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023년 7월21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고인이 된 교사 ㄱ씨 추모공간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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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초등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른바 ‘연필 사건’에 연루돼 ‘갑질’ 의혹이 일었던 학부모가 현직 초등 교사를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고소한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호소했다.
8일 조 교육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경기 안산 단원 경찰서에 송부한 의견서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앞서 지난해 7월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2년차 교사 ㄱ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ㄱ씨는 숨지기 전 학교에 10차례 업무 상담을 요청했는데, 상담을 요청한 기록에 ‘연필 사건’이 언급되어 있다. 기록에는 ‘연필 사건이 잘 해결되었다고 안도했으나,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서 놀랐고 소름 끼쳤다고 말했다’고 적혀 있었다. ㄱ씨의 동료 교사는 서울교사노동조합에 ‘연필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ㄱ씨에게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2023년 7월26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 교사 ㄱ씨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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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같은 해 9월 ‘연필 사건’에 연루된 학부모는 누리꾼 20여 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런데 고소당한 이들 가운데 사건 초기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부모의 폭언이 있었다’는 내용의 글을 남긴 현직 초등 교사가 포함됐으며 이 교사가 지난해 12월28일 경기 안산 단원경찰서의 소환 조사를 받은 사실이 최근 전해졌다. 이에 초등교사노동조합은 지난 2일 성명에서 “특정 학부모의 교사 괴롭힘 의혹은 교육부-서울시교육청 합동조사, 경찰의 중간발표, 여러 방송사에서도 다각도로 발표·보도되었는데 왜 일개 교사만이 고소 대상이어야 하냐”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조 교육감 역시 의견서에서 “‘연필 사건’이 부각되면서 연루된 학부모가 가해자인 것처럼 인식되었던 저간의 사정으로 인해 이런 고소를 하게 됐다고 생각하며 학부모의 애로도 이해한다”면서도 “이번 고소는 바람직하지 않고, 회복되어가는 교육공동체의 갈등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고소당한 교사는 ‘ㄱ씨가 학교에서 사망한 경위가 묻히면 안 된다는 인식만 있었을 뿐, 학부모를 비방할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진술하는 것으로 안다”며 “ㄱ씨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들에 대해 격정적인 표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특정 학부모에 대한 공격, 비난, 의도적인 명예훼손 의도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교육감은 “학부모가 고소를 취하해 사건의 아픔을 과거의 기억으로 만드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그렇게 호소하고 싶다”고 밝히며 경찰에도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판단을 당부했다.
한편, 지난해 여름 교권 회복 시위를 주도한 교사들의 모임인 전국교사일동은 ㄱ씨가 생전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 재수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경찰은 “사망 동기로 제기된 학부모의 지속적 괴롭힘 등이 있는지 면밀히 조사했지만 동료 교사와 학부모 조사 등에서 관련 정황 및 범죄 행위로 볼 만한 내용을 발견하기 어려웠다”며 사건을 무혐의 종결한 바 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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