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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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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권 상징 '용산'... 與 사수, 野 탈환 맞붙는 서울의 중심[격전지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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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서울 용산
보수-진보-보수 당선… 철길 따라 갈린 표심
행정전문가 강태웅, 여권 중진 권영세 재대결
여론조사 박빙 승부… 1%P 안팎 초접전
이태원 참사·대통령실 이전 vs 지역 개발
한국일보

1일 서울 용산구 보광동 거리에서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 선거 운동원이 스쳐 지나가고 있다. 정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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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왔습니다. 정말 용산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이제 딱 일주일 남았습니다."

지난 1일 서울 용산 보광동의 한 거리.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주변 상가를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4년 전에도 그랬다. 하지만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에게 890표(0.66%포인트) 차로 석패한 뒤 절치부심하며 바닥 민심을 다졌다. 두 후보의 전국적 인지도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4선 국회의원으로,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 후보가 비교 우위에 있다. 하지만 한 분식집 앞에서 만난 주민은 "여기 사장님하고 저는 열렬할 팬"이라며 강 후보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한국일보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일 서울 용산구 보광동 거리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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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전. 권 후보는 쪽방촌이 밀집한 동자동을 찾았다. 동자동을 포함한 후암동은 용산에서 청파동, 남영동과 함께 여당의 대표적 열세 지역으로 꼽힌다. 권 후보는 4년 전 당선됐지만 청파동(20.01%포인트)과 후암동(18.86%포인트)에서는 강 후보에게 크게 밀렸다. 쪽방촌 주민 등을 대상으로 열린 간식 나눔행사에 참석한 권 후보는 "제가 용산을 위한 진짜 일꾼"이라며 "열심히 하겠다"고 100명 가까운 참가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손을 맞잡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국일보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가 1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거리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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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의 공존… 철로 사이에 두고 갈라진 표심


윤석열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 '용산 시대'를 열었다. 그래서 용산은 정권의 상징과도 같다. 2004년 총선부터 16년간 진영 당시 의원이 내리 4선을 했는데, 마지막 4번째는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고도 당선됐다.

하지만 그가 빠지고 처음 치러진 2020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소속 권 후보를 선택했다. 민주당이 서울 49개 의석 가운데 41개를 휩쓴 선거다. 권 후보는 당시 한강 이북지역에서 보수정당의 유일한 당선자였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28일,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한달음에 용산을 찾아 '강북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고 외친 배경이다.

용산은 서울역과 용산역을 품은 '서울의 관문'이다. 경부선과 호남선이 공존하듯 국철 철로를 중심에 두고 동쪽으로 45도가량 기울어진 경계를 따라 표심이 갈린다. 숙명여대를 낀 대학가와 대사관이 밀집된 부촌, 오래된 다세대 주택가와 한강변 최고급 아파트로 나뉜 지역적 특성이 표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4년 전 총선에서 강 후보는 서쪽의 청파동, 후암동, 남영동, 용산2가동, 용문동, 효창동 등에서 10%포인트 이상 승리했다. 반면 권 후보는 이촌1동, 서빙고동, 한강로동, 한남동, 이태원1동 등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2년 전 대선 때도 다르지 않았다. 이촌1동과 서빙고동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각각 73.9%와 68.4%의 절대적 지지를 보였지만 청파동, 후암동, 남영동에서는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다.
한국일보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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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엎치락뒤치락… 지역 이슈보다 정치 지형에 반응하는 유권자


4년 전 총선에서 용산의 1·2위 득표율 차이는 고작 0.66%포인트. 인천 동구·미추홀을(0.15%포인트)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초접전을 펼쳤다. 이번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MBC·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3월 26, 27일)에서 강 후보(42%)와 권 후보(41%)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P) 내에서 접전이었고, 이데일리·조원씨엔아이 여론조사(1, 2일)에서도 강 후보(47.3%)와 권 후보(45.2%)는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각자의 정치성향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회사원 이석우(54)씨는 "윤 대통령의 카이스트 졸업식 사건을 비롯해 비판적 목소리를 탄압하는 독재적 행태는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라며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힘을 얻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와 달리 보광동에 사는 박경아(64)씨는 "윤 대통령이 임기 끝까지 잘 마무리하려면 무조건 국민의힘이 이겨야 한다"면서 "전과자만 바글바글하고 국민과의 약속도 지키지 않는 민주당에는 미래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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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가를 변수들… 이태원·대통령실 vs 지역개발


승부를 가를 포인트로 3가지가 꼽힌다. 우선 용산에는 이태원 참사의 상흔이 여전하다. 이태원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사고 이후에 망해서 나간 업주들이 태반"이라며 "이태원 상인 상당수가 현 정부의 조치에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교통체증도 지역 주민들의 불만 요소다. 이날도 대로변 통제로 골목까지 연쇄적으로 막히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불평이 적잖게 들렸다.

서울시 부시장 출신 행정 전문가인 강 후보는 "이태원참사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피해 유가족과 주민의 눈물을 닦아드리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심각한 교통체증, 거주지 인근 집회에 따른 소음 피해, 대통령실 경호로 인한 주민 안전 공백, 용산국가공원 개방 지원과 각종 규제 우려 등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한 주민 피해가 큰 만큼 용산 밖으로 반드시 재이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현역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권 후보는 경부선 등 철도지하화와 용산국제업무지구, 용산공원 조성을 비롯한 지역 발전에 초점을 맞췄다. 권 후보는 "야당은 약속만 하지만, 여당은 약속을 지킬 수 있다"며 자신의 정치 경험과 집권당의 강점을 부각시켰했다. 이어 "선거운동 과정에서 다수당의 독단과 횡포에 대해 우려하는 중도층이 많았다"며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야당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라도 제발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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