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 이형구(55)는 ‘벅스 버니’ ‘톰과 제리’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해부학적 뼈대를 만드는 ‘아니마투스(Animatus)’ 시리즈로 이름을 알렸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만화 캐릭터에 생물학·해부학·유전학·고고학적 스토리를 입힌 유머러스한 작품이다. 미국 유학 시절, 왜소해 보였던 자신의 몸도 유머의 소재로 삼았다. 손이나 눈 등 몸의 일부를 돋보기처럼 확대·과장하는 작업을 내놓으면서다.

이형구가 23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서울 우사단로 프로세스 이태원에서 마뉴엘 솔라노(37), 이정(52), 허수연(31)과 함께 4인전을 연다. ‘바자전: 언더/스탠드(Under/Stand)’에서다. 아래(under)에 서서(stand) 보며 이해와 교감을 높인다는 취지로 패션지 하퍼스 바자가 주최하는 전시다. 그는 이번 전시에 관객이 또다른 거대한 존재가 되어 지구를 바라보는 듯한 상상을 불러 일으키는 신작을 내놓는다.

이번 바자전에 참여하는 멕시코 출신 마뉴엘 솔라노는 11년 전 에이즈 합병증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못과 핀, 철사를 사용해 캔버스를 구획한 뒤 촉각으로 그리는 방법을 찾아냈다. ‘손끝 그림’의 소재는 기억 속 이미지들이다.

이정은 문학이나 영화, 노래 속 사랑에 대한 경구들을 네온 설치와 사진으로 표현한 ‘아포리아(Aporia)’ 시리즈를 전시한다.

허수연은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한 탐구를 작품으로 옮겨낸다. 이형구·허수연 작가의 대담, 오디오 도슨트 등도 마련돼 있다. 관람료는 무료.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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