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성전환자에 예산 불가’ 정책은 빠져
주한미군이 지난해 5월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공습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평택=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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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명 가까운 기존 주한미군 규모가 내년에도 유지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의회 상·하원이 자국 국방·국가안보 예산 관련 연례 법안인 국방수권법안(NDAA)에 이런 내용을 담기로 합의하면서다.
미 상·하원 군사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양원이 합의한 2024회계연도 NDAA 단일안을 공개했다. 법안은 의회가 행정부에 국방 분야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쓰라고 요구하는 형식이다.
일단 한국 관련 내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국에 배치된 2만8,500명의 규모를 유지하고 △미국이 억제력을 확장해 적의 핵 공격을 방어해 준다는 ‘확장 억제’ 공약을 이행하되 △지난 4월 한미 정상 간 ‘워싱턴 선언’에서 강조된 핵 억제 공조를 심화하는 방식으로 한미동맹을 강화하라는 주문이다. 워싱턴 선언 관련 문구는 지난 7월 의결된 하원안에 처음 포함됐고, 양원 단일안에서도 살아남았다.
법 제정 180일 내에 한반도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이양 진행 상황을 국방부가 의회에 보고하라는 요구도 추가된 내용이다. 한국군이 한미연합사령부로부터 전작권을 인수할 준비가 되려면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지, 그 조건을 한국군이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등이 의회가 알고 싶어 하는 것들이다. 전작권 이양 계획은 늦어도 이양되기 45일 전에는 의회에 통보돼야 한다.
공화당 강경파가 밀어붙여 하원안에 욱여넣은 '임신중지(낙태) 및 성전환자 치료 제한' 등 보수색 짙은 정책은 단일안에서 빠졌다. 원래 하원안에는 군인이 임신중지가 허용된 주(州)로 가 원정 시술을 받을 때 들어가는 비용을 국방부가 지원할 수 없다는 내용과 성전환자 대상 특수 치료나 다양성 가치 교육 프로그램에 정부 예산을 써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가장 논쟁적인 내용을 폐기해 연내 통과의 길을 텄다”고 평가했다.
NDAA는 내년도 국방 예산을 전년 대비 약 3% 증가한 8,860억 달러(약 1,161조 원)로 책정했다. 그중 헬기나 잠수함, 폭탄·로켓 같은 무기 구입 비용이 약 1,700억 달러다. 군인 급여는 5.2% 인상했다. 양원 군사위 위원장과 간사는 성명에서 “미국이 중국 이란 러시아 북한의 전례 없는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만큼 신속히 법안을 통과시키고 법안에 서명할 것을 의회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NDAA는 매년 상·하원이 각각 법안을 의결한 뒤 병합해 단일안을 도출하고, 이를 다시 양원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시키는 절차를 거쳐 제정된다. 하원과 상원은 지난 7월 14일, 27일 각각 자체 법안을 마련한 뒤 지금껏 단일화 협상을 해 왔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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