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 재용씨 불법 증여 의혹 토지 환수 길 열려
고 조비오 신부의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가 2019년 3월 광주지법에 출석하자 한 시민이 법원 앞에서 29만원과 전씨 얼굴을 그려넣은 펼침막을 들고 서 있다. 광주/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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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전두환씨 등 신군부가 주도한 군사 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 흥행으로 12·12군사반란 속 실제 인물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씨의 ‘미납추징금’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12·12 군사반란의 주역인 전씨가 2021년 숨지면서 남은 추징금 922억원의 환수가 힘들어진 가운데, 법원이 55억원을 국가가 추가 환수할 수 있다는 항소심 판결을 내놨다.
8일 서울고법 행정8-3부(재판장 신용호)는 교보자산신탁이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공매대금 배분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전씨 일가가 교보자산신탁에 맡긴 경기도 오산시 임야의 5필지 가운데 3필지의 매각 대금인 55억원을 전씨의 미납추징금 명목으로 검찰이 추징할 수 있는지 여부였는데, 법원이 정부 쪽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전씨 일가는 경기도 오산시 임야 부동산에 대해 교보자산신탁과 신탁계약을 맺고 소유권을 넘겼는데, 이 임야는 전씨의 처남 이창석씨가 전씨의 차남인 재용씨에게 불법 증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었다. 2013년 검찰은 해당 부동산을 불법 자산이라고 판단해 압류했고, 땅은 공매에 넘겨졌다. 전씨의 추징금 몫으로 75억6천만원이 배분됐지만, 교보자산신탁은 국가의 압류처분은 부당하다며 무효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5필지 중 3필지에 대해선 공매대금 배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각각 제기했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검찰 압류가 정당하다고 판결했고, 검찰은 우선 2필지 공매대금 20억5200만원을 국고로 귀속했다. 하지만 행정소송에 걸린 나머지 3필지는 환수되지 않았는데, 올해 1월 서울행정법원은 해당 필지에 대해 “오산시 부동산을 압류한 처분과 부동산 매각 대금 가운데 총 55억원을 세 차례에 걸쳐 서울중앙지검에 배분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항소심 법원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추징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검찰은 추가로 55억원을 환수할 수 있게 된다.
1997년 대법원은 내란·뇌물수수 등 혐의로 전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2205억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하지만 전씨가 추징금 납부를 미루면서 1283억원(58%) 정도만 환수된 상황이다. 922억원을 더 추징해야 하지만 전씨가 2021년 숨진 데다 관련 소송이 잇따르며 검찰은 환수에 어려움을 겪었다. 55억원을 추가로 환수해도 전씨가 내지 않은 추징금은 867억원에 이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씨의 불법 자산을 환수하기 위해 △몰수의 대상을 물건으로 한정하지 않고 금전과 범죄수익, 그 밖의 재산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 △추징금을 미납한 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그 상속재산에 대하여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범인 외의 자가 정황을 알면서 불법재산을 취득한 경우와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취득한 경우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등 ‘추징 3법’을 추진했지만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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