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표결이 이뤄지기 전 자진 사퇴한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이 26일 정부과천청사 내 방통위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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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인 상임위원(부위원장)의 사임을 재가했다”며 “방통위 부위원장 사임은 적법성 논란이 있는 야당의 탄핵안 발의에 따른 것으로, 방통위가 불능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방송뿐만 아니라 ITㆍ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를 무력화시키려는 야당의 행태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회가 시급한 민생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입법은 외면한 채 특검과 탄핵안 남발 등 정쟁에만 몰두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공지문에서 이 대행 직함을 ‘부위원장’으로 지칭했다. 이 대행이 탄핵소추 대상이 되는 ‘행정 각부의 장(長)’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행이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어 탄핵 대상이 된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전 취재진과 만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방통위 부위원장 탄핵 시도 등 일련의 과정은 대단히 무도한 (야당의) 입법 폭거”라며 “국민도 많이 놀라고 질렸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김현 의원이 방통위원장 직무대행도 탄핵 대상에 포함하는 방통위법 개정안을 발의한 점을 거론하며 “현행법상 부위원장은 탄핵 대상이 아니라는 걸 (민주당도) 아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 지명으로 방통위원이 된 이 대행은 이동관ㆍ김홍일 전 위원장이 야권의 탄핵안 발의에 연이어 사퇴하면서, 그때마다 직무대행을 맡아왔다. 이 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를 떠나면서 “방통위가 정쟁의 큰 수렁에 빠져 있는 이런 암담한 상황에서 상임위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정말 죄송하다”며 “하루빨리 방통위가 정상화돼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행이 사퇴하면서 방통위는 일시적으로 상임위원(정원 5명)이 1명도 없게 됐다. 민주당에선 “진짜 방통위원이 한명도 없는 ‘빵(0)통위’가 됐다”(조인철 의원)는 말도 나왔다. 대통령실은 방통위 업무 마비를 막기 위해 조만간 후임 방통위원을 인선할 계획이라고 한다. 후임으론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 등이 거론된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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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행의 자진 사퇴로 탄핵 계획이 무산된 민주당은 인사청문 절차가 진행 중인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사퇴도 거듭 촉구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동관, 김홍일에 이어 이상인 대행까지 윤 정부의 방통위원장은 모두 도주했다”며 “전횡의 꼭두각시가 되기를 자처한 이진숙 후보자도 하루빨리 사퇴하라. 만약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민주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서겠다”고 논평했다.
이날 과방위는 “자료 제출 미비”를 이유로 이 후보자에 대한 3일 차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전날 밤 민주당 과방위원들이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이틀에서 사흘로 연장하는 안을 의결했고, 이에 여당 의원들은 “전례가 없다”며 반발해 퇴장했다. 국무총리 지명자나 대법관 후보자의 경우 3일 청문회가 있었지만, 방통위원장과 같은 장관급 후보자의 3일 청문회는 2000년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이날 청문회에선 최민희 과방위원장과 이 후보자가 충돌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언론노조 관련 질문에 이 후보자가 “어제 ‘어떤 위원’께서 질문을 했는데 왜 민노총 조합원이 MBC의 80~90%를 차지하느냐. 뭔가 이유가 있지 않느냐(고 질문했다)”며 “민노총 노조가 뭔가 공정하고 정의롭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사실상 힘에 의한 지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어제 그렇게 물은 게 저(어떤 위원)이고, 살다 살다 저런 궤변은 처음 들어 본다”며 “역사가 차곡차곡 쌓여서 제1 노조가 정통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 89%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내에서 일어난 일에 정치 보복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후보자의 뇌 구조에 문제가 있다”라고도 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제 뇌 구조에 대해 말한 부분에 사과를 원한다”고 항의했고, 최 위원장은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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