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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우라늄·니켈 수출 제한 검토…EU "러 천연가스 수입 중단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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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정부 구성원들과의 화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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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우라늄과 니켈 등 전략 원자재의 수출 제한을 고려하라고 지시했다. 수출 제한이 현실화되면 러시아에서 우라늄을 공급받고 있는 미국 등 서방의 원자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배터리 등에 쓰이는 니켈을 러시아로부터 공급받는 유럽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부 화상회의에서 “그들(서방)은 우리에게 많은 상품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아마 우리도 그들에게 특정한 제한을 가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세계 시장에 대량으로 공급하는 제품 유형을 살펴보자. 우라늄, 티타늄, 니켈 등에 대한 특정 제한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하지 말자”고 덧붙였다.



“미국도 러 농축우라늄 당장 대체 어려워”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에도 서방은 우라늄 등을 러시아에 의존해왔다. 러시아는 전 세계 우라늄 농축 능력의 약 44%를 차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다수의 서방 원자로가 러시아와 농축 우라늄 공급 장기 계약을 맺고 있다”며 러시아의 농축 우라늄 판매 억제가 서방 원자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미국도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연간 약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러시아 농축 우라늄 수입 금지 법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여기엔 핵연료 공급난이 발생할 경우를 우려해 미국 전력회사가 2027년까지는 러시아 우라늄 수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 에너지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한 날 미국 핵연료 수입의 약 35%를 러시아가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미국 상업용 원자로에 공급된 농축 우라늄의 27%는 러시아산이었다. 애널리스트 아르카디 게보르키안은 로이터통신에 “단기적으로 향후 2~3년간은 대체하기 정말 어려울 거다. 서구 농축 업체가 추가 농축 능력을 구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대체하려면 최소 3년이 걸릴 것”이라며 “중국에서 저농축 우라늄을 수입해 부분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FT는 “러시아 원자재에 대한 서구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점점 더 많은 러시아 원자재 화물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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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이동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연간 약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러시아 농축 우라늄 수입 금지 법안에 서명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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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 가격, 우라늄 광산기업 주가 ↑



러시아엔 세계 최대의 정제 니켈 생산업체인 노르니켈도 있다. 이 회사는 유럽과 중국에 니켈을 대량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산 니켈은 미국과 영국의 주요 거래소에선 더 이상 거래되지 않는데도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이날 푸틴의 발언 직후 런던금속거래소(LME)의 3개월 만기 니켈 가격은 t당 1만6145달러로 2.6% 올랐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캐나다 등 우라늄 광산 기업의 주가도 올랐다.

러시아는 항공우주, 해양, 자동차 산업에서 사용하는 티타늄 스펀지의 세계 3위 생산국이기도 하다. 앞서 캐나다는 러시아의 최대 티타늄 스펀지 제조업체인 VSMPO-아비스마를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도 항공기를 제조하는 에어버스가 러시아산 티타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러시아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도 여전히 러시아산 티타늄을 구매하고 있고, 가장 큰 구매자는 프랑스, 중국, 독일이다.

일각선 러시아가 천연가스, 다이아몬드, 금의 수출도 제한할 수 있다고 본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는 다양한 전략적 원자재 매장량의 선두주자다. 천연가스는 전 세계 매장량의 거의 22%, 금은 거의 23%, 다이아몬드는 거의 55%에 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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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북극 도시 노릴스크에 있는 자폴리아니 광산 모습. 세계 최대 니켈 및 팔라듐 생산업체인 노르니켈의 자회사가 소유한 광산이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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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우크라 통한 러 천연가스 수입 중단 준비”



이런 가운데 이날 유럽연합(EU)의 카드리 심슨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은 ‘에너지 연합 현황 보고서 2024’를 발표하며 “EU는 우크라이나를 거쳐 오는 러시아산 가스 없이도 살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2019년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즈프롬과 5년 계약을 맺고 자국을 거치는 가스관 사용을 허용했다. 전쟁 발발 이후에도 계약을 유지하며 통행료를 받고 있으나 올해 12월 31일 계약이 만료되면 계약 갱신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현재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가 여전히 러시아산 가스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러시아를 대체할 공급업체로 아제르바이잔과 협상중이다.

심슨 집행위원은 “우리는 유럽의 에너지 공급 안보에 어려움을 일으키지 않고도 러시아산 가스의 단계적 퇴출을 마무리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EU 의존도가 2021년 45%에서 지난해 15%로 떨어졌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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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 직원이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쿠르스크 인근 수드자에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가스 측정소의 파이프라인 옆을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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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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