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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쿠팡, LG생활건강과 거래 재개…‘갑질’ 판결 일주일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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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쿠팡 본사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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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그동안 납품단가 관련 갈등을 빚으며 배송을 중단했던 엘지(LG)생활건강과 거래를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 2019년 4월, 쿠팡이 엘지생활건강 제품에 대한 로켓배송을 중단한 지 약 4년 9개월 만이다. ‘공정위 신고’와 ‘배송 중단’ 등 생활용품 제조업체 엘지생활건강과 온라인 유통업체 쿠팡 간 극한 대결이 마무리됐다.

12일 쿠팡과 엘지생활건강의 말을 종합하면, 소비자들은 이달 중순부터 쿠팡 로켓배송을 통해 엘라스틴, 페리오, 코카콜라, 차앤박(CNP) 등 엘지생활건강 상품들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쿠팡 쪽은 “고객을 위해 엘지생활건강과 거래 재개를 위한 협의를 지속해왔다”면서 엘지생활건강의 오휘, 숨37, 더후 등 럭셔리 뷰티 브랜드로 새로 ‘로켓럭셔리’ 품목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엘지생활건강 쪽도 “앞으로 고객이 좋은 품질의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마케팅 활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의 거래 재개는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높아지는 것이 부담스러운 쿠팡과 매출 감소에 처한 엘지생활건강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불공정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강력한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를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엘지생활건강은 2019년 5월 쿠팡이 자신의 경쟁업체에 제공하는 납품가를 공개하라는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했다며 공정위에 쿠팡을 신고한 바 있다. 공정위는 2021년 8월 쿠팡이 납품업체에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쿠팡은 이에 불복해 2022년 2월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선고일은 이달 18일이다. 쿠팡으로서는 지배적인 플랫폼 사업자로 낙인찍힐 수 있는 판결을 일주일 앞두고 엘지생활건강과 거래 재개를 택한 셈이다.

유통업계에선 쿠팡이 애초 강경한 태도를 바꿔 적극적으로 엘지생활건강과의 협상에 나섰다고 전했다. 지난해 1월부터 거래 재개 협상을 해오다 최근 들어 쿠팡이 납품 수수료 등 조건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협상에 급물살을 탔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가 거세진 것도 쿠팡의 위기의식을 부채질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엘지생활건강 역시 2001년 엘지화학에서 분사한 뒤 지난해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하는 등 최근 실적이 좋지 않다. 엘지생활건강 공시 자료를 보면, 2023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5조2376억원, 영업이익은 4322억원으로 전년에 견줘 각각 1403억원, 1500억원 감소했다. 중국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국내 1위 온라인 유통업체에 납품을 못 하는 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쿠팡과 ‘일전’을 지시했던 차석용 전 엘지생활건강 부회장도 지난 2022년말 물러났다.

두 회사가 거래를 재개하면서, 유통 업계에선 쿠팡과 여전히 갈등 중인 씨제이(CJ)제일제당의 움직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22년 11월 쿠팡이 햇반·비비고 등 씨제이제일제당 상품의 발주를 중단하면서 시작된 ‘햇반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씨제이제일제당은 신세계·네이버 등 다른 유통사와 협업해 ‘반 쿠팡 연대’ 전선을 만들었으며, 최근엔 자체 온라인몰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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