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전체 아동 가운데 흑인 17%…신체 수색 비율은 48%
"매우 침해적…인종차별적 시행, 개인 넘어 사회 전체 피해"
13일(현지시간) 영국 잉글랜드 노팅엄 길거리에서 3명이 숨진 채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현재 31세 남성 1명을 살인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2023.06.13/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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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에서 경찰이 백인 아동보다 흑인 아동을 상대로 신체 수색(strip-search)을 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수색은 단순히 외투나 장갑, 모자를 벗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넘어 티셔츠 또는 바지를 벗으라고 지시하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들여다보는 상황에 해당한다.
최근 런던 동부 해크니의 한 학교에서 생리 중이던 흑인 여학생이 대마초 냄새가 난다는 오해를 받으면서 보호자 입회도 없이 경찰로부터 몸수색을 당해 논란이 됐다.
10일(현지시간) 싱크탱크 러니미드 트러스트(Runnymede Trust)는 연구 보고서를 통해 "잉글랜드와 웨일스 경찰이 신체 수색 대상자를 인종차별적으로 선별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동을 상대로 한 신체 수색은 정서적 트라우마를 남기거나 인권 침해 소지가 강해 아동보호단체와 인권 단체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흑인 아동이 경험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러니미드 트러스트는 영국 내무부의 신체 수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흑인 아동은 백인 아동보다 몸수색을 당할 확률이 6.5배, 흑인 성인은 백인 성인보다 4.6배 더 높았다고 밝혔다.
수도인 런던에서는 흑인 아동이 백인 아동보다 5.3배, 흑인 성인은 백인 성인보다 3.5배 경찰의 신체 수색을 받을 가능성이 더 많았다.
영국의 인구 나이와 지역에 따른 신체 수색 비율을 나타낸 막대그래프. 잉글랜드와 웨일스에 거주하는 흑인 아동이 신체 수색을 당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싱크탱크 러니미드 트러스트 연구 보고서 발췌) 2024.06.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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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아동은 런던 전체 아동 인구의 16.9%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에서 몸수색을 당한 아동 가운데 흑인 아동이 거의 절반에 가까운 47.7%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3년 3월 기준 1년 동안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경찰이 신체 수색을 벌인 사례 가운데 3분의 1은 런던 메트로폴리탄 경찰이 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잉글랜드 남동부 서섹스에서는 흑인이 백인보다 몸수색을 당할 확률이 무려 18배나 높았다.
보고서는 "(이번 연구는)특히 아동에게 불안과 우울증, 학업성취도 저하와 같은 장기적 영향을 미치고 트라우마와 모욕감을 줄 수 있는 불균형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신체 수색으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고 있다"면서 "경찰의 미성년자 몸수색 권한을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샤브나 베굼 러니미드 트러스트 대표는 "몸수색은 본질적으로 폭력적이고 굴욕적인 동시에 특히 아동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며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 소위 '범죄에 대한 강경 대응' 정책이 사회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말을 계속 듣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몸수색은 매우 인권 침해적인 절차고 인종적 불균형과 함께 시행될 경우 그 피해는 개별 아동이나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며 "안전한 지역사회를 구축하고 아이들을 보호하려면 사회 인프라에 투자하고 사람들이 번영할 수 있는 기회와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igeraugen.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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