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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명문' 송산고에 무슨 일이?...무너지는 학교 엘리트 체육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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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실업팀 연계 위해 2009년 설립
전국체전 우승, 국대 배출 등 명문 거듭나
최근 감독-학교 갈등 끝에 해체 수순 돌입
배구계 "초중고-실업팀 연계성 해쳐...
배구 꿈나무 희망까지 사라지게 하지 말라"
한국일보

배구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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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명문' 송산고 배구부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배구계를 넘어 체육계 전반에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학교 엘리트 체육의 붕괴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배구계에 따르면 송산고는 이달 초 배구부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갖고 2025년도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학부모들의 반발이 빗발치자 16일 "(학부모들이) 학기 초에는 기대감에 참고 있다가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매년 2학기 시작부터 민원과 신고가 끊이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배구부의)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거듭 밝혔다.

송산고 배구부는 경기 남양초-송산중-화성시청 실업팀을 이을 '연결고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2009년 창단됐다. 당시 화성시와 교육청 등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배구 전용 체육관과 선수단 숙소를 갖추며 탄탄대로를 달렸다. 창단 4년 만인 2013년 전국체전 준우승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2016년에는 전국체전 우승으로 명실상부 '배구 명가'로 거듭났다. 국가대표 출신 황택의(국군체육부대), 박경민(현대캐피탈) 등 걸출한 선수들도 다수 배출했다.
한국일보

배구 경기 중 서로 상대 진영으로 공을 넘기려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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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송산고 배구부는 지난해 말부터 때아닌 해체설이 돌았다. 학교와 전 배구부 감독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동시에 학교 엘리트 체육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학교 측은 "(전임인) A감독과 관련해 민원과 신고, 음해성 감사요청 등이 끊이지 않았고,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며 "이는 대다수 일반 학생들에게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며, 학교의 대외적 이미지까지 실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교육청 민원감사를 통해 A감독과 학교 일부 관리자가 불법찬조금 모금으로 경고 조치를 받는 등 배구부를 둘러싸고 잡음이 계속됐다. 다만 이에 대해 A감독은 "동계 전지훈련을 떠난 사이 체육관 기름탱크에 기름이 떨어져 아이들이 추위에 떠니까 학부모님들이 십시일반으로 주유차를 보낸 것"이라며 "이걸 학교에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고 조치를 받은 것이지 내가 돈을 받거나 걷은 적은 추호도 없다"고 해명했다. 학교 측이 주장하는 폭력, 폭언 의혹에 대해서도 A감독은 "악의적인 신고였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배구부 해체가 가시화되면서 14명이던 배구부원은 현재 10명으로 줄었다. 이들 중 고3들이 졸업하고 나면 5명밖에 남지 않는다. 최소 배구 경기 인원도 되지 않는 셈이다. 만약 송산고가 최종적으로 해체를 결정하고 시도배구협회를 통해 대한배구협회에 공문을 보내면, 해체를 막을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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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 코리아컵 제천 국제남자배구대회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중 허수봉이 강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제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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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계에서도 우려 속출... "단일 학교 배구부 해체 그 이상"

배구계는 송산고의 해체 수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교 남자 배구부는 현재 22개로, 10년 전 대비 5개 팀이 줄었다. 송산고 배구부가 없어지면 그 수는 더 줄어든다. 고교 배구부의 해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2019년 원곡고 배구부가 해체됐을 때부터 위기감이 팽배했다. 강소휘(한국도로공사), 이주아(IBK기업은행) 등이 원곡고 출신이다. 일본만 해도 2,500여 개에 달하는 고교 배구팀이 한국 땅에는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한국 배구의 레전드로 불리는 장윤창 경기대 교수는 송산고 배구부 해체를 반대하는 집회를 여는 등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학교 엘리트 체육의 붕괴를 우려하는 것이다. 장 교수는 "송산고 배구부의 해체는 초중고-실업팀으로 연결되는 축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단일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배구계 전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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