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8 (토)

성정체성, 포용하는 마음 키우고 편견은 낮추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스냅드래곤’ 표지. 보물창고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6월은 ‘프라이스 먼스’(자긍심의 달, Pride Month)의 달이다. 1969년 6월28일에 일어난 스톤월 항쟁(Stonewall Riots)을 기점으로 해마다 6월이면 성소수자 당사자와 이에 연대하는 이들이 모이는 행사가 세계 곳곳에서 펼쳐진다. 한국 역시 지난 6월1일, 서울 종각역 일대에서 제25회 서울퀴어퍼레이드를 개최했다. 프라이드 먼스를 맞아 자녀들과 함께 여러 성 정체성과 성 지향성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부모들이 각각의 눈높이에서 볼 만한 관련 콘텐츠를 모아 봤다.





어린이를 위한 콘텐츠





책 ‘스냅드래곤’ ‘나의 젠더 정체성은 무엇일까?’와 애니메이션 ‘스티븐 유니버스’가 있다.



소녀 스냅드래곤이 사는 마을에 마녀에 대한 소문이 떠돈다. 소문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에는 불안과 혐오감이 자라난다. 하지만 스냅이 만난 마녀 잭스는 로드킬당한 동물 뼈를 모형으로 만들어 파는, 이상하지만 다정한 할머니일 뿐이다.



‘스냅드래곤’(캣 레이 지음·보물창고)은 내면에서 마법을 발견한 소녀 스냅드래곤의 이야기를 통해 있는 그대로 존재를 드러내고 인정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담은 그래픽노블이다. 스냅은 친구 루이스가 남자아이로 태어났지만 성 정체성이 다르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마녀로 오해받은 잭스가 자신의 할머니와 연인 관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편견 없이 이해한다. 경직된 사회 규범을 깨트리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편견이 아닌 열린 마음을 배울 수 있다.



한겨레

‘나의 젠더 정체성은 무엇일까’ 표지. 보물창고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나의 젠더 정체성은 무엇일까?’(테레사 손 글·노아 그리그니 그림·보물창고)는 다양한 젠더 정체성을 설명하는 책이다. 지정성별(sex assigned at birth), 시스젠더(cisgender), 트랜스젠더(transgender), 논바이너리(non-binery), 퀘스처너리(questionary) 등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용어들을 매개로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이와 부모가 함께 배워볼 수 있다. 책을 쓴 그림작가 노아 그리그니는 열네 살 때 커밍아웃한 트랜스젠더로, 트랜스젠더나 논바이너리라는 말을 접할 기회조차 없는 지방에서 자라며 고립감을 느꼈다고 한다. 세상에 나를 정의할 수 있는 언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누군가에는 큰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스티븐 유니버스’는 공기처럼 스며 있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선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게 해준다. 미국 애니메이션 채널인 카툰 네트워크에서 방영한 시리즈물로, 젬 괴물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크리스탈 젬스의 일원인 스티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모험을 담았다.



다양한 외형과 관습에서 자유로운 성 역할, 전통적인 가족을 벗어난 관계 등 전형성에서 벗어난 설정과 스토리가 아이들의 사고를 넓혀준다. 아동용 애니메이션이지만 다양성, 관계, 내면의 성장 등의 소재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볼 만하다.





청소년을 위한 콘텐츠





책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와 영화 ‘어바웃 레이’를 소개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서 겪는 기대와 실망, 설렘과 눈물, 감탄과 탄식까지.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돌베개)는 퀴어 청소년들이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다채로운 감정과 사건을 다룬 ‘청소년 퀴어 로맨스 소설집’이다. 한국퀴어문학종합플랫폼 무지개책갈피와 돌베개가 함께 기획했다. 박서련·김현·이종산·김보라·이울·정유한·전삼혜·최진영 등 여덟 작가의 작품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책의 등장인물인 효주와 미래가 말하듯이, 이 책의 소녀들과 소년들은 꽃 피고, 비 오고, 바람이 불기 때문에 사랑한다. 그만큼 이들의 사랑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편견과 혐오의 시선에 움츠러들기 쉬운 청소년들을 다정하고 안전한 세계로 안내하는 책이다.



한겨레

영화 ‘어바웃 레이’ 포스터. 오퍼스픽쳐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6살 레이는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을 남성이라고 느낀다. 고민 끝에 성 전환을 하기로 결심하고, 싱글맘인 레이의 엄마는 이를 든든하게 지지해준다. 문제는 미성년자가 호르몬 요법을 받으려면 부모 양쪽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 레이의 엄마는 과거 가족을 떠난 레이의 아빠 크렉을 찾아가고, 이 과정에서 숨겨진 진실을 마주한다. 소년 레이와 가족의 고민, 레이와 주변인물과의 관계를 따라가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성소수자를 감각하고 이해해볼 수 있다. 정체성을 고민하는 청소년이나 가족이 함께 보기에도 좋다. 2016년 개봉작으로 나오미 왓츠, 수잔 서랜든, 엘르 패닝 등이 출연했다.





부모를 위한 콘텐츠





유튜브 채널 ‘성소수자부모모임’와 책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가 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성소수자의 부모와 가족 모임으로, 2014년부터 정기 모임을 비롯해 성소수자 인권교육, 출판 활동, 성소수자 가족 네트워킹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중 성소수자부모모임 유튜브 채널은 영상을 통해서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인식 개선에 앞장서는 콘텐츠다. 자녀의 커밍아웃을 들은 부모의 인터뷰부터 성소수자 부모들의 대화, 퀴어퍼레이드 참여 영상까지. 가족의 시선에서 바라본 성소수자 이야기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관계 맺고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성소수자를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남들과 다른 성 정체성을 지녔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내몰린 아이들은 과연 어디로 갈 수 있을까?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민나리, 김주연, 최훈진 저·오월의봄)는 대한민국에 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이 겪는 현실을 담은 보고서다.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가정, 학교, 사회 어디에서도 지원받을 수 없다는 데 문제 의식을 가진 지은이들은 청소년 트랜스젠더 8명 심층 인터뷰, 청소년 트랜스젠더에 대한 실태 및 양적 조사를 아우르며 혐오와 차별이 일상인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교사, 부모,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역할과 사회적·의료적·제도적 대책과 변화까지 함께 제시한다.



박은아 객원기자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오직 한겨레에서 볼 수 있는 보석같은 기사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