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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경성크리처2', 다 놓쳤어요 [OTT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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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경성크리처2 리뷰 박서준 한소희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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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과유불급이다. 넣고 싶은 메시지, 담고 싶은 이야기가 흘러넘치면 결국 빈 잔만 남기 마련이다.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2'(연출 정동윤·각본 강은경)는 2024년 서울, 태상(박서준)과 모든 것이 닮은 호재(박서준)와 경성의 봄을 살아낸 채옥(한소희)이 만나 끝나지 않은 경성의 인연과 운명, 악연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지난해 12월 시즌1 파트1이 공개, 이어 올해 1월 파트2가 공개됐다.

작품은 1945년에서 79년을 뛰어넘어 2024년의 채옥으로 시작된다. 채옥은 '은제비'라는 이름으로 실종자들을 찾는 일을 한다. 동시에 태상을 닮은 호재는 소위 심부름센터인 '부강상사'를 운영하며 살아간다.

두 사람은 우연히 같은 사건에 엮이게 되고, 채옥은 호재를 보며 장대주(박서준)를 겹쳐본다. 그러나 호재는 채옥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채옥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같은 시각, 전승제약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옹성병원에 이어 생체실험을 진행한다. 과연 채옥과 호재는 끝나지 않은 악연과 인연의 굴레를 끊어낼 수 있을까.

'경성크리처' 시즌2는 채옥과 호재의 재회로 시작된다. 3회에 걸쳐 두 사람의 애틋함으로 포문을 연 '경성크리처2'는 초반부 로맨스에 집중한다. 이들의 로맨스를 위해 집중된 BGM은 연신 아련함을 자극하지만, 시청자들에겐 크게 와닿지 못한다. 앞서 시즌1 속 '톤 앤 매너'와 영 딴판이기 때문이다.

채옥과 태상의 로맨스는 시즌1부터 이어져왔다. 다만 그 감정의 깊이를 시청자들이 이해하고, 공감하기엔 다소 짧은 시간이었다. 시즌2 포문을 여는 두 사람의 로맨스는 '경성'과 '크리처'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겐 어리둥절하다. 여기에 '투 머치'한 느낌을 주는 BGM 역시 몰입을 방해한다.

액션만큼은 독보적이다. 채옥과 태상은 승조(배현성), 쿠로코 대장(이무생)과 맞붙으며 초인적이고, 빠른 템포로 화려한 액션을 보여준다. 특히 쿠로코 요원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선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몰아치며 몰입감을 높인다.

문제는 '경성크리처'가 전 시즌에 걸쳐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있다. 시즌1에서 '경성크리처'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일본군에 의해 강제 인체실험을 당하는 조선인들의 아픔에 주목했다. 당시 주연 배우 한소희의 SNS에 한 일본 누리꾼이 "일본인으로서 조금 용기가 필요하다"는 댓글을 남기자 직접 "슬프지만, 사실인 걸"이라고 답하며 소신을 드러냈다. 여기에 독립군 캐릭터까지 등장시키며 작품이 가진 항일적 정신을 강조했다.

그러나 시즌2 속 항일 메시지를 담아내는 방식은 다소 뜬금없다. 중반부까진 시즌1과 결이 전혀 다른 작품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두 주인공의 로맨스와 전승제약에 집중한 탓이다. 중반부를 넘어서며 플래시백과 함께 다시 일제 잔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중요한 것은 '적재적소'다. 사랑을 찾던 주인공은 돌연 잊지 않아야 할 과거의 아픔에 대해 일장연설을 쏟아낸다. 그러면서 또 사랑에 빠진다. 과연 주인공이 잊지 않고 싶은 것이 자신의 옛사랑인지, 조국의 아픔인지 궁금해진다. 또한 이러한 메시지들은 가슴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대사량으로 귓가에 때려 박힌다. 전투를 하다가도 뜬금없는 훈계들과 플래시백을 통해 욱여넣는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처럼, 어찌 됐든 시즌1 속 항일 메시지를 가져가려는 노력이었을까.

개연성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전승제약의 해결사 노릇을 하는 쿠로코 대장의 뜬금없는 로맨스는 탄식을 부른다. 각 인물들의 사연과 정체성을 담아내려 하니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 또한 크리처 설정 역시 위태롭다. 크리처를 만드는 주체인 '나진'이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음에도, 이상하리만치 주인공들에겐 쉽게 넣고, 쉽게 꺼낸다.

'경성크리처2'는 항일 메시지, 로맨스, 생체실험, 크리처(나진) 등 모든 것을 담았다. 덕분에 시즌 1, 2로 나눠 긴 호흡에 풀어냈으나 '경성'도 '크리처'도 남기지 못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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