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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1 (토)

대법 "못 받은 양육비 자녀 성인된 후 10년 지나면 청구 불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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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부부 양육비 청구 소송…1·2심, 지급의무 판단 엇갈려

"이혼 부부 양육비, 독립 재산"…"친족관계 고려" 반대의견도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를 하기 위해 자리하고 있다. 2024.6.2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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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자녀가 성인이 된 후 10년이 지나면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부 협의나 법원 판단이 있기 전이라면 양육비를 소멸시효와 무관하게 청구할 수 있다는 종전 판례가 변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8일 A 씨(여·87)가 전 남편 B 씨(남·85)를 상대로 낸 양육비 심판 청구 소송에서 다수의견으로 양육비 지급 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 결정을 확정했다.

대법은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이 계속되는 동안에 진행하지 않고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 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판시했다.

1974년부터 남편과 별거한 A 씨는 1984년 이혼 후 아들(51)이 성년이 된 1993년 말까지 약 19년 간 홀로 자녀를 양육한 뒤 2016년 전 남편을 상대로 1억1930만 원 상당의 과거 양육비를 청구했다.

1심은 B 씨에 과거 양육비 6000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당시 생활환경과 연령, 양육 상황, 양육비 산정기준표 등을 고려해 월 양육비 25만 원, 총 단독 양육 기간 238개월을 참작했다.

B 씨 측은 과거 양육비 청구권 시효가 소멸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두 사람 간 양육비 지급 합의가 없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2011년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지급 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에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내놓은 바 있다.

반면 2심은 1심을 뒤집고 양육비 지급 의무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다가 성년이 된 때로부터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양육비를 일반채권으로 보고 민법상 재산권의 소멸시효인 10년이 완성됐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상고심 쟁점은 양육비 소멸시효가 진행하는지, 진행한다면 언제부터로 산정할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은 이날 7인의 다수의견으로 원심을 확정하며 2011년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은 자녀 복리를 위한 양육비 성질상 권리 소멸시효는 양육 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해야 하고, 지급 청구 권리도 이때부터 발생한다고 봤다.

대법은 "자녀가 성년이 되면 양육 의무는 종료하고 부부 일방이 과거 지출한 비용을 서로 정산해야 하는 관계만 남는다"며 "양육비 권리는 협의나 법원 심판으로 구체적 액수가 확정되지 않더라도 독립 처분이 가능한 완전한 재산권으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면 과거 양육비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람이 권리를 행사한 사람보다 유리한 지위에 서게 되는 부조리한 결과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다만 권영준 대법관은 양육비 청구권 소멸시효는 양육자가 미성년 자녀를 부양하는 시점부터 진행한다고 봐야 한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노정희·김상환·노태악·오경미·신숙희 대법관은 "이혼한 부부 사이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비 지급을 구할 권리는 친족 관계에 따라 추상적 청구권 내지 법적 지위 성질을 가지므로 종전 판례가 타당하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날 판결은 적극적으로 과거 양육비 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소멸시효가 진행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는 기존 판례를 변경한 데 의의가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자녀의 복리와 법적 안정성이라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 및 구체적 타당성을 적절히 조화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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