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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1 (토)

‘트럼프 입’에 시장 출렁…벌벌 떠는 글로벌 반도체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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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피서브 포럼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RNC)를 앞두고 리허설을 하면서 무대를 점검하고 있다. 2024.07.18. [밀워키=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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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트레이드’ 효과로 급등했던 미국 증시가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의 ‘대만 방위비 분담금’ 발언에 초토화됐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후보의 정책 기조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후보가 집권하면 기존의 ‘칩4’ 반도체 동맹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株, ‘트럼프 공포’에 줄줄이 폭락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날 대비 2.77% 내린 17,996.92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22년 12월 15일(3.23%) 이후 최대 낙폭이다. 나스닥지수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트럼프 후보의 피습 사건 이후 위험자산에 돈이 몰리는 트럼프 트레이드의 효과를 보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하지만 전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나온 트럼프 후보의 발언이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반도체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트럼프 후보는 인터뷰에서 “대만은 미국 반도체 사업의 100%를 가져갔다”며 “대만은 미국에 방위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의 TSMC를 저격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의 인공지능(AI)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TSMC를 품어왔던 것과는 반대되는 입장이라 시장의 충격은 더 컸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도 동맹국들에게 중국 제재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장은 더 출렁였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뉴욕증시에 상장된 TSMC는 전날 대비 7.98% 하락했다.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이자 TSMC 의존도가 높은 엔비디아도 6.62% 떨어졌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 ASML(―12.74%), SK하이닉스(―3.63%) 등이 크게 내렸고, 일본의 반도체 기업 도쿄일렉트론 주가도 8% 이상 떨어졌다. 다만 TSMC에 대한 압박에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인텔(0.35%), 삼성전자(0.23%) 등의 주가는 올랐다.

●트럼프 리스크, 대선까지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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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후보는 “대만이 미국에 새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수십억 달러를 주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기존 적성국인 중국 외에 한국, 일본, 대만 등 동맹국까지 미국의 과도한 지원을 받고 있다면서 공격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자국 기업인 인텔(85억 달러)를 비롯해 TSMC(66억 달러), 삼성전자(64억 달러) 등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집권한다면 한국·미국·일본·대만 등으로 이뤄진 이른바 칩4 동맹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방위비 등 단기적인 이익을 좇다가 미국의 AI 패권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세론’이 굳어지면서 오는 11월 미국 대선까지 트럼프 후보의 말 한 마디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지속적으로 출렁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존에 강조했던 정책 방향성이 급격하게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라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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