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성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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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 폭탄’ 부과를 예고하자 중국 당국이 유럽산 고배기량 휘발유차와 돼지고기 등에 대한 관세 인상 절차를 추진하는 등 보복에 나섰다. 향후 중국 당국이 유럽산 제품·농산물 전반으로 수입 장벽을 높이거나, 핵심 원자재와 탄약의 재료인 니트로셀룰로오스 등의 수출을 중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EU 집행위원회(행정부 격)는 지난 12일 자체적인 반(反)보조금 조사 결과에 근거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8%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중국에 통보했다. 다음 달 4일부터 조치가 적용되고, 하반기에 EU 27개 회원국이 승인하면 향후 5년 동안 시행이 확정된다. 유럽 내 전기차 판매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비야디(BYD)·지리 등 중국 회사들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중국 중앙방송총국(CCTV방송의 모회사)은 14일 소셜미디어 웨이보 계정을 통해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고배기량 휘발유 수입 차량(엔진 배기량 2.5L 이상)에 대해 임시 관세율 인상 절차를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승용차연합회에 따르면 유럽의 고배기량 휘발유 차량의 대(對)중국 수출 규모는 연간 180억달러(약 24조8000억원)로, 지난해 중국의 대유럽 전기차 수출액보다 크다. 중앙방송총국은 추이판 대외경제무역대학 소속 국제무역전문가를 인용해 중국 업계에서 고배기량 차량에 대한 수입 관세를 현재 15% 수준에서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조만간 유럽산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중앙방송총국 웨이보 계정은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브랜디 반덤핑 조사의 예비 판정 결과는 올해 8월 말 이전에 발표될 전망”이라고 했다. 지난 1월 중국은 EU산 수입 브랜디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는데, 당시 코냑 등 프랑스산 브랜디를 직접 겨냥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EU산 유제품·돼지고기를 겨냥한 중국의 보복도 시작됐다. 중국 기업들은 EU 돼지고기 수입품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14일 X(옛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지난해 중국은 60억 달러(약 8조2644억원) 규모의 돼지고기를 수입했는데, 이 가운데 스페인·프랑스·덴마크·네덜란드 등 유럽산 수입액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중국 상무부는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EU산 유제품·돼지고기에 대한 무역 보호 조사 가능성에 대해 “중국 내 산업은 조사 신청을 제기해 정상적 시장 경쟁 질서와 자신의 합법 권리를 지킬 권리가 있다”고도 했다.
중국이 EU의 관세 폭탄에 맞서 니트로셀룰로오스의 유럽 수출을 중단할 가능성도 제기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유럽 국가들의 탄약 조달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니트로셀룰로오스는 면화로 만들어져 ‘건코튼(guncotton)’으로도 불리는데, 유럽의 기업들은 생산 시 발생하는 오염과 위험성 때문에 중국에 생산을 ‘아웃소싱’해왔다. 독일의 대형 방산기업 라인메탈의 아르민 파페르거 CEO(최고경영자)는 “유럽이 (니트로셀룰로오스를 제조하기 위한) 면화 원료 ‘린터’의 7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최근 니트로셀룰로오스의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도 EU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중국 북방화학이 시안의 니트로셀룰로오스 생산 공장을 폐쇄해 이 기업의 연간 생산 규모가 2021년 대비 32% 감소했다. 지난달 초에는 중국 2위 니트로셀룰로오스 생산업체인 쉐페이화학의 후베이성 공장에서 대형 폭발 사고가 일어나 감산 가능성이 더 커졌다. 러시아의 중국산 니트로셀룰로오스 수입액이 2022년 340만 달러에서 지난해 718만 달러로 늘어난 것도 주목된다.
EU·아시아 관계 전문가인 세바스찬 콘틴 트릴로 피게로아는 SCMP에 “중국은 EU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무역 보복 도구를 가지고 있다”면서 “갈륨, 게르마늄, 흑연,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를 수출 제한해 보복한 전례가 있고, 이것이 가장 효과적이란 점도 안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유럽은 미·중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균형추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보복 수단’ 사용은 피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왕이웨이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중국은 EU 시장을 잃지 않고자 하기 때문에 현지 생산 규모를 늘리는 등 유럽에 이익이 되는 해결책도 제안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전기차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독일과 ‘유럽 자율성’을 주장하며 중국에 우호적인 프랑스가 중국의 보복을 우려해 EU의 ‘관세 폭탄’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 독일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관세 폭탄을 막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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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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