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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불붙는 OTT 시장

'OTT 체리피킹' 부추길까…공정위 '중도해지' 결론에 업계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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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OTT 약관의 중도해지 환불 규정/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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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들이 소비자의 '중도 해지'를 방해했는지 들여다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앞서 비슷한 혐의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이 과징금을 부과받은 만큼, OTT 기업도 제재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다변화 된 구독경제의 특성을 도외시 한 채 소비자의 '체리피킹'만 부추기는 낡은 규제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넷플릭스·웨이브·왓챠 등 OTT와 일부 음원 사이트 등을 대상으로 지난 3월부터 중도 해지권 방해·제한 여부 등을 조사중이다. 공정위는 이들 회사가 중도 해지 제도를 운영하지 않거나, 중도 해지가 가능하더라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소비자 권리를 침해한 점을 문제로 본다.

공정위는 조사 대상 업체의 중도해지 관련 약관을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올 3월 조사관을 보내 계약해지 관련 자료들을 확보했다. 지난달부터는 이들 업체를 불러 면담 조사를 진행했다. 이어지는 후속 절차와 공정위 의결 등을 고려하면 9월 중 제재 결의가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도해지권 관련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OTT 업계는 공정위가 중도 해지를 인정, 시정조치를 요구할 경우 구독 플랫폼으로서는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어렵다며 반발한다. 중도 해지는 소비자가 원하면 곧바로 서비스 이용이 중단되고, 이미 이용한 부분 외 나머지 요금은 환불해야 한다. 특히 사용한 날만큼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돌려주는 '일할계산' 방식이 시정조치에 포함될 가능성이 논란거리다. 올해 초 공정위가 음원 서비스 멜론을 제재하면서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미이용 금액 환급이 가능한 중도해지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문제삼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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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국제 OTT 포럼에서 한 참석자가 휴대폰 OTT 화면을 보고 있다. 2023.11.16./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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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같은 중도해지가 OTT를 비롯한 구독 플랫폼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가령 넷플릭스 프리미엄 요금제(월 1만7000원)를 구독한 뒤 4가구가 동시에 8월 신작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8부작을 몰아보기 하고 다음날 해지해 일할계산으로 돌려받는다면, 이틀 요금에 해당하는 약 1100원만 내면 되는 셈이다. 이는 OTT 인기 콘텐츠만 골라보고 해지하는 체리피킹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

업계에선 안정적인 구독료 수익을 바탕으로 콘텐츠 개발에 투자해 왔던 기존 사업구조가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OTT 업계 관계자는 "개별 콘텐츠마다 VOD(주문형비디오)를 구매할 것인지, 아니면 정기적인 결제로 여러 콘텐츠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OTT 구독을 선택할 것인지는 소비자의 선택"이라며 "이 같은 구독경제 모델에 과거 헬스장이나 목욕탕, 피부관리실 등 기간 이용권에 해당하는 중도해지 후 일할계산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공정위의 규제가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이미 2021년 당시 6개 OTT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자 귀책 사유가 있거나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매 결제일 이후 7일 이내 해지 시 환불하도록" 중도해지 약관 시정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런데 공정위가 이번에는 일할계산 방식을 요구한다면, OTT의 중도해지 약관이라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 3년 사이 중복 규제를 강제하는 셈이다.

OTT 업계는 숨죽이고 있다. 웨이브는 지난달 "공정위 조사를 계기로 고객의 시각에서 보다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이용권 페이지에 중도해지·환불 관련 안내문구 표기를 보완했다"고 밝혔다. 왓챠는 이용 내역과 구독권 할인액 등을 고려해 남은 이용기간 만큼의 환불이 가능하도록 최근 이용약관을 개정했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전략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공정위 제재가 명확해진 이후 대응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OTT의 중도해지 이슈는 지난달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인사청문회에서 "공정위의 (중도해지 조사 관련) 이런 움직임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이 위원장(당시 후보자)은 "이전엔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 본 것이 없다"면서도 "하루나 이틀에 몰아 보고 소액만 결제하면 콘텐츠 제작사들한테는 엄청나게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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