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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1 (토)

[사설] 나경원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 수사로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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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민의힘 나경원 대표 후보가 1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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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 자신의 ‘국회 패스트트랙 저지’ 사건 공소를 취하해줄 것을 청탁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사자인 한동훈 후보가 17일 경선 토론회에서 폭로한 내용이다. 후보 간 공방 정도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법치주의에 대한 부정이자, 연줄을 동원해 형사 처벌을 회피하고자 한 특권적 행태다. 공직자에게 수사·재판 등의 위법한 처리 청탁을 금지한 청탁금지법을 어긴 범죄 소지도 큰 만큼,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가릴 수밖에 없다.



한 후보는 이날 4차 방송토론회에서 “나 후보께서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달라고 부탁하신 적이 있죠? 저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토론회 뒤 “패스트트랙 공소 문제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정치의 사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했던 충언”이라 했다. 청탁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은 채 행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어느 누가 자신의 범죄 기소를 취소해달라고 법무부 장관에게 대놓고 청탁할 수 있나. ‘여당 장관’ 표현에서 알 수 있듯 ‘한 식구’라는 인식 때문이다. 한마디 사과도 없이 도리어 법치주의, 사법정의를 말하는 건 특권의식에 젖은 현 정권 집권 엘리트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낸다.



나 후보는 2020년 원내대표 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의 패스트트랙 절차를 물리력으로 저지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국회선진화법 위반이며, 의회민주주의를 폭력으로 유린한 범죄다. 나 후보는 자신이 무죄라는 인식이 강해 보인다. 그러나 유무죄는 본인이 판단하는 게 아니다.



한 후보의 이날 ‘폭로’도 공익적 차원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공격을 맞받아치기 위한 것이다. 한 후보는 나 후보를 향해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는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을 설명하며 검찰의 일방적 주장이 담긴 공소 내용을 30분 동안 읊었던 한 후보가 ‘정치적 중립’을 이야기할 수 있나. 그리고 문제라 여겼다면, 지금까진 왜 가만있었는가. 한 후보는 누구의 또 다른 ‘불법’ 사실을 알고 있는가. 캐비넷에 넣어놓고 나중에 요긴하게 써먹을 생각 말고, 지금 다 밝혀라. 한 후보는 18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다”며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어이가 없다. 한 후보가 사과해야 할 건 그 ‘발언’이 아니라, 청탁을 받고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 ‘행위’다. 사과를 받아야 할 쪽도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피고인들이 아니라 특권 커넥션에 상처 입은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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