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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하고, 신군부 비자금 환수해 희생자와 유가족 위해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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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 인터뷰]
5·18 정신은 국민의 '주권혁명'
정신 헌법 담아 독재 경계해야
5·18 진상조사 후속기구 필요
신군부 부정 재산은 환수하고
독재자 미화 공간 청산해야
한국일보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이 지난 8일 집무실에서 5·18특별법 개정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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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은 미완의 역사다. 올해로 44주년을 맞았지만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침투설', '폭도 선전선동설' 등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부추기는 이들도 여전하다. 학살의 주역인 신군부의 잔재도 전국에 산재해 있다. 여기에 최근 신군부 주역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에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비자금'이 이들 자녀의 이혼소송에서 언급되는 일은 5·18 피해자들에게 다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고 있다.

5·18 피해자들이 보상금을 모아 1994년 설립, 왜곡 대응 및 진상규명, 피해자 및 유가족 지원 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는 5·18기념재단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全文) 수록과 비자금 환수를 통한 피해자 지원 등이 이뤄져야 비로소 국가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지난달 임기 3년 차를 맞은 원순석(72)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9월 정기국회에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신군부 세력 비자금을 환수하는 내용의 '5·18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제출할 계획이다. 원 이사장을 지난 8일 광주 서구 쌍촌동 재단 집무실에서 만나 계획을 들어보았다. 그는 1980년 당시 전남대 농과대학 학생회장으로 그해 5월 14~16일 열린 광주민족민주화대성회를 주도하다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5·18 유공자다.

_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왜 필요한가.

"5·18민주화운동은 국민이 사회·정치적 주체가 돼 불법 세력의 정권 찬탈 행위에 저항권을 행사한 것이다. 5· 18 정신인 '민주주의'와 '저항'을 헌법 전문에 담는 일은 주권자인 국민에게 헌법에 반하는 세력에게 저항할 용기를 북돋고,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통합·국가 발전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_지난 6월 종료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활동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민간인 집단학살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과 추가 암매장지 확인 등 국가기관 이행계획 및 조사 결과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 진상규명 후속 조사 특별기구의 설치나 지정이 필요하다. 조사가 미진한 부분에 대한 후속 조사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의 명예회복·보상을 위해서 헌정질서 파괴 행위자에 대한 부정 축재 재산 현황 조사도 주요 업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_최근 노태우 전 대통령 딸 노소영의 이혼소송에서 비자금 재산 실체가 일부 드러났는데.

"노태우가 스스로 인정한 (비자금) 4,600억 원 중 2,600억 원만 환수가 됐다. 애초 수사가 부실했고 이후에도 추적하고 환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에야 스멀스멀 그 흔적들이 나오고 있다. 당초 수사가 정의 실현보다는 면죄부를 주기 위한 요식행위에 그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직계가족들이 아직도 부정 축재 은닉 재산을 연결고리 삼아 막대한 부(富)를 주장하는 현실은 개탄스럽다. 부당한 권력을 이용한 불법행위로 취득한 재산은 부정 축재 은닉 재산이므로 재수사를 통해 철저히 환수해 5·18의 희생자·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보상에 활용해야 한다."

_노태우 비자금 환수를 위해선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국민적 공분과는 달리 현행법상 공소시효가 완료되거나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 부정 축재 재산이라고 하더라도 몰수·추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공소시효 완료, 당사자 사망 시에도 몰수·추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고 재산분할이나 혹은 상속·증여의 경우에도 끝까지 추적하고 환수해야 한다. 우리는 2018년 제정된 5·18 진상규명 특별법에 법적 근거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야 정치권에 구체적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_위헌 문제는 없을까.

"40여 년이 지나 당사자들이 사망했고 비자금이 제3자의 재산으로 넘어가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법률의 소급 적용 등 위헌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한 이들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 (노태우 비자금) 사례는 직계 가족이 스스로 증거까지 제출했다. 노태우는 추징금을 완납했다고 했는데 가족들은 아직도 9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한다. 전두환 역시 자신의 전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 국민을 우롱했다. 과거 5·18민주화운동 특별법과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 환수에 대해서도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소급 입법을 인정했다. 같은 원리가 적용 가능할 것이다."

_국회에 제출할 건의문엔 신군부 잔재 청산을 요구하는 주장이 담겼다.

"재단은 전두환 미화시설 청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 결과 강원도 백담사 화엄실에 전시되고 있는 전두환 사용 물품에 대한 철거요청, 인천 흥륜사 정토원(납골당) 전두환 휘호 현판 철거 등이 이뤄졌다. 하지만 여전히 전국 곳곳에 신군부 세력을 미화하는 공간이, 군 관련 시설을 제하더라도 22곳에 달한다. 다른 나라에도 유사 사례가 있다. 2023년 대만정부는 최근 40~50년간 있었던 국가폭력 행위에 대한 이행 기준 국가보고서를 만들어 공개했다. 이후 대만 정부는 독재자 재산을 환수하고 독재자를 미화하는 동상 등 시설을 철거하거나 독재자의 이름을 딴 도로명을 고쳤다. 전 세계 민주주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우리나라에 독재자의 망령이 시설이나 공간으로 남아 있으면 언제라도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드시 철거돼야 한다."

_31일이면 5·18기념재단이 출범한 지 30주년이 된다.

"올해는 재단이 생긴 지 30주년이고, 2030년이면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이는 5·18민주화운동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들이 모두 사라지고, 미경험 세대들이 사회 전면에 등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단은 미경험 세대가 5·18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폭넓은 교육과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많이 만들고자 한다. 5·18 정신이 미래 세대에게도 전해지길 기원한다."
한국일보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5·18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과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18기념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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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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