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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주한미군 2만8500명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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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집권시 美국방장관 거론 크리스토퍼 밀러 인터뷰]

“韓안보 더이상 美의존 필요 없어

트럼프 집권 당시 감축 얘기 나와

北 제재완화-핵협상 검토해볼만”

동아일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시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직무대행이 13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아미 네이비 클럽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밀러 전 대행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주한미군 감축 논란을 언급하며 “한국이 여전히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을 필요로 하는지 솔직하게 얘기할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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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여전히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을 필요로 하는지, 아니면 변화가 필요한지 솔직하게 얘기할 때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차기 행정부에서 국방장관 후보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직무대행(사진)은 13일(현지 시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은 ‘기적’(경제 발전)으로 인해 더 이상 무기 체계나 안보 지원을 미국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얘기가 나왔던 것을 기억할 것”이라며 “한미 관계가 좀 더 평등해질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라고 덧붙였다.

밀러 전 대행은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주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정부 정책 과제를 집대성한 ‘프로젝트 2025’ 보고서의 국방 분야를 집필했다. 다만 그는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개인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밀러 전 대행은 미국의 핵우산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미 관계를 재설정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과 관련해선 “미국은 현재 한국에 대한 핵우산 공약에 전념하고 있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다면 과거 논의 불가로 여겨졌던 여러 분야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밀러 전 대행 측은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해온 동맹의 힘에 의한 대북 압박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밀러 전 대행은 북핵 동결과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북-미 협상 가능성에 대해 “제재 완화(reducing)를 바탕으로 한 북핵 협상은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미국 일각에서 제기된 북-미 군축협상론에 대해서도 “나는 ‘왜 안 되느냐(Why not)?’라는 의견에 찬성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을 용인한다는 우려에도 비핵화 협상 시작을 위해 군축협상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북핵은) 이미 호리병 밖으로 빠져나온 지니(genie out of the bottle)처럼 보인다. 이제 기대가 아니라 현실에 기반을 두고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美-北 군축협상 안될건 뭔가… 북핵은 호리병 빠져나온 지니”

[‘트럼프 2기 국방정책 보고서’ 총괄집필 크리스토퍼 밀러 인터뷰]
지난 30년간 北 억제 못한게 현실
북핵 협상 위한 제재완화 검토해야… 한국정부 좀더 폭넓은 시각 필요
주한미군 ‘인계철선’ 역할 바꿀 시점… 한국 자체 핵무장 말할 단계 아니다


동아일보

“(북핵은) 이미 호리병 밖으로 빠져나온 지니(genie out of the bottle)처럼 보인다. 이제 기대가 아니라 현실에 기반을 두고 협상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밀러 전 미 국방장관 대행은 13일(현지 시간) 워싱턴 아미 네이비 클럽에서 진행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거인 마법사 ‘지니’가 호리병을 빠져나온 후로 다시는 스스로 호리병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이끌어내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미 일각에선 북핵 용인에 대한 우려에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시작하려면 군축협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밀러 전 대행은 “나는 ‘왜 안 되느냐(Why not?)’라는 의견에 찬성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이 북한에 대한 재래식 방어를 주도해야 한다고 했는데….

“미군의 한국 주둔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의 남침을 막기 위한 인계철선(trip wire) 역할이었다. 현재 한국의 경제 발전으로 상호 협력의 성격이 바뀔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이제 한국은 미국의 무기 체계나 안보 지원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시작으로 한미 관계를 더욱 확고하게 평등한 파트너십(equal partnership)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현재 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얘기가 나왔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현재 한미 관계는 좀 더 평등해질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 한국이 여전히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을 필요로 하는지, 아니면 변화가 필요한지 솔직하게 얘기할 때가 됐다.”

―주한미군이 중국 등 역내 위협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중국공산당의 부상이 아시아에서 집단방위 체제 구축에 대한 인식을 끌어내는 동력이 되고 있다. 주한미군이 그 일부가 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주도하기보다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요 동맹국인) 호주와 뉴질랜드, 일본, 한국을 지원하는 역할이어야 한다.”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비롯한 미국의 확장억제는 계속 강화돼야 한다고 보나.

“한국과 일본 등은 엄청난 군사적 자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확장억제에서도 미국은 주도하는 게 아니라 지원하는 역할이어야 한다. 미국이 동맹에게 제공해야 할 핵심적인 도구는 정보력과 외교력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다면 한미 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며, 확장억제를 포함해 양국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사안이 무엇일지 들여다봐야 한다.”

밀러 전 대행 측은 인터뷰 이후 추가 질의에 “헤리티지재단의 ‘프로젝트 2025’에선 핵우산 현대화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핵우산과도 연관된 것”이라며 “한국의 자체 핵무장 문제에 대해 아직 얘기할 단계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후 한국 자체 핵무장에 대해 논의할 여지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다면 과거 논의 불가로 여겨졌던 여러 분야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북핵 동결과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북-미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정권이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권위주의 정권은 이게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그 레드라인도 설정하지 못했고, 왜 북한이 정권 파괴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을 기꺼이 저지르려고 하는지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라. 지금 방식은 잘 작동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제재 완화(reducing)를 바탕으로 한 협상은 검토해 볼 만하다.”

―미 일각에서 북한과 군축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북핵은) 이미 호리병 밖으로 빠져나온 지니처럼 보인다. 이제 우리는 기대가 아니라 현실에 기반을 두고 협상해야 한다. 군축협상에 대해서도 ‘왜 안 되느냐’라는 의견에 찬성하는 편이다. (핵)기술이 이미 확산됐고, 대화가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다. (군축협상은) 선택 가능하고, 더 효과적으로 (북한과) 의사소통을 시작할 수 있다면 단점이 뭐가 있겠는가.”

―북핵을 용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협상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 권위주의 정권에는 새로운 현실을 만들 수 있다. 지난 30년간 우리는 북한을 억제하지 못했다. 그게 현실이다. 과도한 우려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다만 이는(협상 가능성은) 한국에 달려 있다. 한국 정부가 좀 더 폭넓은 시각을 갖는다면 미국도 환영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다면 한국에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할 것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미국의 방위산업 기반이 대규모 전쟁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미국은 방위산업 기반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전 세계에서 (미국의) 재무장을 지원할 역량을 갖춘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한국이 방위산업 협력 등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갈망(hunger)이 있으며, 이는 한미 관계를 동등한 관계로 재설정하는 논의의 일부가 될 것이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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