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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난공불락’ 치매 치유될까? 임상중인 치료제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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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4월12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2024년 서울시 한마음 치매극복 걷기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공원 일대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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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환자 100만, 치료제 한 단계 진전



치매의 국내 환자 규모는 1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한국 노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엔 다른 질환보다 치료제 개발이 더뎌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치매는 생애 전체에 걸쳐 다양한 위험인자가 복합적으로 관여하기에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다. 심지어 위험인자의 65%가 아직 무엇인지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최성혜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인하대병원 신경과)은 “과거와 똑같은 상황은 아니다”라며 “아직 치매를 완전히 정복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한 단계 진보했다”고 지적했다. 최 이사장은 이어 “최근 ‘아밀로이드베타(Aβ) 항체 주사 치료제’가 나온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면서 “또 다른 치료법인 ‘타우 단백질 항체 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도 많이 진행했다”고 강조한다.





127개 후보물질에 164건 임상시험 중



Aβ 치료제는 2021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을 승인하면서 본격화했다. 이 치료제는 뇌의 노폐물 중 하나인 Aβ 단백질이 쌓여 덩어리(플라크) 지는 것을 막는다. 학계는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평가한다. 수십 년 만에 알츠하이머병의 병리 요인을 직접 교정해 근본적인 질병 치료를 기대할 수 있게 된 덕이다.



다만, 첫 치료제였던 ‘아두헬름’은 고가임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치료 효과와 부작용 등의 문제로 올해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대신 지난해 7월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라는 후속 주자가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일본 제약사 에자이와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이 함께 개발해 이미 미국과 일본 등에서 출시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 이르면 오는 12월께 출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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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치매약 개발 현황. 게티이미지뱅크, 각사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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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사 개발 레켐비, 연내 국내 시판



레카네맙은 임상 3상 시험 결과, 투약 18개월 뒤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 정도를 가짜약을 투여한 집단과 대비해 27% 늦췄다. 그간의 치매 항체 치료제 계열 약물 중 가장 높은 효과다. 그러나 뇌부종과 뇌 미세혈관 출혈 등의 부작용 우려와 연간 3천만원 내외의 높은 가격, 까다로운 처방 조건, 치료를 위해 18개월 이상 2주에 한 번씩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점 등은 한계점으로 꼽힌다.



또 다른 후속 주자인 ‘키순라’(성분명 도나네맙) 역시 지난 7월 FDA의 승인을 받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임상 3상을 추가로 진행 중이라 국내 출시 시기는 2~3년 뒤가 될 전망이다. 도나네맙은 인지장애 지연 효과가 다소 앞선 것으로 나타났고, 한 달에 한 번만 투여하면 되는 장점이 있다.



대한치매학회 무임소이사인 이상학 교수(원광대병원 신경과)는 “이 외에도 국내외에서 타우 단백질 조절, 신경 재생 촉진, 혈액-뇌 장벽(BBB) 투과 등 다양한 기전을 기반으로 한 치매 치료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면서 “상용화 시점은 각 약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Aβ 관련 치료제가 가장 빠르게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알츠하이머협회(AA)에 따르면, 올해 초 총 127개의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물질이 164건의 임상시험을 통해 연구 중이다. 임상 3상은 48건, 임상 2상 90건, 임상 1상이 26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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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주기별 치매 발병에 영향을 주는 인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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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도 ‘각축전’



국내 기업의 치매 치료제 개발도 활발하다. 국내에선 복합적인 치매 발병 원인을 동시에 공략해 중증 치매인 알츠하이머병뿐 아니라 파킨슨병 등 다양한 퇴행성 신경질환에 적용하려는 것이 특징이다. 국가적으로도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하고 산·학·연(연구소)·병(병원)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현재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공동주관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삼진제약과 아리바이오다. 아리바이오는 세계 최초의 다중기전 먹는(경구용) 치매 치료제 ‘AR1001’의 글로벌 3상을 진행 중이다. 포스포다이에스터레이스5(PDE5)와 독성 단백질을 공략하며, 특히 타우 단백질(pTau-181) 수치가 높은 환자에게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 2상에 들어간 기업도 여럿이다. 삼성제약 계열사인 젬벡스는 뇌의 염증을 억제하는 방식의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물질 ‘GV1001’을 개발 중이다. 국내 임상 2상을 마치고 국내 3상과 글로벌 2상을 준비 중이다. 지엔티파마의 신경염증 억제 기전 후보물질 ‘크리스데살라진’도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차바오텍은 태반 조직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 종류인 신약 후보물질 ‘CB-AC-02'를, 엔케이맥스(엔케이젠바이오텍)는 신경염증을 줄이고 뇌 면역체계를 개선하는 세포치료제 SNK01을 각각 개발 중이다. 두 곳은 국내에서 임상 1상 시험과 초기 2상 시험(임상 1/2a상)을 함께 진행 중이다.



메디포럼 역시 신경세포 재생을 목표로 하는 자연 유래 후보물질 ‘PM012’의 초기 2상(2a상) 임상시험을 마쳤다. 뉴로바이젠은 억제성 신경물질인 ‘GABA’ 분비를 조절해 신경염증을 완화하는 치료 후보물질 ‘KDS2010’의 2a상 임상에 들어간다.



임상 1상의 초기 개발 단계인 곳엔 메디프론(타우 단백질 관련 치료제), 샤페론(신경염증 조절 치료제 누세린), 뉴로라이브(PDE 억제 신약 후보물질 NR-0701) 등이 있다.



주요 제약사들도 관련 연구·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한미약품은 Aβ 단백질을 제거하는 ‘HM30181’을, 셀트리온은 Aβ 및 타우 단백질을 동시에 억제하는 복합 치료제를, 유한양행은 신경염증 조절을 기반으로 한 후보물질을 연구 중이다.



최지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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