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與 정점식 정책위장 자진사퇴…‘尹회동, 우회 압박’ 韓전략 통했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동훈 대표 측의 압박에도 꿈적하지 않던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이 1일 사의를 표명했다. ‘한동훈호(號)’ 출범 열흘만이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5시쯤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시간부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직에서 사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날(31일) 서범수 사무총장은 당직자 일괄 사퇴를 요구했었다.

사퇴 이유로는 “당 분열을 막기 위해 제가 사퇴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 이전에 누구로부터 저의 거취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며 온전히 자신의 결정임을 강조했다. 정 의장은 ‘대통령실과 상의했나’라는 물음에도 “전혀 그런 건 없다”고 부인했다.

중앙일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오전만 해도 국민의힘 내분 양상은 임계점을 넘는 듯했다. 정 의장은 서지영 전략기획부총장, 김종혁 조직부총장, 김수민 홍보본부장,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 등 기존 임명직 당직자들이 대거 불참한 최고위원회의에 홀로 모습을 나타냈다. 자신의 발언 순서가 오자 “오늘은 발언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진 비공개회의는 냉랭한 분위기 속에 5분 만에 종료됐다.

서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정책위의장) 재신임은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결단이) 빠를수록 좋다”며 재차 압박했다. 이어 한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도 함께 일하고 싶은 인품과 능력을 갖췄다”라면서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전당대회의 당심과 민심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 의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공지한 건 그로부터 정확히 2시간 뒤였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초 정 의원은 사퇴할 뜻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날 오후 2시쯤 한 대표가 직접 정 의장에게 “당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싶다. 그렇다면 새로운 인물과 함께 시작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하면서,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됐다고 한다. 정 의장은 “결국 당원들과 의원들께서 원하시는 건 당의 화합과 2년 뒤 지방선거와 3년 뒤 대선 승리가 아니겠나”라며 “그런 측면을 고려해 추경호 원내대표와 많은 의견 교환을 거친 뒤 사퇴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정 의장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향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9명) 구성은 친한계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지명직 최고위원(1명)과 신임 정책위의장에 친한계가 임명되면, 한 대표와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을 포함해 친한계가 과반(5명)이 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동훈 대표가 확고하게 당의 의사 결정 주도권을 쥐게 됐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차기 정책위의장 후보군으로 4선의 김상훈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 외에는 3선의 김성원·송언석·이만희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지명직 최고위원 후보군에는 김종혁 조직부총장 등이 검토 중이다.

한 대표가 큰 잡음 없이 정 의장의 자진 사퇴를 끌어내면서 정치력도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한 대표가 요청해 만든 지난 30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90분 회동 이후 서 사무총장의 당직자 일괄 사퇴 요구(31일)→정 의장 자진 사퇴(1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한 대표가 자기 사람으로 일방적으로 교체하지 않고 변화의 명분 등을 앞세워 자진 사퇴를 유도해냈다”고 말했다.

다만 정 의장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가 정책위의장 면직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당헌·당규상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정책위의장 임기 1년 조항을 근거로 “의원들도 당헌과 배치되기 때문에 물러나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했다”는 언급도 했다. 향후 친한-친윤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