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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교사 '학폭 조사 업무' 해방된다… 퇴직 경찰·교사 2700명이 모든 사안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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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처리 개선안 발표]
건수 감안해 2700명 위촉 계획
학교전담경찰관은 105명 늘려
조사관 지원, 학폭심의위 참여
위촉직 조사관 책무성 등 우려도
한국일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 합동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 개선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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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를 맞는 내년 3월부터 학교 안팎의 모든 학교폭력(학폭) 사안 조사 업무는 별도의 학폭 전담 조사관이 전담한다. 퇴직 경찰·교원 등 2,700명이 위촉직으로 전국에 순차 배치돼 일선 교사의 기피 1순위 업무를 도맡는 것이다. 학교전담경찰관(SPO)은 학폭 처리 절차에 두루 참여하는 등 역할이 강화되면서 총 정원의 10%인 105명이 증원된다.

교육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은 7일 이 같은 내용의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 개선 및 학교전담경찰관 역할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6일 교원 간담회에서 현재 교사들이 맡고 있는 학폭 사안조사 업무의 경찰 이관 등을 요청받고 개선안 마련을 관계부처에 주문한 데 따른 조치다.

방안의 핵심은 학폭 전담 조사관을 신설해 사안조사 업무를 전담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전담 조사관은 발생 장소, 사안의 경중에 관계없이 모든 학폭 사안을 조사하게 된다. '학교 밖 폭력만큼은 조사업무 부담을 덜어달라'는 현장 교사들의 요청보다 더 나아간 방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이버 폭력 등 학교 안팎으로 발생 장소를 나누기가 애매한 사안은 처리가 길어질 수 있는 문제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학교는 1차적으로 전담 조사관의 조사 결과를 보고 학교 자체 해결이 가능한 사안인지 판단하게 된다. 현행 학폭예방법상 2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진단서, 지속성·보복성이 없는 경미한 사안이면 교장이 피해 학생 측 동의를 얻어 사건을 자체 종결하고 학생 간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학교 자체 해결 요건이 안 되면 관할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제로센터'(센터)로 넘어간다. 이번 방안에서 센터 내 '학교폭력 사례회의'(가칭) 신설이 포함됐는데, 센터장 주재로 전담 조사관과 SPO, 법률 전문가가 참석하는 이 회의에서 조사 결과를 검토·보완한다. 센터장은 정리된 결과를 해당 학교에 통보하고 교육지원청 학폭대책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한다.
한국일보

한국일보 그래픽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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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 조사관은 퇴직 경찰관·교원 등을 2,700명 규모로 배치될 계획이다. 2022년 6만2,052건의 학폭 건수를 감안해 177개 교육지원청마다 평균 약 15명의 신속 대응 인력을 두겠다는 것이다. 전담 조사관 1인당 월 평균 2건을 맡는 셈인데, 이에 상응하는 조사관의 임금·처우는 추후 협의를 거쳐 정한다. 채용 관련 기본 예산은 교육부의 특별교부금과 교육청별 자체 예산으로 충당 가능하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SPO는 전담 조사관 지원 등 역할이 강화되면서 현 정원(1,022명)의 10%인 105명이 늘어나 1,127명이 된다. 1인당 담당 학교가 12곳에서 10곳으로 준다. SPO는 학폭 정보 공유 등으로 전담 조사관과 협력하고 학폭 사례회의에 참석해 전담 조사관의 조사 결과의 보완점을 살피며, 학폭대책심의위에도 의무 위촉된다. 사안 파악부터 심의 단계까지 두루 참여하며 매개 역할을 한다.

정부는 교단의 기피 1순위인 학폭 업무 부담을 덜어내고 교사가 본연의 교육에 집중할 여건이 조성된다고 밝혔다. 또한 전담 조사관의 사례 조사가 체계적으로 축적되고, 학폭 사례회의가 이를 검토·분석해 처리 기준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학폭 처리 절차의 전문성과 공정성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위촉직 조사관의 책무성·전문성 걱정도


교원단체는 학폭 조사 단계에서 발생하는 업무상 고충, 관련 민원이나 아동학대 신고 등 교권 피해가 획기적으로 줄 것이라며 일제히 환영했다. 다만 위촉 봉사직으로 외부 민간인 신분인 전담 조사관이 책무성과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권한 없는 조사관이 수사와 다를 바 없는 조사를 하게 되면 교사들이 겪는 문제와 비슷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학교의 책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려면 조사관의 책무성·전문성 담보 방안이 분명히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에 전담 조사관의 자격 요건과 기능, SPO와의 협력 관계 등을 규정하는 만큼 민간인이라도 공적 역할이 담보될 것이라 설명했다. 또 수사·조사 경력이나 생활지도 경험이 풍부한 퇴직자를 채용할 터여서 기본적인 전문성은 확보될 거라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전담 조사관 투입 전 표준 매뉴얼을 마련하고 충분한 연수도 실시할 것이라 부연했다.

경미한 사건까지 조사관이 선제 개입하게 되면서 학교의 교육적 해결 기능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폭 문제는 교육적 해결을 중시하자는 교육감들 의견도 앞서 나온 바 있다. 이주호 부총리는 "SPO와 (전담 조사관 등) 전문가가 대거 학교 현장에서 역할을 하면 교사들이 오히려 학폭에서 교육적 해결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관은 "저학년 학폭의 교육적 해결은 이번 개선안과 상관없이 반영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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