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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갑질 인식조사’ 분석해보니…국민 4명 중 1명 당했다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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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실 ‘갑질 인식조사’ 분석 결과

응답자 79% “심각하게 인식”

10명 중 3명 “처벌 강화해야”

21% “학부모 갑질 직접 겪거나 목격”

87.4%가 “갑질 당해도 신고 어려워”

“피해·신고자 보호 강화 필요” 목소리

#1. 직장인 A씨는 회사 회식자리에 지각했다 임원으로부터 ‘어떻게 회식에 지각할 수 있냐’는 질책을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임원은 술을 많이 시켜놓고는 회식자리가 파할 무렵 남은 술을 전부 A씨가 마시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A씨는 술이 약했음에도 구역질을 참고 꾸역꾸역 남은 술을 마셔야만 했다.

#2.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부서 내에서 회식비 명목으로 매달 몇만원씩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B씨가 회식에 참여하지 않고 회식비를 내지 않자 부서장은 이를 빌미로 B씨를 질책하고 다시 이 문제로 말이 나올 경우 타부서로 전출 보내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A씨와 B씨처럼 직장 내 회식 관련 갑질 사례를 지난 15일 공개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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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4명 중 1명이 최근 1년 이내에 갑질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민 10명 중 8명은 우리 사회의 갑질 문제가 심각하다고 봤다.

국무조정실이 만19∼69세의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0일 발표한 ‘2023 갑질 인식 조사 분석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갑질 심각성에 대해 응답자의 79.4%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갑질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2018년 90%에서 2019년 86%, 2020년 83.8%, 2021년 81.9%, 지난해 79.2%로 매년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심각하다는 응답률이 근소하게 높아졌다.

최근 1년 이내에 갑질 피해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25.7%가 ‘경험했다’고 답했다. 최근 갑질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2021년 27.3%에서 지난해 26.1%, 올해 25.7%로 3년째 근소하게 하락했다.

갑질이 발생한 관계는 ‘직장 내 상·하급자 관계’가 36.1%로 가장 많았고 ‘본사·협력업체 관계’(19.7%), ‘상품매장 등 서비스업 이용자와 종사자 관계’(14.7%), ‘공공기관 근로자와 민원인 관계(14.5%)’ 등이 뒤를 이었다. 갑질의 형태는 부당한 업무지시(43.4%), 폭행·폭언 등 비인격적 행위(32.7%), 불리한 계약조건 강요(27.6%), 사적 용무 지시(21.3%) 순으로 많았다.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갑질과 같이 최근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된 유형의 갑질을 본인 또는 주변인이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20.8%가 학부모에 의한 갑질을 당했다고 답했고 15.2%가 원청업체로부터의 갑질을, 11.6%가 가맹본부의 대리점 대상 갑질을 당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시중은행의 소상공인에 대한 갑질, 학교 교장의 교사 상대 갑질 등 다양한 유형의 갑질 경험이 고르게 분포되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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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이 발생했을 경우 신고가 용이한가에 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87.4%가 신고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 35.4%는 신고가 매우 어렵다고 답했고 52%는 신고가 대체로 어렵다고 답했다. 신고하기 대체로 쉽다는 응답과 신고하기 매우 쉽다는 응답은 각각 6.7%와 3%에 그쳤다. 신고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는 피해자 중심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12.6%가 신고자 보호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고 11.8%는 신고자 익명 보장을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답했다. 신고에 따른 불이익을 해소해줘야 한다는 답변도 6.4%였다. 갑질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신고 관련 제도 및 법령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각각 6.4%와 5.3%로 나타났다.

정부의 갑질 근절 노력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인 49.8%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가 갑질 문제 개선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할 부분으로는 ‘갑질에 대한 처벌 강화(30.8%), 제보자·피해자에 대한 보호 강화(26.1%), 관련 법·제도 개선(16.4%), 갑질 근절 캠페인 및 홍보 강화(9%), 갑질 신고절차 등 개선(8.9%) 등이 꼽혔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그동안 정부가 우리 사회 내 갑질 근절을 위해 대책을 수립하고 규정과 제도를 정비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여전히 상당수 국민은 직간접적으로 갑질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갑질은 피해자 개인에게 심적 고통을 안겨주고 직장 내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회사와 단체, 나아가 우리가 속한 모든 공동체의 유지·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장애요인이라는 점에서 갑질 근절은 결코 소홀히 할 수도 없고 소홀히 해서도 안 되는 과제”라고 덧붙였다. 방 실장은 특히 “정부는 이번 조사에서 제시된 ‘갑질 신고를 쉽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는 한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명시하는 내용의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등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18년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마련한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시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2%포인트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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