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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17년째 노숙인 밥 짓는 목사, 새해인사는 “굶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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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백점규 목사가 지난달 30일 2023년 마지막 저녁 무료급식을 준비하고 있다. 손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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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6시 수원시 교동의 한 연립주택에 있는 노숙인 생활시설 ‘낮은둥지쉼터’ 부엌. 올해 마지막 노숙인 무료 급식을 준비하는 백점규(70) 목사의 양파 다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쉼터에서 생활하는 노숙인 7명과 함께 2007년 8월부터 17년째 수원역에서 매주 화~토요일 주 5회 무료 저녁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백 목사는 “17년 전 수원역에서 무료 급식차에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가는 걸 보고 내가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은 뒤 시작한 일”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지만 이제 길어야 5년 정도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백 목사의 저녁 무료 급식소는 노숙인들 사이에서 ‘무료 급식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 이날도 수원역 급식시설 앞엔 배식 40분 전인 오후 7시쯤부터 수십명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울역과 노량진역에서 1호선을 타고 내려온 노숙인부터 평택역과 오산역에서 올라온 노숙인까지 약 150명이 그를 기다렸다. 급식용 대형 밥솥 4개와 두부 된장찌개 국통 2개, 물미역 무침과 마늘·깻잎 장아찌, 총각김치, 오이고추에 고추장을 배치했다. “배식을 시작합시다”라는 안내에 맞춰 노숙인들이 배식 창구로 다가왔다.

백 목사는 “13살 때부터 소년원에 들락거려 초등학교밖에 졸업을 못 했다. 1976년엔 폭력조직에 가담했다가 순천교도소에 수감됐고 또 싸우다 죽을 만큼 다치는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때 새 삶을 살기로 다짐했고 검정고시와 신학대학을 7년 만에 마쳤다. 그 이후부터 가장 벼랑 끝에 있는 노숙인을 위한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날 노숙인들에게 건넨 그의 새해 인사는 “굶지 말자”였다. 백 목사는 식사를 마친 노숙인들의 가방을 열어 빵 꾸러미를 넣어주며 “새해 첫날부터 굶으면 안 돼. 겨울이 가면 따뜻한 봄이 올 거야”라고 격려했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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