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1 (일)

이슈 시위와 파업

화염병·쇠파이프 난무 시위현장 지킨 베테랑…치안수요 1위 경찰서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우리동네 경찰서장⑬]하원호 서울 송파경찰서장, 민·경 협력 치안 체계 구축

[편집자주]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행복 가득한 일상을 보내도록 우리동네를 지켜주는 그들.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는 경찰서장들을 만나봅니다.

머니투데이

하원호 서울송파경찰서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0여년 전 집회·시위 현장에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난무하던 시절, 경찰관이 중경상을 입는 일이 부지기수였습니다. 현장 경찰의 임무는 현장의 질서를 유지하고 안전을 지키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정치적 입장이 무엇이든 임무에 충실할 따름이었습니다."

하원호 서울 송파경찰서장은 1989년 경찰이 돼 서울경찰청 경비과, 경찰청 경비과, 101경비단장 등 경력 대부분을 경비부서 등에서 30여년을 보냈다. 그는 현대사의 획을 그은 각종 집회·시위 현장을 지켰다. 2004년 부안 핵폐기장 반대 시위, 2008년 광우병 시위, 2014년 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 등이다.

1996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등이 연세대 신촌캠퍼스를 점거한 이른바 '연세대 사태' 때는 기동대 중대장으로 있으면서 눈앞에서 부대원 30여명이 다쳐 나가는 것도 지켜봤다. 당시 점거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 측에서 의경 1명이 사망하고 890여명이 다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를 계기로 학생 운동에 대한 국민여론은 급속히 악화됐고 한총련 입지도 좁아졌다. 경찰이 비판을 받을 때도 많았지만 질서유지와 안전 확보는 그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아직도 불법집회·시위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과거 기동대 중대장으로 근무하던 때에 비해 집회·시위 현장은 폭력성이 옅어진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치안 수요 1위' 서울 송파경찰서, 성과 평가도 1위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경찰서에 부임한 하 서장은 경비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관리자로서 역할을 녹여 '치안 수요 1위' 서울 송파경찰서 질서 유지를 위해 힘쓰고 있다.

서울 송파구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약 65만4000명이다. 전국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다. 인구가 많은 만큼 치안 수요도 높다. 일평균 112신고가 406건으로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 중 신고 건수 1위다. 경찰 1명당 담당하는 인구수도 622명으로 최대 수준이다.

송파구는 다양한 치안 수요가 혼재한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어 인구가 많고 잠실야구장, 롯데월드, 석촌호수, 올림픽공원 등을 찾는 유동 인구가 많아 차량 통행량도 많은 편이다. 관내 학교가 많은 만큼 학교 폭력 관련 신고도 적지 않다.

머니투데이

하원호 서울 송파경찰서장이 문정지구대 소속 경찰관, 자율방범대 대원 등과 함께 '가치 순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 송파경찰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송파경찰서는 유동 인구가 몰리는 주말에 잠실 일대와 석촌호수 등에 지구대 경찰관을 투입해 집중 순찰을 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협조를 받아 기동순찰대도 순찰 업무에 배치한다.

하 서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11개 지구대, 파출소장과 함께 범죄 취약 지역을 걸어서 돌아보고 있다"며 "잠실야구장이나 올림픽공원 등에서 행사가 개최될 때는 사고 예방을 위해 모의훈련을 실시,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송파경찰서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서울경찰청 성과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하 서장은 "서장은 많이 부족하지만 송파서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직원들의 저력이 있어 송파 관내 치안이 안정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치안 확보를 위해선 경찰뿐 아니라 민간의 협력도 필요하다. 송파경찰서는 민·경 협력 치안 체계를 구축해 치안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자율방범대와 경찰서장이 함께 관내를 순찰하는 '가치 순찰' 활동도 매달 진행 중이다.


'전·의경 제도 폐지' 3명 빈자리 경찰관 1명이 채웠다

하 서장이 경찰청 경비국에서 일하던 때 전·의경 제도가 폐지됐다. 병력 자원 감소에 따른 정부 정책이었다. 전·의경의 빈자리는 경찰관이 채워야 했다. 인원으로 따지면 전·의경 3명 몫을 경찰 1명이 해야 했다. 과격한 시위를 젊은 전·의경 대신 경찰관이 대신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왔다.

결국 경찰관 전문성과 장비를 보강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대체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부대 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편했다. 인력을 보완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해 근무 여건도 개선했다.

하 서장은 "예전에는 경비 경찰의 근무복이 비닐 재질로 돼 바람만 불어도 추웠다. 적어도 현장에 나간 직원들이 추위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지는 않게 하자고 해 근무복 소재를 개선했다"며 "당시 경비과장님도 경비 경찰의 사기 진작을 위해 함께 애써줬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하원호 서울송파경찰서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 서장은 '어떤 경찰서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고 묻자 "그저 평범해 누구였는지 기억에도 없었으면 한다"고 답했다. 그는 "송파서 직원 개개인이 주어진 업무에 충실하도록 여건을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관리자이면서 현장과도 가까운 경찰서장을 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그동안의 경험과 치안 철학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