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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급성으로 진행되는 1형 당뇨, 다갈·다뇨·다식 증상 땐 위험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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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형 당뇨병 A to Z

중앙일보

도움말=이예나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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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충남 태안에서 한 부부와 1형 당뇨를 앓는 9세 딸 등 일가족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딸이 수년간 당뇨를 앓아 오면서 너무 힘들어해 마음 아프고 경제적 어려움도 컸다는 내용이 유서에 담겼다. 이를 계기로 1형 당뇨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환자와 가족의 고충은 잘 알지 못한다. 2형 당뇨와는 발병 기전부터 다른 1형 당뇨의 면면을 짚어봤다.



1. 더 이상 ‘소아당뇨’ 아니다



여전히 1형 당뇨병을 ‘소아당뇨’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 1형 당뇨병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췌장의 베타 세포, 즉 인슐린 분비 세포를 공격하는 항체가 자가면역 기전으로 생기면서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인슐린 의존성 당뇨’라고 부른다. 반면에 2형 당뇨병은 포도당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인슐린이 아무리 분비돼도 제 기능을 못 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 상태다. ‘인슐린 저항성 당뇨’가 바로 2형 당뇨다.

물론 예전에는 소아가 당뇨병 환자라고 하면 십중팔구 1형 당뇨병이었다. 하지만 소아 비만이 늘고 사춘기가 빨라지면서 2형 당뇨의 발병 시기도 앞당겨졌다.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10세 미만의 경우 여전히 1형 당뇨 환자가 많지만(1형 726명, 2형 269명), 10대는 2형 당뇨 환자가 1형 당뇨 환자의 2.72배(1형 3215명, 2형 8747명)에 달한다. 게다가 1형 당뇨는 어렸을 때만 발병하는 게 아니라 성인이 된 후 발병하는 경우도 많다.



2. 코로나 이후 환자 늘었다



최근 10년간 20세 미만의 1형 당뇨 환자 수가 이례적으로 증가한 두 구간이 있다. 2011년과 2021년이다. 이 사이에는 매년 소폭 증감하면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진 않았다. 하지만 2021년의 경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어린 시기에는 바이러스 등 외부 병원체와 자연스럽게 접촉하면서 면역계의 체계가 잡혀가게 되는데, 코로나 시국에는 손씻기, 마스크 착용 등 철저한 개인 방역 활동으로 인해 이런 과정을 겪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시기엔 감기 발병률이 급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면역계가 오히려 자가면역 쪽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2011년은 신종플루가 창궐한 직후다.



3. 2형 당뇨보다 위험할 수 있다



1형이든, 2형이든 당뇨병은 철저하게 혈당을 관리해야 한다. 우선 1형 당뇨는 급성으로 진행된다. 췌장 세포가 손상되면서 췌장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당뇨가 발병하기까지 1~2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소아의 경우 부모가 아이의 증상과 변화를 눈여겨봐야 한다. 대표적인 증상은 3P라고 해서 다갈(polydipsia), 다뇨(polyuria), 다식(polyphagia)이다. 갈증을 호소하며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많이 자주 보며 많이 먹는다. 다뇨증으로 밤에 실수하기도 한다. 여기에 많이 먹는데도 체중이 계속 감소하면 의심해 봐야 한다.

또 합병증 위험이 크다. 어렸을 때 발병하면 유병 기간이 길어지게 되는데, 고혈당에 노출된 기간이 길어질수록 당뇨 합병증 위험은 커진다. 8세 때 진단받은 경우 20년간 고혈당에 노출돼도 고작 28세다.



4. 소아 환자 부모는 맞벌이 어렵다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느 정도 맞는 얘기다. 1형 당뇨 환자는 혈당 관리를 위해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모자란 인슐린을 체외 공급하는 것이다. 혈당을 제대로 조절하려면 하루에 4번 이상 주사해야 한다. 스스로 주사를 놓을 수 있는 시기는 통상적으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나서다. 그 전에는 누군가가 주사를 놔줘야 한다. 근데 학교에서 부모 대신 주사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환자 부모들은 말한다. 간호사 면허를 소지한 보건교사가 학교에 있어도 현실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가 직접 때마다 학교를 찾아가 아이에게 직접 주사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이런 환경에서 부모 중 한 명이 아이의 혈당 조절을 전담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비교적 흔하다.



5. 예방 가능한 시대 올 수 있다



1형 당뇨의 경우 현재로선 인슐린 주사를 제때 잘 맞는 것이 최선의 관리법이다. 그런데 의학이 발전하면서 패러다임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발병 전 췌장 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한 사람을 미리 선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방향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1형 당뇨 고위험군의 질환 발생을 늦추고 베타 세포 기능을 개선하는 치료제가 2022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기도 했다. 1형 당뇨 발병을 지연시키는 약이다. 관련 연구가 계속 진행되면 차후에는 예방 가능한 시대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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