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비전보다 李 관계 강조 우려
김두관, 민주당 다양성 실종 지적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접수 마감일인 이날 오전 9시 기준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공식 출마선언을 한 인사는 12명이다. 이들의 출마선언문에는 이 전 대표의 이름이 총 104번 담겼다. 가장 많이 언급한 인사는 강선우 의원이다. 강 의원은 출마선언문에 ‘이재명’을 총 29회 적었고, 원외인사인 김지호 부대변인은 20회, 전현희 의원 15회, 민형배 의원 13회, 한준호 의원은 9회로 그 뒤를 이었다. 이들 12명 중 출마선언문에 ‘이재명’을 적지 않은 후보는 정봉주 전 의원이 유일하다.
민주당 내부에선 차기 지도부를 이끌 최고위원 후보 개인의 정치적 역량이나 정책 비전보다 이 전 대표와의 관계가 강조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중진 의원은 “최고위원 후보라면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우리 당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지도부로서 자신이 어떤 리더십을 갖췄는지, 정치적 소신은 무엇인지 등을 명확히 밝힐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일치단결하고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주당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뒤로 한 채 이 전 대표에 대한 언급만 늘어놓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지적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했다.
당내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후보 이름을 가리고 출마선언문만 보면 어떤 후보인지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최고위원 후보로 내세울 콘텐츠가 ‘이재명’ 세 글자 뿐인 분도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은 다양성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져 온 당”이라며 “이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하기도 전부터 이재명 당대표를 전제로 하고 있으니, 다른 목소리를 내기는 더욱 어려워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전 대표의 1인 독주체제를 막겠다며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진 김두관 전 의원도 당내 다양성 실종을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전날 세종특별자치시의회에서 열린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국민께서 지난 총선 때 오늘날의 어려운 시국을 앞장서서 타개하라고 민주당에 여소야대, 거대 제1당의 책임을 부여했다”며 “그러나 민주당은 그 막중한 책임을 거슬러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제왕적 당 대표, 1인 정당화로 민주주의 파괴의 병을 키움으로써 국민의 염려와 실망 또한 커지고 있다”고 했다. 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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