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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저출산 극복 골든타임 5~7년뿐…정부·기업 지원 총동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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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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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저출산 고령화 해소를 위해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싱크탱크가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그 주인공이다. 초대 원장을 맡은 이인실 원장은 지난달 20일 '인구 대역전'을 주제로 열린 제34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에서 지난 1년 반 동안 분석한 한국 저출산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발표했다. 이 원장은 지난 26일 매일경제와 후속 인터뷰에서 가족제도 개선과 기업의 출산·육아 장려책이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은 극도의 저출산으로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저출산을 해결하는 것과 인구 감소로 인한 고통을 완화하는 것 중 어떤 부분에 더 노력을 투입해야 할까.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인구 감소는 어느 정도 정해진 미래이므로 그에 '적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이 있는가 하면 저출산부터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나는 둘 다 필요하다고 보지만 굳이 따지면 극복론자에 가깝다. 한국 경제에 인구 감소가 치명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수백조 원이 넘는 예산을 썼지만 해결이 쉽지 않았다. 극복하지 못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그간 한국의 저출산 정책이 여러 기조에 따라 바뀌어왔다는 데 있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4차까지 진행되는 동안 콘셉트가 계속 달라졌다. 2006년에 시작된 1차 계획에서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출산·육아 지원이 골자였다. 2차부터는 기혼자들의 출산을 쉽게 해줘야겠다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3차부터는 또 '늦어진 결혼'이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재는 젊은 세대의 삶 자체가 힘들다는 데 주안점이 맞춰져 있다. 정책의 목표가 계속 바뀐 것이다.

―앞으로 저출산 정책 기조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인 에코 세대가 자녀를 낳을 수 있는 기간이 5~7년밖에 안 남았다. 그래서 이왕 정부와 기업이 자원을 투입할 거라면 지금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 투자하면 좋을까.

▷2030 여성들이 일을 하면서도 아이를 낳을 수 있게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성들이 육아휴직을 가게 되면 1년~1년 반 정도는 경력단절이 발생한다. 젊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내 생에 위험한 사건'으로 인지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휴직하지 않고 짧게 근무하면서 육아와 근무를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결혼과 출산을 함으로써 생기는 일종의 '리스크'를 엄마만 지지 않도록 남성 휴직제도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한국에서 가족의 개념이 보다 느슨하게 자리 잡을 필요도 있다. 현재 한국의 결혼제도는 너무 무겁다. 법률혼에 근거한 가족만 사회에서 인정되는 분위기인데 결혼이라는 것이 큰 중압감과 함께 오다 보니 결혼 자체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젊은 층이 결혼이나 출산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그 선택이 너무 큰 책임감을 수반해 하지 않거나 미루게 되는 것이다.

―느슨한 가족제도는 저출산과 어떻게 연결이 되나.

▷현재 가족제도는 낮은 비혼 출산율로 이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비혼 출산율이 40%가 넘는 데 반해 한국은 3.9%에 불과하다. 출산율이 1.6명이 넘는 국가 중 비혼 출산율이 30% 아래인 국가는 없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전 세계 사회가 이렇게 바뀌는 동안 한국만 변하지 않고 남아 있었던 것이다. 고아를 양산한다든지 미혼부에 대한 배려가 없어진다는 부작용은 고쳐나가더라도 제도가 변화해야 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 변화도 막대할 텐데.

▷그렇다. 특히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초래하는 갈등과 양극화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구 감소는 그간 우리가 겪어온 '팽창 사회'가 아닌 '축소 사회'로 이어진다. 팽창 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세대, 성별, 소득 계층에 속한 사회 구성원들이 자원을 나눠 갖기가 쉽지만 축소 사회에서는 어려워진다. 이런 갈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여성과 고령, 고급 외국인 인력을 활용하고 기술도 적극적으로 도입해 인구 감소 '죽음의 계곡'을 넘어야 한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저출산 극복에 동참할 수 있는 'EPG'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고 국민보고대회에서 언급했는데,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ESG 지표에서 기업의 사회적 기여도를 평가하는 'S' 항목에 인구 증가를 위한 노력을 뜻하는 'P'의 가중치를 높이자는 것이다. 한미연은 현재 ESG 보고서를 발간한 상장사 300곳에 대한 출산·육아 장려 정책을 평가하고 있다. 단순히 육아휴직·유연근무제 등을 도입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직원들이 제도를 얼마나 많이 활용했는지, 휴직을 다녀온 뒤 복직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EPG 지표는 기업들을 줄 세우고 관련 정책을 준수하지 않을 때 페널티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잘하고 있는 기업들을 칭찬하고 다른 기업들도 독려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300곳에 대한 분석은 완료했고 그중 100곳 정도는 더 추려서 심화지표를 만들려고 한다. 오는 6월쯤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1세대 여성 경제학자로서 '여성 최초' 커리어를 여럿 쌓는 동시에 두 자녀의 육아도 했다. 실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한국 인구의 미래가 어떻게 하면 밝아질 수 있을까.

▷미국에서 박사과정에 들어간 첫해에 첫째를, 끝날 무렵에 둘째를 낳았다. 그간 운이 좋아 가족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남편도 적극적으로 지지해줬다. 육아와 커리어 둘 다 잘해내고 싶어 애쓰느라 30대 후반에는 건강에 이상이 오기도 했다. 한국 인구의 미래가 밝아지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도 육아와 직장일을 병행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업을 중심으로 모두가 노력해서 저출산을 극복해야 한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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