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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찬 세계관, 밋밋한 캐릭터···베일 벗은 넷플릭스 대작 ‘레벨 문’[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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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벨 문: 파트 1>의 한 장면. 우주 변방의 한 농촌 마을에 제국 ‘마더월드’의 특사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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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은 알겠다. 배경에 광활한 우주가 펼쳐진다는 것도, 액션이 화려한 것도 알겠다. 그런데 왜 이렇게 심드렁해질까. 넷플릭스가 ‘홀리데이 시즌’을 맞아 22일 공개하는 오리지널 SF 영화 <레벨 문: 파트 1 불의 아이> 이야기다. <300>, <맨 오브 스틸>의 잭 스나이더 감독이 야심차게 내놓은 대작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우주를 지배하는 포악한 왕이 있다. 이 왕은 ‘마더월드’라 불리는 제국에 살며 온 우주의 자원을 수탈한다. 어느 날 우주 변방 행성에 자리한 평화로운 농촌에 왕의 특사가 찾아온다. 그는 이곳 농부들이 반란군에게 농작물을 팔았다는 사실을 알고 모든 것을 파괴하려 한다. 위기에 빠진 마을을 위해 2년 전 이곳에 정착한 이방인 코라(소피아 부텔라)가 나선다. 비밀스러운 과거와 뛰어난 전투력을 지닌 그는 마더월드에 대항하기 위해 혁명군을 꾸리기 시작한다.

이번에 먼저 공개되는 파트 1에서는 코라가 마을을 떠나 우주 곳곳에서 활동하는 전사들을 한 데 모으는 과정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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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변방의 농촌 마을에 위기가 닥치자 2년 전 이곳에 정착한 코라(소피아 부텔라)는 혁명군을 조직하고 나선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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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문>에서는 잭 스나이더 감독이 창조한 우주 세계가 펼쳐진다. 뛰어난 시각특수효과(VFX)로 구현한 세계관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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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이 따로 없는 오리지널 영화다. 스나이더 감독은 대학생이던 30년 전부터 이 이야기를 구상해왔다. 감독은 작품의 세계관을 형상화한 그림 4000여 개를 직접 그렸고, 이는 대규모 프로덕션과 시각특수효과(VFX)를 통해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제작진은 약 2만㎡ 규모의 땅에 마을을 새로 짓는가 하면 언어학자와의 협업을 통해 3가지의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우주와 여러 외계 생명체들의 모습은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조선시대 전통 모자인 갓을 쓰고 쌍검을 휘두르는 검객 ‘네메시스’의 역의 배우 배두나도 한국 관객에게는 반가운 얼굴이다.

하지만 볼거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감독의 야심을 따라가지 못한다. 원작이 없다고는 하나 세계관을 떠받치는 설정이나 서사의 흐름에서 신선함을 느끼기는 어렵다. 주인공 코라를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들 역시 기존 SF 영화 속 여러 캐릭터들을 떠올리게 한다. 매력적이기보다 심상하다.

또한 수많은 등장인물을 경제적으로 설명하려다 보니 새 캐릭터의 등장과 이들의 능력을 보여주는 간단한 전투신, 이어지는 혁명군 합류의 패턴이 반복된다. 슬로우 모션으로 펼쳐지는 스나이더 감독 특유의 액션 신은 너무 과시적이어서 오히려 심드렁해진다. 러닝타임 내내 액션으로 몰아부치는 영화는 관객이 마음 붙일 캐릭터 하나 남기지 못한 채 끝나버리고 만다.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레벨 문: 파트 2 스카 기버>는 내년 4월 공개된다. 마더월드에 대한 혁명군의 저항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파트 2가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만회할 수 있을까. 적어도 1편을 도움닫기 삼기는 어려울 듯 하다. 러닝타임 1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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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묵한 여성 검객 ‘네메시스’(맨 왼쪽)는 한국 배우 배두나가 연기한다. 네메시스는 조선시대 전통 모자인 ‘갓’을 쓰고 쌍검을 휘두른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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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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