 105명 늘리기로 했다.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지원, 학교폭력 사례회의 참석 등 학교전담경찰관의 역할도 강화한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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