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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통일 하지말자”던 임종석 이번엔 “통일부도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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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CBS 라디오서 “文은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

세계일보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이 지난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광주 평화회의 ‘평화, 가야 할 그날’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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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이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의 ‘통일하지 말자’던 자신의 주장에 변함이 없다면서, 이번에는 “통일부도 지금은 필요 없겠다”는 말까지 했다.

임 전 실장은 2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적어도 30년은 통일 논의는 봉인하고 평화 관리와 정착, 자유왕래 등 두 국가 상태로 30년 살아보자”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통일에 대한 문제는 미래의 주인인 미래 세대에게 넘겨주자”고 덧붙였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통일하지 말자는 게 진심인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앞서 임 전 실장은 지난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한반도평화 공동사업 추진위원회’가 주최한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남북이) 그냥 따로, 함께 살며 서로 존중하고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라며 “통일, 하지말자”고 폭탄 발언을 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 출신으로 ‘우리 민족끼리’ 반미자주통일을 추구한 민족해방(NL) 계열의 대표적 인물 중 한 사람이라는 점 등에서 매우 이례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여졌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은 바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통일을 배제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임 전 실장의 발언이 나와 그 배경에 관한 의문도 대다수 제기됐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정은의 주장과 같다’며 임 전 실장을 향해 “그만 염장 지르고 북한에 가서 살라”는 비난까지 나온 터인데, 임 전 실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그런 것까지 답하고 있어야 되겠느냐”며 들을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받아쳤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나온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며 당의 입장과 다르다는 비판에도 임 전 실장은 “활발한 토론이 일어나면 좋겠다”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그는 “건강한 토론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현재 상태를 수용하는 조치를 할지 고민하자고 화두를 던졌다”며 “통일에 대한 가치와 지향을 남기고서 평화적 두 국가로 살아보자는 게 헌법과 충돌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헌법 제3조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한 만큼 두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게 임 전 실장을 겨냥한 지적인데, 임 전 실장은 “(내가) 전면적으로 헌법 정신을 부정한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다만 영토조항 문제는 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대목에서 임 전 실장은 “기본적으로 영토조항도 남한만의 단독선거를 하면서 북진 통일을 주장할 때 넣었던 것”이라며 “국제법과 정면충돌한다”고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의 ‘통일부도 지금은 필요 없다’는 말은 이 대목에서 나왔다. 그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보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헌법학자들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며 “이미 두 국가 상태이고, 헌법에서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는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는 헌법학자들의 주장도 있다”고도 강조했다. 영토조항이 헌법에 포함된 나라도 드물며, 해당 조항을 없애거나 개정하자는 일부의 주장이 있다면서다. 다소 극단적이기는 하나 지금은 통일부도 필요없다는 주장은 미래 세대에 통일 문제를 넘겨주자던 발언과 맥이 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규정을 “반민족적 처사”라고 강하게 비난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이번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고 임 전 실장은 언급했다. 계속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제 의견에 다 공감한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다만) 제 고민의 지점은 정확하게 이해하고 계시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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