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였던 서울 숭례문(남대문). 지난 2021년부터 공식 표기에서 지정번호가 사라졌다. 문화재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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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란 말이 공공기관에서 사라진다.
‘국가유산기본법’이 새로 시행되는 17일부터다. 1962년 제정된 기존 문화재보호법을 대체하는 새 법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들은 60년 넘게 이 땅의 역사적 유적과 유물을 공식지칭해 온 ‘문화재’ 용어를 버리고 ‘유산’이란 새 용어를 이날부터 쓰게 된다.
새 법에서는 기존 문화재 용어와 유형별 분류체계를 모두 바꿨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른 유네스코 국제 기준인 ‘유산’(heritage) 개념을 적용해 모든 유산을 문화유산, 무형유산, 자연유산으로 나눠 관리할 것을 규정했다. 총괄 관리 기관인 문화재청도 ‘국가유산청’으로 개칭해 17일 재출범한다. 새 유산 개념에 따라 산하에 문화유산국, 무형유산국, 자연유산국을 두고 보존·규제보다 미래 가치 창출과 국민적 향유권에 정책 초점을 맞추게 된다.
기존 문화재보호법은 1950년 제정된 일본 문화재보호법을 대부분 그대로 빌어온 것이다. 분류가 체계적이지 않고 문화재란 용어도 과거 재화적 성격이 강하며 자연물과 예능을 지닌 사람까지 지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목되어 왔다. 이에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가 지난 2005년부터 ‘명칭 및 분류체계’ 개선을 위해 각계 각층의 의견을 듣고 수차례 연구와 논의를 벌인 끝에 지난 2022년 문화재위원회에서 명칭을 유산으로 바꾸는 전면 개선안을 확정했다. 이어 지난해 4월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유산기본법 등 관련 12개 법률이 통과하면서 국가유산 체제 전환을 위한 준비 작업이 마무리됐다.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르면,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 유산들 가운데 문화유산은 국보, 보물 등과 같은 국가지정 유형 문화유산과 민속문화유산, 사적 등을 포괄한다. 자연유산은 기존 천연기념물과 명승을, 무형유산은 고정된 형태가 없는 전통예술과 의식주 등의 생활관습, 민간신앙 의식 등을 두루 아우르는 개념으로 규정됐다.
국가유산 정책을 심의하는 문화재위원회의 경우 ‘문화유산위원회’, 국가유산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원은 ‘국립문화유산연구원’, 한국문화재재단은 ‘국가유산진흥원’으로 명칭을 바꾸게 된다. 잠재적 가치를 지닌 유산과 비지정 유산의 경우 보존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문화유산자료’ ‘자연유산자료’로 지정·관리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새 법에는 국가 유산에 새 가치를 더하며 차별 없이 향유할 국민의 권리와 국가유산을 활용한 산업을 장려해야 한다는 규정도 처음 명기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국가지정유산 보존을 위주로 했던 기존 문화재보호법과 달리 유산의 미래 가치와 국민 향유 쪽에 비중을 둔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지난해 국가유산기본법이 제정된 뒤 나라 안 각지의 안내판, 지자체 부서 명칭, 누리집, 간행물, 법인명 등에서 문화재 명칭을 ‘유산’으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 중이며 지난달까지 대상 총 9534건 중 4204건(44.1%)의 정비를 끝냈다고 밝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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