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이슈 시위와 파업

아쿠아리움에 접착제로 환경단체 현수막…법정 선 ‘벨루가 방류 시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회사 재물손괴” vs “정당 행위”

수족관 수조에 접착제 붙인 혐의

檢, 환경단체 대표 징역 1년 구형

‘표현 자유’ 인정 여부 쟁점될 듯

유럽에서 환경단체의 과격한 시위가 사회적 논란인 가운데 국내에서도 벨루가(흰돌고래) 방류를 주장하는 해양환경단체가 민간기업에 고발당해 26일 법정에 섰다. 단체 측은 “방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아쿠아리움에 항의하기 위한 정당행위였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회사 재물을 손괴했다”며 단체 대표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세계일보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소속 활동가 등이 지난 2022년 12월16일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벌인 ‘벨루가 전시 중단’ 현수막 부착 시위. 핫핑크돌핀스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김예영 판사는 이날 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황현진(38) 공동대표의 공동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황 대표는 2022년 12월16일 핫핑크돌핀스 회원 등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벨루가 수조에 ‘전시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접착제로 붙이고 방류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황 대표에 대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대형 현수막을 수조에 부착해 일시적으로 전시 기능을 상실케 했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라이브 방송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송출해 수족관 운영을 방해했다”면서 “현수막은 제거했지만 접착제가 남아 수조에 해를 입혀 여러 명과 공동으로 회사 재물을 손괴했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26일 오전 서울동부지방법원 앞에서 핫핑크돌핀스 관계자들이 벨루가 방류 약속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대표 측은 검찰이 주장한 재물손괴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시위 자체가 정당행위로, 업무방해 혐의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 변호인은 “당시 롯데는 2021년까지 벨루가 ‘벨라’를 방류이송장으로 옮기겠다 해놓고 계속해서 계획을 미뤘다”면서 “벨라가 정형행동(스트레스를 받은 동물이 보이는 이상행동)을 보여 생명이 위험하다는 판단하에 피고는 여론 환기를 위해 급박하게 시위를 열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 구호를 외치는 시간은 5분에 그친 평화적 시위였다”면서 “시위 참가자들은 흔히 구할 수 있는 딱풀과 스프레이형 접착제를 사용해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세계일보

26일 오전 핫핑크돌핀스 및 환경단체 회원들이 황현진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의 무죄 판결 및 벨루가 방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윤솔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황 대표는 이날 재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접착제 흔적으로 인한 피해보다 해양생태계의 핵심 종이자 주요 탄소흡수원인 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 한국 사회와 지구 공동체 전체가 얻는 공익적 가치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정에서 “아쿠아리움 측은 이메일·공문에 답하지 않고 핫핑크돌핀스의 전화를 모두 차단하는 등 소통을 거부해 왔다”며 “우리의 행동은 위기에 처한 생명을 살리기 위함이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정당한 행동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앞서 아쿠아리움 측이 7억원 상당의 피해를 주장했지만, 기소 과정에서 피해액을 재검토하면서 ‘불상’으로 변경됐다. 황 대표는 법정에서 “수족관 업체가 7억원은 과도한 평가라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벨루가 ‘벨라’.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2013년 수입한 3마리의 벨루가 중 두 마리가 폐사하자 2019년 남은 벨라를 방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몇 년째 방류를 미루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롯데 측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2026년 방류를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 재판은 벨루가 방류가 아닌, 시위에 따른 재물손괴와 업무방해에 대한 재판인 만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인정 범위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법원은 올해 5월 경기 성남 두산중공업 본사 로고 간판에 녹색 페인트를 칠한 환경운동가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1·2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재물손괴를 쉽게 인정하면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게 될 위협이 있어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