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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의학계의 주요한 화두는 노쇠다. 신체·정신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져 정상적인 독립생활이 힘든 상태를 말한다. 요즘 이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떠오른 것이 ‘구강 노쇠’다. 말 그대로 구강 기능이 저하된 경우다. 전신 노쇠의 방아쇠 격으로 노년기 영양 상태를 좌우해 전신 노쇠의 발생·악화를 유발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구강은 기본적으로 음식을 먹고 소화하는 영양 공급 단계의 출발점이다. 음식을 잘 씹어 삼킬 수 없는 사람은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이나 미량 원소 공급에 차질이 생겨 전신에 악영향을 준다. 구강 기능 저하를 방치하면 결국 영양 불량→근감소증 유발?입원·장애 증가→이른 사망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또 발음을 구사해 의사소통하거나 원활한 호흡을 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얼굴 외형의 변화를 부추겨 삶의 질에 타격을 준다.
아직은 국내에서 개념과 진단 기준이 명확히 자리 잡지 않았지만, 주로 ▶구강 위생 불량 ▶구강 건조 ▶교합력 저하 ▶혀의 근력 저하 ▶저작 능력 감소 ▶삼킴 기능 저하 가운데 두 가지 이상에 해당할 때 구강 노쇠 상태로 판단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강경리 교수는 “65세 이상 노인 2011명을 3년9개월간 추적 조사한 일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구강 노쇠로 진단된 노인은 건강한 노인보다 전신 노쇠는 2.4배, 근감소증은 2.2배, 장애 발생은 2.3배, 사망률은 2.2배 높았다”며 “많은 연구에서 공통으로 불량한 구강 건강이 전신 노쇠의 시작을 미리 알리는 지표로 지목됐다”고 설명했다.
구강 기능이 떨어졌다면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관리에 나서는 게 최선이다. 강 교수는 “씹기가 어렵고, 음식을 잘 흘리며, 말이 어눌하거나, 입 안이 건조하다고 느끼면 즉시 이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와 운동을 시작해 구강 노쇠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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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상태 확 나빠져 근감소증 2.2배
고령자 중에선 치아가 몇 개 빠져 있는 경우가 흔한데 이땐 치아 상실을 메우는 치료가 급선무다. 환자 상태에 맞게 틀니를 끼거나 임플란트를 심어 잔존 치아 개수를 적정 수준으로 늘려야 저작력·교합력을 키울 수 있다. 혀·입술·뺨처럼 저작·삼킴 기능과 관련 있는 부위를 자극하는 운동 요법도 도움된다. 위아래 입술을 잡고 늘리거나 혀를 전방·상방·측방으로 움직이는 체조를 반복한다. 또한 뺨 쪽에 따뜻한 타월로 온열 자극을 가해 안면 전체의 혈류를 좋게 한 다음 개구·폐구와 아래턱의 전진·후퇴·좌우 운동을 시행한다.
타액은 구강 조직이 정상 기능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며 구강 내 질병 발생을 억제한다. 타액 분비가 적으면 점막 질환과 치아우식증, 구취로 이어지기 쉽다. 치아 표면이 부식돼 치아가 얇아질 수 있으므로 평소 불소치약을 사용하거나 치과에서 정기적으로 불소 도포 치료를 받아 이를 예방해야 한다. 심하다면 필요에 따라 타액 대용 물질이나 윤활제, 인공 타액을 사용할 수 있다. 일상에선 수분 많은 과일과 채소를 자주 먹는 게 좋다.
침샘 마사지도 타액선 기능의 퇴화를 막는 방법의 하나다. 귀밑과 턱밑에 위치한 침샘을 자극해 침 분비를 활성화하고 침샘 기능이 약해지는 것을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 특히 아침저녁으로 식사 전에 귀밑과 턱밑을 마사지하는 것이 좋다. 귀밑 부분에 손가락을 대고 뒤에서 앞쪽으로 밀어내듯 원을 그리며 마사지한다. 턱밑은 엄지손가락으로 귀 뒤에서부터 턱밑 부위까지 쓸어내리듯 마사지하는 식으로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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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으로 틀니 조정, 잇몸 점검을
무엇보다 치주염 관리와 치아 우식을 예방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치과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주기적으로 치과 검진과 구강 관리를 받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사망률과 장기요양 이환율이 현저히 낮으며 치매 발생률도 감소한다. 강 교수는 “치과 의사와 전 국민이 구강에 더욱 관심을 두고 건강관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65세 이상이면 치아가 아프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치과에 서 구강 건강 점검을 받아볼 것을 추천한다”고 당부했다.
평소 위생 관리는 구강 노쇠 예방의 필수다. 가장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 정확한 칫솔질이다. 정확한 칫솔질은 입 안에 노출된 모든 치아 면을 닦는 것으로 일반 칫솔로 닿기 힘든 부위는 치간칫솔과 치실을 활용해 최대한 닦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틀니 관리도 핵심적인 예방책이다. 틀니를 사용하다 보면 틀니와 잇몸 사이에 헐거워진 틈이 생길 수 있다. 일찍 발견해 개선하지 않으면 세균이 증식해 염증이 발생하거나 음식을 씹는 힘이 한쪽으로 쏠려 잇몸에 변형이 올 수 있다. 3~6개월 단위로 검진을 받아 틀니 상태를 조정하고 잇몸 건강을 점검하는 게 좋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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