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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美, 中에 ‘관세 폭격’… 전기차 4배-반도체 2배로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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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정부 ‘동맹국도 동참’ 압박

中 “우리 권익 수호” 보복 시사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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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4일(현지 시간)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범용 반도체, 의료기기, 태양광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기로 했다. 중국의 과잉 생산에 따른 헐값 수출에 대응해 이른바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친환경 분야 등의 관세를 2∼4배 높이는 카드를 꺼냈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서 미 노동자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에 따라 180억 달러(약 25조20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할 것을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 관세율은 올해 안에 기존 25%에서 100%로 인상된다. 범용 반도체 관세율은 25%에서 내년까지 50%로 오른다. 또 배터리는 7.5%에서 종류에 따라 2026년까지 25%로 인상된다. 현재 관세가 면제된 의료기기 관세율은 50%로 오른다.

이번 조치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9500여 개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추가로 더 올린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3일 “전 세계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이라며 주요 동맹국에 동참 압박을 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국은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해 우리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보복을 시사했다.

美, 中 태양광 등 전략산업 골라 ‘슈퍼 관세’… 동맹 참여 압박도


바이든 정부, 中에 대대적 관세 인상
백악관 “제2차이나쇼크 막기 위한것”
美中교역 4% 수준… 물가 부담 고려
中 “국제무역 규칙 짓밟는 횡포” 반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4일(현지 시간)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관세 인상에 나서면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의 미중 무역전쟁 위기가 재고조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에 전기차, 배터리는 물론 범용 반도체와 의료기기, 태양광 등도 타깃으로 했다. ‘좁은 마당, 높은 장벽(small yard, high fence)’을 기조로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 국한했던 수출 통제에 더해 중국이 육성 중인 전략 산업을 타깃으로 한 관세 대폭 인상에까지 나서며 미중 경쟁의 전선(戰線)을 넓힌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3일 사전 브리핑에서 “전 세계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동맹국과의 공동행동도 예고했다. 또 “14일 일부 국가에서 효과를 증폭시키는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며 몇몇 동맹국이 대중 관세 인상에 동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 美대선 앞 中전기차·반도체에 관세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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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는 이번에 180억 달러(약 24조70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인상 조치를 했다. 반도체 분야에선 기존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에 이어 범용 반도체에 대해 현재 25%인 관세를 50%로 인상하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범용 반도체에 대해 규제 조치를 취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자국 반도체를 키우자 관세를 올려 맞설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백악관은 “향후 3∼5년 내 중국이 새로 생산되는 특정 범용 반도체 웨이퍼 물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며 “이는 (미)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25%를 적용하던 전기차와 태양전지 관세율은 각각 100%, 50%로 높인다. 또 전기차 배터리 관세는 7.5%에서 25%로 올린다.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 항만 크레인 관세는 기존 7.5%에서 25%로 높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예됐던 마스크, 호흡기 등 의료기기에 대한 고율 관세도 부활시킨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조금을 살포한 뒤 이른바 ‘밀어내기’ 수출로 주요 국가들의 제조업이 무너지는 ‘제2의 차이나쇼크’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美 “전략 분야 한정” vs 中 “노골적 횡포”

이번 조치는 2018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25% 관세 부과 이후 일부 품목에 대해 관세를 추가로 인상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적 분야에 한정한 강력한 접근법”이라고 표현했다. 연간 3700억 달러 규모, 9500여 개 중국산 품목에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미중 교역 규모는 4% 수준에 그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백악관은 중국산 수입품의 가격이 오르더라도 미국 내 물가 인상 등 부작용이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중국의 중대한 대응이 없기를 희망하나 항상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중국의 무역 보복을 우려했다. 중국 외교부는 14일 “미국은 ‘공정한 경쟁’을 핑계로 보호주의를 펼치고, 국제무역 규칙을 짓밟는 노골적인 횡포를 부리고 있다”면서 “미국은 위선과 이중 잣대를 버리고 보호무역주의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번 조치로 전기차와 반도체 등 중국 기업들과 경합하는 한국 수출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맞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이 심화되면 한국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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