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체중 조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다. 기온이 올라가고 옷차림이 가벼워지면 으레 체중 조절에 나서는 사람이 늘어난다. ‘실패가 당연한 것이 다이어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공보다 실패나 포기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반대로 무리하게 진행하다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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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대사량 줄며 체내 밸런스 깨져
무리하고 있다는 조짐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평소 없던 어지럼증이 생기기도 하고 두통에 시달리는가 하면 탈모로 고생하기도 한다. 급격한 온도 변화나 추위에 민감해지거나 충분히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짜증도 많아진다. 감기에 걸리는 일이 잦아지기도 한다. 근육통과 관절통,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 과한 체중 조절의 부작용이자 몸이 보내는 신호다.
이들 증상이 생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음식 섭취량을 급격히 줄이면 몸이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면서 컨디션이 다운되고 조금만 움직여도 쉬 피곤함을 느낀다. 추위에 민감해지는 것도 기초대사량이 줄어든 탓이다. 게다가 섭취량 제한에 의한 체중 감소가 지방보다는 근육에 치중되면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감염에 취약해진다. 동시에 영양 섭취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체내 밸런스가 깨져 두통, 어지럼증도 생긴다. 영양 결핍은 탈모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실제로 비만 치료제 임상시험에서도 이상 반응으로 두통, 어지럼, 상기도 감염 등이 보고되곤 한다”며 “이는 전반적으로 근육량이 빠지고 신진대사가 떨어져 제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해 생기는 증상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몸 상태가 지속하면 이들 증상이 단순한 부작용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살을 빼기 위해 시작한 다이어트가 우리 몸을 살이 찌기 쉬운 체질로 바꿀 수 있다. 무리하게 초저열량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체중이 빠질 순 있지만, 이때 빠지는 것은 대부분 지방이 아닌 근육이다. 특히 이때 뇌는 칼로리를 섭취하기 어려운 비상 상황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남아 있는 체지방은 에너지를 비축하는 곳이다. 이제 몸은 기초대사량이 줄어들면서 에너지를 비축하려는 방어기전을 작동한다. 365mc 천호점 조민영 대표원장은 “극단적인 칼로리 제한을 장기간 하면 몸이 에너지원으로 근육을 분해하기 시작하는데 이쯤이면 살려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경고했다. 결국 살이 찌기 쉬운 상태가 된다. 그렇다고 멈춰버리면 오롯이 지방이 늘어난다. 박 교수는 “적게 먹다가 못하겠다고 포기하면 그다음에는 지방이 채워지면서 체중이 는다”며 “결국 살 빼기 어려운 몸으로 내 몸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굶는 극단의 다이어트는 운동 효과도 떨어뜨린다. 박 교수는 “몸에서 에너지를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운동을 하더라도 안 먹으면 몸이 저항해 운동하는 만큼의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염 및 심혈관 질환, 골다공증, 호르몬 불균형에 의한 불임 위험을 높인다. 조 대표원장은 “영양 및 에너지 결핍은 심각한 빈혈, 면역 체계 약화로 인한 감염, 골다공증, 심혈관 질환은 물론 여성의 경우 호르몬 불균형에 의한 생리 불순으로 이어지고 불임 가능성까지 높아질 수 있다”며 “특히 저혈당 쇼크는 응급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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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목표에 집착하지 말아야
건강을 위해 시도한 체중 조절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살찌기 쉬운 몸으로 바꾸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다이어트의 역설이다. 잘못된 방법의 결과다.
전문가들은 섭취량을 극단적으로 줄이기보다는 반드시 영양분을 고루 섭취하면서 운동을 병행할 것을 권한다. 운동은 근력 운동보다는 유산소 운동에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근력 운동의 경우 심하면 근육이 녹는 횡문근융해증이나 급성 신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수치에 집착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목표 체중을 정하는 것이 되레 안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기부여에 도움이 될 순 있지만 무리한 체중 조절로 이끌고, 장기적으로는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중요한 것은 체중이 얼마냐가 아니라 건강한 체성분을 가지는 것”이라며 “적어도 건강이 체중 조절의 목적 중 하나라면 건강한 식단과 적당한 운동 등 평생의 좋은 습관, 즉 건강한 루틴을 갖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그리고 끝이 있는 목표를 잡으면 끝을 보는 순간부터 다시 체중은 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체중 감소는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결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대표원장은 “다이어트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나 자신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며 “지속적인 실패로 무리한 다이어트를 시도하게 됐다면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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