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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미국 제재도 이겨냈다…통신장비·스마트폰 시장서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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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술기업 화웨이가 미국의 고강도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2배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부진에서 벗어났다. 31일 2023년 화웨이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7042억 위안(약 130조8000억원), 순이익 870억 위안(약 16조16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9.6%, 순이익은 144.5%나 늘어나 대중 제재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화웨이가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성장을 해냈다”고 전했다.

업계는 모든 사업영역에서 빠른 발전을 이뤄낸 데 주목했다. 세계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통신 장비와 중국 내수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의 빈자리를 차지한 스마트폰, 7㎚(나노미터·10억분의 1m)를 넘어 5㎚ 공정에 도전 중인 칩 설계분야 등이다. 대중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첨단기술 자립속도를 높인 대표적인 ‘역효과 사례’의 상징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세계 통신 장비 시장 점유율 31.3%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견제 속에서도 선두 자리를 지켰다. 화웨이 전체 매출의 절반이 통신 장비에서 나온다. 중국 내수시장 외에도 중남미와 아프리카·동남아 시장을 장악했다.

백도어(인증 없이 통신망에 침투할 수 있는 장치) 등 보안 문제가 불거지며 미국과 유럽·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화웨이 퇴출 움직임이 있었지만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품질을 내세워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주요 국가들이 화웨이를 퇴출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정작 지난해 유럽 및 중동·아프리카(EMEA) 지역 매출은 2.6% 줄어드는 데 그쳤다.

스마트폰의 성장은 눈부셨다. 지난해 화웨이의 소비자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7.3% 늘며 주요 사업 중 가장 크게 성장했다. 신형 스마트폰은 중국 소비자들 사이 궈차오(國潮·애국주의 소비) 열풍을 일으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 애플 아이폰의 중국 시장점유율이 전년(19%)보다 하락한 15.7%를 기록하며 2위에서 4위로 내려앉은 사이 화웨이가 2위(16.5%) 자리를 꿰찼다. 올해 화웨이의 연간 시장점유율은 15%를 돌파하며 애플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이 유력하다.

수출 제재로 반도체 등 공급망을 자체 확보한 덕분에 기술 자립과 수익성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모습이다. 당초 화웨이는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인 AP 설계·생산을 해외 기업에 의존했지만, 제재 이후 한동안 자체 칩 설계에 매달렸다. 지난해 8월 출시된 메이트60 시리즈엔 7㎚ 공정이 적용된 칩을 사용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올해는 5㎚ 칩 설계에 도전한다. 글로벌 선두권 기업들은 대부분 주력 AP로 4㎚ 칩을 쓴다.

클라우드 컴퓨팅·지능형 자동차 솔루션 등 미래 먹거리 사업 관련 매출도 크게 늘었다. 대중 제재로 내수시장에서 적수가 사라진 것이 오히려 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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