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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치킨 1마리 곧 3~4만 원?…전국 사장님들 "배달앱에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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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킨집 사장 (자료화면)

전국의 치킨집 사장들이 배달앱의 갑질 횡포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도한 앱 이용 수수료에다 새해 들어 새로운 요금제 도입으로 배달비까지 추가로 늘어나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입니다.

치킨집 사장들은 지금 상태로는 '국민 간식' 치킨값을 3만 원으로 올리거나 배달앱 이용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오늘(1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BHC치킨과 교촌치킨, 굽네치킨, BBQ치킨, 푸라닭 등 전국 5대 치킨 브랜드 점주들 대표 5인은 최근 모임을 갖고 배달앱의 갑질에 항의하는 '배달앱 수수료에 대한 치킨집 사장님들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이들은 원가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급증하는 가운데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앱에 내는 수수료, 배달비 부담까지 늘어나 아무리 팔아도 인건비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며 적자를 보기도 한다고 절박함을 토로했습니다.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가 올해 새로 도입한 요금제는 점주들의 부담을 크게 가중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배달의 민족이 올해 1월부터 도입한 배민1플러스 요금제는 점주들이 앱 이용 수수료 6.8%(매출액 기준)를 내고 배달비도 30~60% 더 부담하게 됩니다.

점주들이 부담하는 배달비의 경우 종전 요금제에서는 점주들이 스스로 결정해 1천~2천 원 수준에 머물렀는데 새 요금제에서는 배달 앱이 일괄적으로 3천 원 이상으로 책정했습니다.

그 결과 새 요금제를 이용하면 점주들의 비용 부담은 2배 이상으로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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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점주들은 새 요금제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새 요금제는 고객이 부담하는 배달비를 무료로 해주는 데다 앱을 열면 잘 보이게 배치돼 있어 고객은 자연히 배민1 플러스 요금제를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점주들도 매출을 올리기 위해 고객이 선호하는 요금제를 이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도권의 BHC치킨의 점주가 단가 2만 5천 원의 치킨을 판매해 월 매출 5천만 원을 올리려면 2천 건의 배달을 해야 합니다.

이때 기존의 울트라콜 요금제를 이용하면 점주는 깃발 3개(광고비) 이용료 26만 4천 원과 배달비 400만 원(건당 2천 원 기준) 등 426만 4천 원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반면 새 요금제인 배민1 플러스는 점주가 앱 이용 수수료 340만 원과 배달비 640만 원(건당 3천200원 기준) 등 980만 원의 비용 부담을 져야 합니다.

새로운 배민1 플러스 요금제가 울트라콜에 비해 무려 553만 6천 원이나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셈입니다.

만약 지방 점포를 기준으로 하면 새 요금제 이용으로 인한 점주들 부담은 무려 713만 원 더 늘어납니다.

이런 점주들의 비용 부담은 배달앱의 신규 수입으로 잡혀 '갑질 횡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쿠팡이츠도 최근 배민1 플러스와 비슷한 '스마트 요금제'를 도입해 역시 점주들의 배달비 부담을 높였습니다.

쿠팡이츠의 새 요금제에서 앱 이용 수수료는 매출액 대비 9.8%로 배달의 민족보다 높습니다.

요기요는 앱 이용 수수료가 무려 12.5%에 달해 역시 점주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치킨집이 프랜차이즈 본사에 원가의 50% 전후를 비용으로 지출한 후 나머지 매출에서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등을 빼고 다시 배달앱에서 수수료와 배달비 등 떼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는 상황이 됩니다.

여기다 카드 정산 수수료와 부가세 등은 각각 카드사와 국세청으로 전달되기는 하지만 배달앱을 이용할 때 함께 내는 비용입니다.

따라서 배달앱이 치킨값에서 제하는 총금액은 매출액 대비 최대 30%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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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5대 치킨 브랜드 점주들 성명 (사진=5대 치킨 점주들 제공, 연합뉴스)


전국 5대 치킨 점주 대표는 입장문에서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들의 최근 일방적인 요금제 변경으로 소상공인들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며 "2만 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면 배달 수수료와 배달비 등 6천 원을 떼인다. 팔면 팔수록 이익을 보기는커녕 손해를 보는 역마진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장사를 접어야 하거나 음식 가격을 올려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치킨 한 마리에 3만~4만 원 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확신한다. 배달앱의 횡포가 국민의 피해로 고스란히 전가되는 현실이 다가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우리나라 600만 자영업자와 국민의 피해는 실로 크다. 국민 간식 치킨을 지켜야 한다. 외국계 자본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이유가 남의 나라 중소상인의 고혈을 빨기 위함인가"라며 "국내 5대 치킨 브랜드 점주 대표들은 분명히 경고한다.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배달앱의 일방적인 요금제를 전면 보이콧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순장 사무처장은 "규제할 법이 없지만 불공정행위로 적극적으로 규제하면 될 문제다. 공정거래법의 불공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느슨하게 규제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처장은 "(점주들의 비용 부담은)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플랫폼들도 (비용이 전가되는걸) 알고 있다. 점주들은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점주와 거대 플랫폼의 공정한 거래행위라고 볼 수 없다. 우리 단체(CUCS)에서 (배달 앱들을) 불공정거래행위로 신고할까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 부처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 관련 규정의 입법이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위의 담당 부서 관계자는 "원래 요금제, 수수료라는 게 소상공인이나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는 측면이 있다. 가격이 올라가서 소상공인이나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작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해서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 지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은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고객의 배달비 부담을 경감함으로써 거래를 활성화하고 이는 점주들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며 점주들과는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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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5대 치킨 브랜드 점주 대표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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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들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 현상도 보입니다.

쿠팡이츠와 요기요 등 2위 업체들은 배달의 민족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지만, 배달의 민족은 자사가 가장 낮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국내 배달앱은 월간 활성 이용객을 기준으로 배달의 민족이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쿠팡이츠와 요기요가 양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배민1플러스의 중개 이용료율이 6.8%로 국내 주요 배달앱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쟁사인 A사와 B사의 수수료율은 각각 9.8%, 12.5%로 높다"고 전제하면서 "배달비는 업주와 소비자가 나눠서 부담하는 구조다. 배민1플러스의 업주 부담 배달비는 서울을 기준으로 할 때 3천200원으로 책정돼 있다. 배달비는 라이더에게 대부분 전달되는 비용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배민1플러스 요금제에서 고객 부담 배달료를 무료로 하는 대신 점주 부담 배달비를 3천 원으로 올려 새로운 요금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점주들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인터넷 캡처·5대 치킨 점주들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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