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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후보 셀린 송 감독 “‘기생충’ 이후 할리우드가 마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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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상 받으면 당연히 좋겠죠. 하지만 데뷔작으로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 진짜 영광이어서 충분히 행복합니다.”

연출·각본 데뷔작인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셀린 송(36·사진) 감독은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영화에 쏟아지는 찬사에 대해 “꿈만 같고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송 감독의 첫 작품인 이 영화는 내달 열리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이미 미국감독조합(DGA) 신인감독상, 전미비평가협회 작품상, 고섬어워즈 최우수작품상 등 각종 영화상으로 ‘75관왕’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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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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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일 개봉하는 이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방한한 송 감독은 시작할 때 흥행 여부를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연극을 10년 넘게 했는데 연극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볼까’ 생각하고 하지 않는다”며 “영화도 그런 생각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12살에 북미로 이민 간 나영과 한국에 남은 해성이 24년간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인연을 이어오며 겪는 삶을 그린다. 송 감독은 “어느 밤 뉴욕의 바에 앉아서 제 미국인 남편과 어린 시절의 한국친구 사이에서 통역을 했다”며 “그 순간 제가 두 언어뿐 아니라 내 안의 정체성·역사를 넘나들고 있구나, 내 과거·현재·미래와 술 마시고 있구나’ 생각돼 영화로 만들고 싶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정도는 성과는 예상 못했다”며 “세계적으로 정말 많은 관객이 ‘나도 그렇게 느껴봤다, 그런 인연이 있었다’고 얘기해준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영화 ‘미나리’ 등 한국계 이민자를 다룬 작품이 호평 받는 데 대해 “터닝포인트가 기생충”이라며 “봉준호 감독의 자막에 대한 언급이 굉장히 임팩트 있었고 그 후 글로벌하게 (다른 언어 영화에) 마음을 연 걸 직접 느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2020년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송 감독은 “‘기생충’ 전에는 제 시나리오에 대해 ‘(한국어) 자막 때문에 괜찮을까’라고들 했는데 ‘기생충’ 이후로는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이민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그 자체가 보편적 얘기가 되고 있어요. 꼭 나라나 언어까지 바꾸지 않아도 다들 이사를 많이 다니고 다른 도시로 옮기고 인생을 바꾸는 일이 많아지기에 이민자 얘기가 더 이상 이민자들만의 얘기라 생각하지 않아요.”

송 감독은 영화 ‘넘버 3’(1997) 등을 연출한 송능한 감독의 딸로, 한국에서 태어나 12살에 캐나다로 이민 갔다. 그는 “아빠랑 저랑 너무 다르다”며 “관객이 ‘넘버 3’를 생각하고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러 오시지 않았으면 한다”고 웃었다. 그는 한국에서 영화를 찍은 경험에 대해 “특별히 감명 깊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1년에 와서 한국 장면을 찍었는데 조명감독님은 저희 아빠 강의를 들은 학생이었고, 다른 스태프들도 아빠 영화를 좋아하거나 강의를 들어봤거나 아빠를 만나본 분들이었다”며 “한국의 젊은 영화인들을 만날 수 있던 것도 감명 깊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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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M 제공


이 영화에서는 두 남녀가 12년 간격을 두고 연락하고 끊어지기를 반복한다. 시간·장소에 따라 인연이 엇갈린다. 송 감독은 “이 영화는 우리가 더이상 12살이 아니어도 그 12살이 사라진 건 아니고 누군가는 그때를 기억하고 사랑해준다는 얘기라 (어른과 아이의) 공존이 중요했다”고 했다. 그가 남녀 주인공으로 유태오와 그레타 리를 선택한 이유다.

“서른 명 정도의 배우를 만났는데, 유태오 배우가 마지막이었어요. 이 배우가 들어오자마자 ‘이 사람이 맞는 것 같다’ 싶었어요. 그의 안에 어린아이와 어른이 함께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어린이 같고 어찌 보면 다 큰 어른 같은 모습이 있어야 했어요. 그 모순에 대한 영화이기에 중요했죠. 유태오 배우가 오자마자 ‘안녕하세요’하고 웃는데 진짜 어린애 같았어요.”

이 작품은 기예르모 델 토로, 크리스토퍼 놀란 등 거장 감독들의 찬사를 받았다. 델 토로 감독은 “지난 20년간 본 최고의 장편 데뷔작, 정교하고 섬세하며 강렬하다”라고 했다. 함께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오펜하이머’의 놀란 감독 역시 최근에 본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이 작품을 꼽으며 “섬세하게 아름다운 영화”라고 표현했다.

송 감독은 “영화제 등에서 다른 감독들과 만나면 ‘이런 부분이 좋았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며 “언제나 그 분들이 같은 얘기를 하는데 ‘중요한 건 결국 영화’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기예르모 감독이 항상 하는 말이 ‘잇츠 올 어바웃 워크(It’s all about work)예요. 드레스 입고 시상하고 레드카펫도 하지만 중요한 건 영화 자체, 관객을 위해 어떤 영화를 만드느냐 그것 밖에 중요한 게 없다는 말이죠.”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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