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핫플을 가다] ⑧ 서울 마포갑
서울 마포갑 총선에 나서는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왼쪽사진)와 이지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역에서 유세하며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조정훈·이지은 후보 측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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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벨트에 속하는 서울 마포갑은 4월 총선에서 대표적인 ‘스윙 보터’ 지역으로 꼽힌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선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마포갑 7개 동에서 전부 이겼지만, 2022년 대선에서는 반대로 윤석열 대통령이 모든 지역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꺾었다.
민주당은 ‘미니스커트 여경’으로 유명세를 탄 이지은 전 총경을 내세웠다. 이 지역에서 4선을 지낸 노 의원은 공천에서 컷오프(공천배제)됐다. 국민의힘은 시대전환 출신인 조정훈 의원(비례)을 공천했다. 이 후보나 조 후보 모두 지역 주민들에겐 낯선 얼굴이다. 녹색정의당 김혜미 후보, 개혁신당의 김기정 후보도 출마했다. 민심은 출렁이는데, 변수는 많다.
마포갑 지역 현안은 재개발이다. 2003년 아현뉴타운 지정 이후 곳곳에 대단지 신축 아파트가 들어섰다. 사업 추진을 기다리는 곳도 여전히 많다. 영화 <기생충> 슈퍼 촬영지로 유명한 아현동 699번지 일대, 아현1구역이 대표적이다.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등 곳곳에 솟은 고층 아파트들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탓에 이곳 노후 빌라촌 주민들의 박탈감은 더 크다. 동네 주민 김모씨(60·여)는 “재개발 이야기가 나온 지 20년은 된 거 같은데 아무도 신경을 안 쓴다”면서 “애 아빠하고도 이미 이야기를 다 했다. 이번엔 무조건 재개발 힘쓰는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개발은 역시 여당 후보가 더 잘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영화 <기생충> 촬영지로 유명한 아현동 슈퍼. 지역 재개발 관련 현수막이 붙어있다. 심진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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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사업이 마무리된 곳들 역시 여권에 우호적인 목소리가 다소나마 더 많이 들렸다. 중산층 인구가 새로 많이 유입되면서 과거보다 보수화됐다는 설명이다. 아현동 아파트 주민 A씨(52·여)는 “다른 건 모르겠고, 정권 바뀌면서 종부세 부담이 많이 줄었다. 나는 여당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적이라는 이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50대 남성 오모씨는 “세금 좀 줄긴 했지만, 먹고 사는 건 여전히 팍팍하다”며 “경제는 여전히 개선이 안되고, 정치는 오히려 과거로 회귀한 거 같다. 정권 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라는 최모씨(52·여)는 “여당 쪽이긴 한데 의사들하고 싸우는 거 보면 대통령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마포갑에서 아현·도화동이 보수 강세 지역이라면, 염리·대흥동은 민주당의 표밭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염리동에서 18%포인트, 대흥동에서 15%포인트 이상으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을 이겼다. 신혼부부 등 젊은 층 인구가 특히 많은 지역이다. 염리동 한 놀이터에서 딸의 그네를 밀어주던 김시훈씨(38·남)는 “무조건 민주당이다. 고민 안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공화국’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말했다. 대흥동 주민 현모씨(64·여)는 윤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을 거론하며 “기가 막힌다”고 웃었다. 그는 “물가 때문에 난린데 그걸 말이라고 하는지 어이가 없더라”고 했다.
이 지역 또다른 주요 이슈는 교육이다. 젊은 층이 늘면서 그만큼 자녀 교육 수요가 커졌다. 공덕역에서 대흥역으로 이어지는 대로변을 따라 강남 대형 학원들의 분점들이 즐비하다. 조 후보도, 이 후보도 ‘교육특구’ 공약을 내걸었다. 조 후보는 마포를 교육 특구로 지정하고 교육 수준을 끌어올려 학부모들이 학군 유학을 고민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서강대·연세대 등 인근 대학과 지역 고교 연계를 통해 진로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들 공약에 대한 반응은 다소 미지근했다. 큰아이가 이제 일곱 살이라는 주부 유모씨는 “무슨 강남 명문 고등학교를 통째로 옮겨올 수도 없는 거고, 교육 관심 많은 부모는 결국 목동이나 대치동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마포갑 유세에 나선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가 지역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조정훈 후보 측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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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마포갑 유세에 나선 이지은 민주당 후보가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이지은 후보 측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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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가 좌절된 ‘노웅래 변수’가 표심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노 의원이 마포갑에서 4선을 했고, 그 아버지인 노승환 전 의원이 국회의원으로 5선, 구청장으로 재선을 했다. 노 의원 부자의 영향력이 그만큼 강하다. 그러나 노 의원은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가 됐고, 공천 배제 처분을 받았다. 노 의원은 단식 농성까지 벌이며 반발했지만 결국 당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지금은 이 후보 측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그를 돕고 있다.
노 의원에 대한 민심은 엇갈렸다. 공덕동에서 20년째 정육점을 하는 김기웅씨(66·남)는 “노 의원이 워낙에 인기가 많았는데, 그 수사 받는다는 뉴스 때문에 많이들 실망했다. 그래서 돌아선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염리동 30대 중반 야채상 B씨(남)는 “실망한 분들도 있겠지만, 안타깝다는 이야기도 많이들 하신다”고 했다.
마포갑 지역 대흥역 인근 거리. 이지은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의 교육 공약 관련 현수막이 위아래로 걸려있다. 심진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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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전 지역으로 분류 되는 만큼 이 후보와 조 후보 양쪽 모두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정권 무능과 관련해서 심판해야 한다는 의지들이 강하신 것 같다”면서 “여기에 통학로 안전 같은 지역 맞춤형 공약이라든가 현장 민심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조 후보 측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박빙 판세”라면서도 “노웅래 의원에 대한 반감이 작지 않고, 재개발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지역 민심을 열심히 파고 들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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